'급조 논란' 블랙핑크 데뷔 10주년 행사, 팬들이 진짜 원한 건

극소수 팬만 초대한 오프라인 모임, 11분 정도 진행된 온라인 라이브 방송... 진정성 있었나 지적도

 지난 8일 공개된 '블랙핑크 데뷔 10주년 기념 영상'
지난 8일 공개된 '블랙핑크 데뷔 10주년 기념 영상'YG엔터테인먼트

케이팝 대표 걸그룹 블랙핑크(지수·제니·로제·리사)가 지난 8일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2016년 '휘파람'과 '붐바야'로 시작한 네 사람의 여정은 한국을 넘어 세계 대중음악의 한 페이지를 채울 만큼 눈부신 성과로 이어졌다.

빌보드를 비롯한 주요 국가의 인기 차트를 석권했고, 해외 유수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에 올랐으며 성공적인 월드투어를 이어갔다. 음악인 최초로 유튜브 구독자 1억 명을 돌파하는 등 지난 10년 동안 블랙핑크는 누구도 쉽게 넘보기 어려운 기록을 쌓아왔다. 블랙핑크의 이름 앞에 늘 '최초' 혹은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토록 독보적인 '기념일'을 마주한 팬들의 마음은 복잡하고 씁쓸했다. 축하와 환호로 가득해야 할 10주년에 오히려 '행사가 너무 초라하다'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극소수의 팬만 초대한 오프라인 모임, 불과 11분 정도 진행된 온라인 라이브 방송 외에는 글로벌 스타라는 위상에 걸맞은 행사는 딱히 마련되지 않았다.

준비·성의 소흘 논란 빚은 기념 행사
 지난 8일 공개된 '블랙핑크 데뷔 10주년 기념 영상'
지난 8일 공개된 '블랙핑크 데뷔 10주년 기념 영상'YG엔터테인먼트

상당수 케이팝 그룹이 데뷔 10주년 같은 굵직한 기념일을 맞으면 자축의 의미를 담은 음반이나 음원을 발표하거나 콘서트, 팬미팅 등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블랙핑크 역시 1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팬들과 함께할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기대할 만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불과 이틀 전인 6일에야 구체적인 내용이 공지됐다.

그나마도 40명으로 제한된 인원만 초대하는 데다 당초 일부 멤버만 참가한다는 안내가 전해지면서 의아함을 자아냈다. 뒤늦게 4인 완전체 참석이 확정됐지만, 전 세계 수천만 명의 팬을 보유한 글로벌 아티스트의 위상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각 멤버의 개별 활동으로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던 유료 멤버십 회원에게만 응모 자격을 제한하면서 일부 팬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같은 날 멤버 전원이 참석해 진행된 온라인 라이브 역시 11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그쳤다. 행사 전반에서 팬들을 향한 진정성 있는 고민과 준비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또 다른 YG 스타' 빅뱅 20주년과 극명한 대조
 지난 8일 공개된 '블랙핑크 데뷔 10주년 기념 영상'
지난 8일 공개된 '블랙핑크 데뷔 10주년 기념 영상'YG엔터테인먼트

공교롭게도 이번 블랙핑크의 10주년은 비슷한 시기에 YG엔터테인먼트가 진행 중인 그룹 빅뱅의 데뷔 20주년 프로젝트와 맞물리며 묘한 감정을 안겼다. 빅뱅은 8월 19일 20주년을 앞두고 4년 4개월 만에 신곡 'BiiiG'를 발표했다. 고양종합운동장 콘서트도 개최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과 협업해 잠실 석촌호수 일대를 노란 물결로 물들이는 복합 문화 프로젝트까지 준비하고 있다.

물론 빅뱅의 20주년과 블랙핑크의 10주년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멤버들의 현재 활동 상황도 다르고 팀의 운영 방식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이팝 팬들에게는 같은 기획사를 통해 등장한 두 인기 그룹의 기념일 차이가 더 선명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한쪽은 팬들과 함께하는 대규모 축제의 형태로 20주년을 준비하는 반면, 다른 한쪽은 극소수의 팬만 참여하는 조용한 행사로 10주년을 지내는 모습이 됐으니 말이다.

팬들이 진정 원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지난 8일 팬덤 소통앱을 통해 진행된 블랙핑크 10주년 기념 온라인 라이브
지난 8일 팬덤 소통앱을 통해 진행된 블랙핑크 10주년 기념 온라인 라이브YG엔터테인먼트

"국내 활동이 없어도 이해했고, 해외 활동이 많아도 기다렸는데 10주년마저 이렇게 지나갈 줄은 몰랐다."

오랜 기간 눈부신 성과를 이어온 블랙핑크가 공백기를 보내는 동안에도 많은 팬들은 묵묵히 기다리며 응원해왔다. 한 팬의 댓글은 그런 아쉬움을 잘 드러내준다.

"한 시간만이라도 네 명이 함께 앉아 지난 10년을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는 또 다른 팬의 바람처럼, 초대형 축제 대신 그저 멤버 4인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해온 날들을 되돌아보고 고마움을 전하는 자리면 충분했을지 모른다.

10년이라는 시간은 아티스트의 빛나는 성과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 곁을 묵묵히 지켜온 팬들의 성원과 기다림 역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오랜 기간 블랙핑크를 응원해온 팬들에게 10주년이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기에 기대했던 모습과 다르게 지나간 데뷔 10주년 기념일은 더욱 아쉬운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블랙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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