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올러
연합뉴스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데일리 스포츠'를 자부하던 야구도 끝내 '항복 선언'을 했다. 폭염으로 5, 6일 전 구장 경기를 취소했던 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6일 긴급실행위원회를 개최해 9일까지 모든 경기를 전면 취소했다. 본의 아니게 각 구단마다 짧게는 6일, 길게는 열흘에 달하는 '폭염 브레이크'를 갖게 된 것이다. 뜻하지 않은 휴식이지만 전력을 재정비하기엔 충분한 기간이다.
후반기 14경기에서 12승 1무 1패라는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던 선두 kt 위즈나 8승 2무 4패로 내심 3위 자리까지 넘보던 4위 두산 베어스 입장에서는 날씨로 인한 휴식이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후반기 16경기에서 3승 1무 12패(승률 .200)에 머물며 선두권에서 3위로 추락한 LG 트윈스로서는 이번 '폭염 브레이크'를 지친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다잡고 전력을 새롭게 다질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전반기를 3위 kt에게 3경기 뒤진 4위로 마친 KIA 타이거즈는 8월에 폭염으로 1경기도 치르지 못하는 동안 두산에게 추월을 허용하면서 5위로 순위가 밀려났다. KIA로서는 남은 44경기에서 많은 승 수를 쌓아 최대한 높은 순위에서 가을야구를 시작하려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 중요한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후반기 3경기에서 10.1이닝 15자책으로 3패를 떠안으며 무너졌던 외국인 투수 아담 올러의 반등이다.
7월 공백에도 11승 따낸 리그 정상급 2선발
KIA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24년 제임스 네일이라는 뛰어난 외국인 투수가 있었다. 26경기에서 12승 5패 평균자책점 2.53으로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던 네일은 8월 24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맷 데이비슨(키움 타이거즈)의 타구가 턱을 강타하는 아찔한 부상을 당했다. 자칫 큰 부상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네일은 한국시리즈에서 복귀해 2경기에서 1승 2.53을 기록하며 KIA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KIA는 네일이라는 듬직한 외국인 에이스를 보유하고도 시즌 내내 2선발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8경기에서 5승을 따내며 시즌 초반 네일과 원투펀치로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윌 크로우는 팔꿈치 부상을 당하며 팀을 떠났다. KIA는 8월 빅리그 36승 경력의 좌완 에릭 라우어(LA 다저스)를 영입했지만 라우어는 7경기에서 2승 2패 4.93에 그쳤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통산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후 라우어와 결별한 KIA는 '타이거즈 왕조'를 건설하기 위해 네일과 원투펀치로 활약해 줄 또 한 명의 강한 외국인 투수가 필요했다. 그리고 KIA는 2024년 12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마이애미 말린스를 거치며 빅리그 3년 동안 5승 13패 1홀드 6.54의 성적을 기록한 올러와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네일과 180만 달러에 계약한 후 다시 올러를 100만 달러에 영입한 것이다.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공과 결정구로 사용하는 슬러브에 체인지업까지 구사하는 올러는 2025년 6월까지 16경기에 등판해 8승 3패 3.03을 기록하며 전반기 5승으로 불운했던 네일을 제치고 팀 내 최다승을 올렸다. 하지만 6월 25일 키움전 이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올러는 팔꿈치 염증으로 7월 한 달을 통째로 걸렀고 후반기에는 10경기에서 3승 4패 4.67로 전반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비록 전반기의 맹활약에 비해 후반기 성적이 다소 아쉽긴 했지만 올러는 2025년 26경기에 등판해 11승 7패 3.62를 기록하면서 양현종을 비롯한 국내 선발들이 부진했던 KIA에서 2선발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7월의 부상 이탈만 없었다면 160이닝 이상은 충분히 던질 수 있었을 만큼 이닝 소화 능력도 상당히 뛰어났다. 이에 KIA는 2025년 12월 '리그 정상급 2선발'로 활약한 올러와 총액 12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후반기 3패 13.06 추락, 반등 절실한 올러
202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는 2025년 8위로 순위가 추락했지만 313.1이닝을 합작한 외국인 원투펀치는 도합 320만 달러를 투자해 잔류 시켰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에서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투수 2명과 모두 재계약한 구단은 '디펜딩 챔피언' LG와 KIA 뿐이었다. 그만큼 KIA 구단은 뛰어난 구위와 KBO리그 경험을 겸비한 검증된 외국인 원투펀치 네일과 올러를 신뢰했다는 뜻이다.
2025년에도 전반기 5승에 머물렀던 네일은 올해도 18경기에서 5승 5패 3.77을 기록하며 다소 아쉬운 전반기를 보냈다. 하지만 에이스 네일의 부진(?)은 2선발 올러의 맹활약으로 메웠다. 올러는 전반기 16경기에 등판해 99.1이닝을 소화하며 9승 5패 2.36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전반기 피안타율은 단 .186에 불과했고 4월 24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는 KBO리그 진출 후 첫 완봉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7월 11일 올스타전에서도 나눔 올스타의 선발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올러는 7월 17일 SSG 랜더스와의 후반기 첫 경기부터 선발로 등판했다. 다승은 임찬규(LG), 평균자책점은 최민석, 탈삼진은 곽빈(이상 두산)과 경쟁한 올러는 후반기 성적에 따라 투수 부문 트리플크라운도 충분히 노릴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반기 무서웠던 올러의 기세는 후반기에 찾아온 무더위와 함께 힘없이 시들고 말았다.
16일 SSG와의 후반기 첫 등판에서 4.1이닝 3실점으로 올 시즌 처음으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패전 투수가 된 올러는 22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5이닝 4실점으로 연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2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1이닝 동안 7안타와 3볼넷을 허용하는 뭇매를 맞은 끝에 무려 8실점을 기록하며 후반기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전반기가 끝날 때 2.36이었던 올러의 평균자책점은 어느덧 3.36으로 치솟았다.
KIA는 6월 30일 SSG전(6이닝 비자책3실점 승리) 이후 올러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면서 후반기 준비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줬기에 올러의 후반기 부진은 더욱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만약 올러가 '폭염 브레이크'로 인한 열흘의 휴식 후에도 부진이 이어진다면 KIA도 순위 경쟁에서 더욱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다. 반등이 절실한 올러는 11일 삼성전을 통해 연패 탈출과 함께 4번째 10승 도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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