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오빗이 프로듀스한 마돈나의 < 레이 오브 라이트(Ray Of Light) >
벅스뮤직
오빗의 경력을 회고할 때 대부분 마돈나를 떠올릴 테다. 최근 통산 15집 <컨페션즈 II (Confessions II)>를 발매한 팝의 여제에게 1998년 <레이 오브 라이트(Ray Of Light)>의 의미는 상당했다. 전자 음악적 색채로 장르뮤직을 탐구했고, 종교와 모성애 등 자아 성찰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 명작의 조력자가 바로 윌리엄 오빗이다. 도입부의 '레이 오브 라이트(Ray Of Light)'와 신비로움과 왠지 모를 동양적 미가 서린 '프로즌(Frozen)', 초현실적 심상의 오프닝 트랙 '드라운드 월드/섭스티튜트 포 러브(Drowned World/Substitute For Love)' 모두 그의 손길을 거쳤다. 마돈나와 오빗의 파트너십은 댄스 팝과 전자음악을 절충한 2000년도 8집 < 뮤직(Music) >으로 이어졌다.
별세 소식을 접하고 오빗의 프로덕션 크레디트를 검색하던 중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1990년대 중반 브릿팝 전쟁에서 오아시스와 대립각을 세웠던 블러. 1960년대의 위대한 밴드 킹크스를 계승하듯 서사 측면에서 다분히 영국적이었던 1994년 작 <파크라이프(Parklife)>를 내놓았지만 이후 변덕스럽고 실험적인 음악색으로 비교적 일관된 로큰롤의 길을 걸었던 오아시스와 상반되었다.
영적인 대곡 '텐더(Tender)'와 아기자기한 뮤직비디오가 기억에 남는 '커피 앤 티비(Coffee & TV)'같은 수작을 품은, 미국적 색채를 수용해 < 파크라이프(Parklife) >와 다른 작풍을 가져갔던 1999년 정규 5집 < 13 >. 평소 즐겨 들었던 작품이라 오빗의 크레디트가 강렬히 와 닿았다.
한때 오아시스의 리암 갤러거와 로비 윌리엄스를 모두 차지했던 마성의 여인 니콜 애플턴. 그녀가 소속했던 영국 걸 그룹 올 세인츠는 1990년대 중후반 여러 히트곡으로 영국 차트를 수놓았다. 런던발 5인조의 다섯 개 영국 싱글차트 넘버원 중 하나인 '퓨어 쇼어즈(Pure Shores)'는 러닝타임 내내 공간감 넘치는 소리를 자랑한다. 오빗의 소리가 장르를 가리지 않았음이 드러나는 대목.
워낙 다양한 스타일을 거쳤기에 "오빗의 소리가 이렇다"라고 단정 짓기는 무리지만, 공격적이진 않되 악센트 선명한 비트와 몽환적인 세련된 전자 음향이 관류한다. 사뭇 이국적이기도 한데 포크트로니카(포크와 전자 음악을 융합해 1990년대 이후 조류를 이루었던 음악 스타일) 기수 베스 오턴의 1993년 데뷔작 <슈퍼핑키맨디(Superpinkymandy)>에서 이러한 성향이 발견된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다수 작가주의 음악가가 헌사를 남겼다. 펫 샵 보이스의 중후반기 전속 프로듀서로 활약했던 스튜어트 프라이스는 인스타그램 포스팅에 오빗의 1990년 작 <스트레인지 카고 2(Strange Cargo 2)> 수록곡 '엘 산토(El Santo)'를 띄우며 이 음반이 "천재적이고 영감으로 가득했다"라고 묘사했다. 또한 2001년 오빗의 스튜디오에서의 협업을 회고하며 "호기심 많고 공손한 사람이었다"라며 "<스트레인지 카고 2(Strange Cargo 2) >는 그의 품성과 정체성을 투영한 작품"이라고 썼다.
오빗만의 음악
▲윌리엄 오빗의 1993년 작 < 스트레인지 카고 3(Strange Cargo 3) >벅스뮤직
프로듀서 직함으로 저명한 오빗이지만 다수의 솔로 앨범을 발매했는데 1987년 <스트레인지 카고(Strange Cargo)>를 시작으로 2014년 <스트레인지 카고(Strange Cargo 5)>로 이어지는 시리즈가 솔로 디스코그라피를 관통하는 대표작이다.
지난 9일, 서울 은평구 증산역부터 용산구 청파동까지 산책하며 "스트레인지 카고" 시리즈의 첫 세 작품을 감상했다. 베스 오턴이 참여한 3편의 '워터 프롬 어 바인 리프(Water From A Vine Leaf)'과 화끈한 일렉트로닉 록 '파이어 앤 머시(Fire And Mercy)' 등 저장하기 버튼을 누르기에 바빴다.
그의 성씨인 '오빗'은 천체의 '궤도'를 뜻하는 영단어와 철자가 같다. 음악과 음향에 관한 재능과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가 주위를 돌며 개성 넘치는 음반을 주조한 그의 작품 세계는 어찌 보면 태생적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