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자랑하거나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한다. 남성이 사회 체제에 의해 역차별과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전파한다. 반페미니즘이다. 주로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게 모욕을 주고 조롱하며 우월한 남성성을 폭력적으로 과시한다.
또 기존 레거시 미디어를, 그 보도를 부정한다. 거짓 선동이라 몰아붙인다. 이들은 뉴미디어와 소셜 미디어에 상주하며 플랫폼 자체를 절대화한다. 시청자들과의 라이브 소통이란 본인들의 무기가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 탄생한 수익의 원천이기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요 시청층 중 일부는 10대 남성들이다. 10대들에게 있어 이들은 연예인, 대통령과 동급이다. 물론, 이들의 모든 행위는 오로지 수익 창출을 위해서다. 고수익 창출을 위해서라면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태세다.
최근 대표가 유명을 달리한 신남성연대 얘기가 아니다. 이는 지난 3월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루이 서루: 인사이드 더 매노스피어>(이하 <매노스피어>)가 인터뷰한 남성(성) 중심 커뮤니티를 칭하는 매노스피어(Manosphere) 인플루언서들의 특징들이다. 묘하게 닮은 정도가 아니다. 빼다 박았다는 표현이 적확하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인플루언서들의 성장은 국가와 인종을 가리지 않는 법이지 않은가.
루이 서루(테루)는 (매노스피어들도 인정한) "저명한"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방송 저널리스트다. <화씨 911>로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는 마이클 무어와의 작업으로 출발해 BBC에서 소위 이슈 메이커들과의 인터뷰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앞서 2022년 선보인 <루이 서루: 금지된 미국> 3부작을 통해 미국 내 소셜 미디어와 신종 극우와의 관계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짐작은 했다. 앞서 열거한 <매노스피어> 속 돈 자랑에 여념 없는 영미권 남자 인플루언서들과 우리 청년 극우 유튜버들이 꽤 닮아 있으리란 사실을. 차이가 있다면 인구가 월등히 적고 언어적 한계가 명확한 우리 쪽이 훨씬 더 즉물적인 대중 집회와 거기서 파생된 분노를 자양분 삼는다는 점일터. 탄식은 그래서 더 커져만 간다.
결론부터 꺼내자면, 불편한 진실은 이거다. 루이 서루가 긴 시간 공을 들여 대면한 영미권 매노스피어 인플루언서들의 현재, 즉 혐오와 차별을 앞세운 채 디지털 상업주의와 소셜 미디어를 등에 업고 돈벌이에 혈안이 돼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이야말로 우리네 청년 극우의 미래일지 모른다는 현실 말이다.
매노스피어란 무엇인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루이 서루: 인사이드 더 매노스피어> 포스터.
넷플릭스
"남성 권리 운동가, 픽업아티스트, 인셀, MGTOW는 겉으로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매노스피어라는 하나의 그물망 안에서 여성에 대한 적대감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사회학자 사이먼 제임스 코플런드가 <젊은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에서 탐구한 매노스피어의 정의다. 다큐의 논지와 닮아있는 이 저서는 지난해 국내에서도 발간돼 일부 미디어가 주목한 바 있다. 저자의 분류에 따르면, 남성 권리 운동가(MRA, Men's Rights Activists)는 남성의 역차별을 강조하는 정치집단이다.
픽업 아티스트는 '알파 메일'(Alpha Male) 관점에서 연애 기술이나 여성 공략법을 가르친다는 허울 아래 남성들을 신자유주의적 자기계발 신화로 종속시키는 인플루언서다. 또 MGTOW(Men Going Their Own Way), 이른바 믹타우는 이성애적 관계 전반을 회의하다 그에 따른 사회적 의무를 거부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남성끼리 혹은 홀로 살아가겠다 선언한 일종의 분리주의 집단으로, 이들 부류 중 가장 소극적인 일종의 회피주의에 가깝다.
끝으로 영화 <조커> 개봉 이후 이어진 담론과 해석 논쟁으로 맹위를 떨쳤던 인셀은 비자발적 독신자(Involuntary Celibates)라는 개념이다. "애초 여성들은 나 같은 남자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맹종에 빠져 극단적인 허무주의와 폭력을 수용하는 쪽으로, 사실상 위험한 부류다.
다큐 <매노스피어> 속 인플루언서들과 이들에게 거액을 후원하고 열광하는 시청자들은 이 네 집단이 엉켜있고 영향을 주고 받는 형태일 것이다.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남성 권리 운동가와 팝업 아티스트의 교집합이며, 이들 중 일부는 극단적 인셀로 진화할 가능성도 적잖다. 이들에 열광하는 남성들(이나 수익을 목적으로 이들 방송에 출연하는 여성들) 모두 여성혐오와 반페미니즘이란 기치 아래 메노스피어란 거대한 온라인 생태계 확장에 복무하는 셈이다.
출연자들 면면은 이렇다. 인터뷰가 가장 힘들었다는 일명 '스니코'는 "최고 인기와 악명을 자랑"한다. 1020 세대를 목표 삼아 쉴 새 없이 자극적인 콘텐츠로 클릭 수를 빨아들이는 스니코는 이슬람 개종 등을 통해 얼굴 바꾸기를 시도한다. 그래봤자 그 끝엔 여성 혐오와 극단주의가 자리한다. 그를 길거리에서 만난 1020 남성들의 환호가 안타까울 지경이랄까. 한때 유튜브 등 모든 플랫폼이 퇴출했던 그의 발언 수위가 이 정도다.
"여러분의 남성성을 없애고 게이로 만들려는 거예요. 우리를 다시 격리하고 백신을 맞히려고 해요. 아리를 낳지 않기 바라고 우리를 트랜스젠더로 만들려고 수돗물에 약을 타요."
돈벌이가 크게 되는 여성혐오 시장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루이 서루: 인사이드 더 매노스피어> 관련 이미지.넷플릭스
가장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한 HS(해리슨 설리번)는 고수익 차울인 지상 목표인 무려 '23살' 영국 청년이다. 틱톡, 텔레그램에서 서식하며 팔로워 수백만을 거느린 HS의 주 장르는 정치 소재보다 근육과 재력 자랑, 밤 문화와 헌팅이며,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상황극에 열중한다. 예상하다시피, "나는 여성들을 사랑한다"면서도 여성 출연자를 "자동청소기"라 비하하는 여성혐오자이기도 하다.
다큐 초반 교통사고를 내고 스페인으로 도주한 HS는 이후 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에 열을 올리며 "내가 내 돈 버는 데 왜?"라는 태도로 일관하는데 시청자들은 그 세속성과 당당함에 더 열광한다. 더 큰 문제는 HS를 비롯한 매노스피어 인플루언서 일부가 성인 사이트 홍보나 암호화폐 투자 사이트 링크를 노출한다는 점이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해당 사이트들로부터 링크 수에 따라 일정 수익을 배분받는다. 불법과 위법 사이를 오갈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이를 감추기는커녕 자신의 재력을 자랑하는데 이용하고 인기의 동력으로 삼는다. 루이 서루도 직접 HS 영상에 올라온 투자 사이트에 500달러를 입금했다 돈을 다 잃는다.
또 다른 여성혐오 (영상) 팟캐스트 <Fresh & Fit>을 운영하는 전직 국토안보부 수사관 마이론 게스트는 여성 출연자들에 대한 멘스플레인을 넘어 남성우월론으로 대놓고 가스라이팅을 하는 경우다. 그는 여성에 대한 외모와 연령 차별과 학대에 가까운 퍼포먼스가 주특기인데 일방향 일부일처제, 즉 자신만 독점적으로 자유로운 관계를 즐기겠다는 궤변을 이어가다 끝내 여자친구와 결별한다.
이들을 인터뷰하는 것 자체가 극한 직업일지 모를 일. 루이 서루는 베테랑답게 인터뷰를 이어가는데 몇 마디 촌철살인과 같은 질문으로 이 매니스토어들의 폐부를 찌르곤 한다. 그럴 때마다 궤변을 늘어놓는 인플루언서들 앞에서 대놓고 뚱한 표정을 짓는 인터뷰어 루이 서루의 반응이 압권이다.
물론 이들에게 괜한 마이크를 쥐여준 것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그런데 어떡하나. 넷플릭스 다큐가, BBC 방송이 아니더라도 이 인플루언서들은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리며 잘 먹고 잘살고 있는 것을. 이들의 영향력은 이미 모른 척해서 줄어들 성질을 넘어선 지 오래라면 제대로 된 대응을 위해서라도 '공부'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끝으로, 이들은 '레드필' 이론을 공유한다. 맞다. 영화 <매트릭스> 속 현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그 빨간 약을 빗댄 이론이다. 자신들이 여성 중심 사회에서 핍박을 받다 빨간 약을 먹고 깨어난 선택 받은 이들이라니. '레드필' 이론이야말로 매니스토어들이 대놓고 여성혐오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논리이자 일종의 방어기제라 할 수 있다.
만약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라면
그래서 더 이들이 중요시 여기는 여성들과 관계 맺는 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루이 서루가 뒤늦게 나타난 여자친구에게 일방향 일부다처제에 대해 (여자친구는) 묻자 눈에 띄게 거북해 한다. 어떤 여성이 그런 궤변을 용인하겠나. 물론 반대도 존재한다.
저스틴 윌러는 성공한 알파남을 앞세운 건설업 및 부동산 사업 출신 인플루언서다. 그의 자식을 낳은 (결혼은 하지 않은) 파트너 여성은 저스틴 윌러가 감추지 않는 일방향 일부일처제 주장을 순순히 인정한다. 이 파트너는 남성은 밖에서 일하며 경제적 부양을 하고, 여성은 집안일과 육아를 챙기면 된다는 전근대적 가부장적 신념의 신봉자다. 과연 이 신념이 가스라이팅의 결과인지 자발적 선택인지, 이들이 카메라 밖에서 어떤 관계를 맺을지, 루이는 구태여 캐묻지 않았다.
영화 말미 등장한 HS의 어머니야말로 가히 신스틸러다. 과거 부재했던 아버지를 대신해 아들을 홀로 키웠다는 HS의 어머니는 카메라 앞에서 "(루이 서루) 당신도 아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 아니냐"는 일침을 놓을 만큼 아들의 철학과는 거리가 먼 주체적 여성의 면모를 보여준다. HS 역시 그런 어머니 앞에선 순종적인 아들일 뿐이다.
그러니까 일반인과 다를 바 없이 이들도 카메라 밖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여성과의 관계에 영향을 받고 신경을 쓴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또 하나, HS나 저스틴 윌러 모두 아버지의 부재를 겪었거나 부모에게 학대받은 유년 시절을 공유한다. 걱정 붙들어 매시길. 이 다큐가 이들의 과거 상처를 동정할 생각은 없으니까. 루이 서루는 시종일관 '너희들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데'와 같은 의도로 질문을 이어 가며 선을 긋는다.
그리하여 가장 큰 비극은 두 가지다. 이들은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하고 또 선망한다는 걸 대놓고 자랑한다. 또 미래 세대들인 10대들 일부가 이들에게 열광한다. 이처럼 이 인플루언서들은 수익 창출에 혈안인 동시에 극우 정치와 미래 세대를 잇는 고리 역할을 훌륭히 수행 중이다. 트럼프가 열어젖히고 확장 중인 지옥도의 결과이자 트럼프가 세 번째 임기를 탐하게 만드는 동력일 수 있을 터.
어쩔 수가 없다. 우리라고 다를까. 어른들이 만든 능력주의에 물들어가는 우리 1020 세대들이 일베 문화에 젖어 들고 극우에 빠져드는 현실과 또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트럼프 시대에 세를 더 불리는 매노스피어 인플루언서들의 득세.
과연 우리와 무관하다 자신할 수 있을까. 이 다큐 속 풍경이 한국식 매노스피어의 다가올 미래라면 어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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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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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들이 우리 10대들 미래일까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