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여왕' 장서희, 대상 '그랜드 슬램' 탈까

[프리뷰] 장서희, 10일 첫 방송되는 KBS 2TV 일일드라마 <욕망의 덫>에 출연

KBS 1TV에서는 평일 밤 8시 반 메인 뉴스가 시작되기 30분 전, 일일 드라마를 편성해 5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복잡한 스토리보다는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시청할 수 있는 가족극을 위주로 편성된 KBS 1TV 일일드라마는 <서울 뚝배기>와 <정 때문에> <노란 손수건> <열아홉 순정> <하늘만큼 땅만큼> <미우나 고우나> <너는 내 운명> 같은 인기 드라마를 끊임없이 배출했다.

하지만 KBS 1TV의 일일드라마는 '가족 드라마'라는 소재의 한계에 부딪혔고 이에 KBS에서는 2013년 2000년대까지 한시적으로 편성했던 2TV의 저녁 일일드라마를 부활시켰다. 2TV의 저녁 일일드라마는 소재에 한계를 두지 않고 복수극과 막장, 피카레스크(악인이 주인공인 작품) 등의 소재를 적극 도입했고 그 결과 KBS 2TV의 저녁 일일드라마는 1TV의 일일드라마와는 다른 매력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2020년대 초반까지 2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꾸준한 고정 시청층을 확보했던 KBS 2TV 저녁 일일 드라마는 지난 7일 종영한 <붉은 진주>가 최고 시청률 9.4%에 그치며 부진했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이에 KBS는 위태로운 KBS 2TV 저녁 일일드라마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강력한 구원투수를 투입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복수의 여왕' 장서희를 전면에 내세운 새 일일 드라마 <욕망의 덫>이다.

긴 무명 생활 끝에 <인어아가씨>로 스타 등극

 아역배우로 활동하다 1989년 MBC 공채탤런트로 들어간 장서희는 2002년 <인어아가씨>를 통해 오랜 무명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아역배우로 활동하다 1989년 MBC 공채탤런트로 들어간 장서희는 2002년 <인어아가씨>를 통해 오랜 무명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MBC 화면 캡처

지금은 지상파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2번이나 수상한 스타 배우로 군림하고 있지만 장서희는 또래 배우들이 스타로 성장하는 사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무명 시절을 거쳤다. 1981년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에서 진으로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각종 CF에 출연하던 장서희는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아역배우로 활동하다가 1989년 MBC 19기 공채 탤런트에 합격하면서 본격적인 성인 연기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김찬우와 오연수, 이창훈, 임채원 등 장서희의 동기들이 데뷔 초부터 대중들의 주목을 받은 것과 달리 장서희에게는 좀처럼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장서희는 1990년 MBC 수목드라마 <그 여자>에서 최명길의 악독한 시누이를 연기하면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수상했지만 백상 수상 이후에도 조·단역을 전전하긴 마찬가지였다. 데뷔 초 장서희의 대표작은 <뽀뽀뽀>의 '뽀미언니'라는 평가가 있었을 정도.

장서희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한명회>와 <신고합니다> <왕과 비> <허준> <들꽃> <그 여자네 집> 같은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얼굴을 비췄지만 드라마의 높은 인기와 별개로 장서희를 주목하는 시청자는 많지 않았다. 아역 시절부터 20년에 달하는 긴 경력에 비해 인지도는 썩 높지 않았던 장서희는 2002년 운명 같은 드라마를 만났으니 바로 MBC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였다.

장서희는 <인어아가씨>에서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와 그 가정을 향한 복수심을 품은 은아리영 역을 맡아 몸을 사리지 않는 엄청난 열연을 선보였다. 1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246회에 걸쳐 방송된 <인어아가씨>는 장서희의 '연기 차력쇼'에 힘입어 최고 시청률 47.9%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장서희는 2002년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비롯해 5관왕을 휩쓸면서 길었던 무명의 설움을 단숨에 날려 버렸다.

<인어아가씨>를 끝낸 후 곧바로 MBC 주말 드라마 <회전목마>에 출연한 장서희는 2004년 차승원과 함께 1993년 <야망의 대륙> 이후 11년 만에 출연한 영화 <귀신이 산다>에서 차승원이 이사 온 집의 지박령 이연화를 연기했다. 당시로선 흔치 않았던 '공포 코미디' 장르의 <귀신이 산다>는 전국 289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영화에서도 장서희의 대중적 인지도를 증명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대상' 그랜드슬램' 도전

 장서희는 <아내의 유혹>에서 복수를 위해 신분을 바꾼 구은재 역을 맡아 2009년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장서희는 <아내의 유혹>에서 복수를 위해 신분을 바꾼 구은재 역을 맡아 2009년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SBS 화면 캡처

2005년 <사랑찬가>에 출연한 이후 중국에 진출하면서 국내에서 3년여 간 공백기를 가진 장서희는 2008년 SBS 일일 드라마 <아내의 유혹>이라는 또 하나의 '레전드 복수극'에 출연했다. 눈가에 점만 찍으면 7년을 함께 산 남편도, 같은 집에서 살았던 친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민소희로 변신해 남편에게 복수를 하는 구은재를 연기한 장서희는 또 한 번 눈부신 열연을 선보이며 2009년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장서희는 2010년 <산부인과>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여전히 은아리영과 구은재의 이미지가 강했다. 이후 2014년 KBS 2TV 일일드라마 <뻐꾸기 둥지>에 출연하면서 지상파 3사의 복수극 일일드라마를 섭렵했다. 2017년에는 <아내의 유혹>을 집필했던 김순옥 작가와 8년 만에 재회한 <언니는 살아있다!>를 시청률 24%로 이끌면서 '복수의 여왕'으로서 위용을 과시했다.

2022년 19년 만에 출연한 MBC 일일드라마 <마녀의 게임>이 한 자리 수 시청률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장서희는 2014년 <뻐꾸기 둥지> 이후 12년 만에 KBS 2TV 일일드라마 <욕망의 덫>으로 복귀한다. <욕망의 덫>은 KBS 1TV 일일드라마 <여름아 부탁해>와 <으라차차 내 인생>을 모두 시청률 20%로 이끌었던 구지원 작가의 신작으로 장서희는 청마그룹을 집어삼킬 야욕을 키워 온 비극의 설계자 주미란 역을 맡았다.

<욕망의 덫>에는 <슈룹>과 <연인>을 통해 얼굴을 알린 전혜원이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20대 전부를 감옥으로 보내고 복수를 위해 청마그룹 디자인팀에 입사한 고은설을 연기하며 지상파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데뷔한다. 작년 <다리미 패밀리>에 출연했던 주새벽은 청마그룹의 상속녀이자 디자인팀 팀장 강해라 역을, 설정환은 청마의 후원을 받으며 자란 청마그룹 전략기획 본부장 차석진 역을 맡았다.

현재까지 대한민국 방송 역사에서 지상파 3사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모두 수상한 배우는 고두심 배우가 유일하다. 물론 아직은 지나치게 이른 전망이지만 만약 장서희가 <욕망의 덫>을 성공으로 이끌면서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다면 고두심 배우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지상파 연기대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게다가 장서희는 세 번 모두 복수 소재 일일드라마로 대상을 수상하는 유일한 배우가 될 수 있다.

 장서희는 <욕망의 덫>을 통해 복수를 소재로 한 일일드라마로만 지상파 연기대상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장서희는 <욕망의 덫>을 통해 복수를 소재로 한 일일드라마로만 지상파 연기대상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욕망의 덫>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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