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도 데뷔작 < 블루 라인즈(Blue Lines) >
염동교
트립합 거목
포티셰드와 트리키, 여러 이름이 거쳐 가지만 적어도 유년기엔 '매시브 어택=트립합' 등식이 굳건했다. 시디를 알음알음 모은 1991년 데뷔작 < 블루 라인즈(Blue Lines) >와 1998년 < 메자나인(Mezzanine) > 힙합스러우면서도 일견 록적이고 일렉트로닉 뮤직스러웠다. 무엇보다도 냉소적이고 어두운데도 음울만을 향해 곤두박질치지 않아 매력적이었다.
이 트립합 권위자의 실황은 십수 년 전 음원으로 느꼈던 감흥을 되살리기 충분했다. 생악기의 록밴드 적 움직임과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전자음악이 교차했다. 야외무대에서 구현한 정교한 음향이 이들의 관록과 공력을 입증했다.
세 명의 객원 보컬도 원본의 아우라를 도모했다. 자메이카 태생 호레이스 앤디는 레게와 트립합의 묘한 공존을 알렸고, 유리드믹스와 협연한 데보라 밀러가 명곡 '언피니쉬트 심퍼씨(Unfinished Sympathy)'에 온기를 부여했다. 드림팝 레전드 콕토 트윈스의 엘리자베스 프레이저가 한때 교제했던 제프 버클리의 친부 팀 버클리의 '송 투 더 사이렌(Song to the Siren)'을 부르는 장면은 운명적이었다.
과감한 메시지 전달
컴퓨터와 상호작용을 하는 침팬지 영상으로 출발한 매시브 어택 콘서트는 정보량의 증대로 학구적 색채를 더해갔다. 붉은 점으로 미국의 빅데이터 회사 팔란티어의 지배력을 표시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노출시키는 등 현안에 관해 관심을 촉구하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혼란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사랑하는 이를 지키려는 내용의 '세이프 프롬 함(Safe from Harm)'에선 철모를 쓴 군인과 전쟁의 이미지가 겹쳐 보였다.
논쟁의 대목은 어땠을까. 이들은 광주 민주항쟁의 현장을 보여주고 "케이팝은 독재와 부패에 맞선 저항의 시기에 태동했다"란 문구를 화면에 띄웠다. 이내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時代遺憾)'을 리메이크했다.
물론 민주화 운동과 케이팝, '시대유감'을 하나의 직선으로 엮는 건 일부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이들의 시선이 지구촌 곳곳을 포착하고 있었다. '시대유감'은 한국 콘서트뿐 아니라 근래 매시브 어택 셋리스트에 정규적으로 포함되고 있다. 서태지와 매시브 어택을 두루 좋아하는 동료 평론가는 진실의 은폐를 담았다는 점에서 서태지 8집 <아토모스(Atomos)> 수록곡 'T'IKT'AK(틱탁)'이 더 적합한 선곡이었다고 밝혔다.
▲매시브 어택 콘서트염동교
드디어 '티어드랍(Teardrop)'. <블루 라인즈(Blue Lines)>의 필청 트랙이자 엘리자베스 프레이저가 빛나는 작품이다. 프레이저의 목소리가 등장하기 전 구간이 꽤 길다는 걸 새삼 깨달았는데 간결한 조명과 서늘한 음향에 괜스레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이내 흘러나온 프레이저의 천사 같은 음성은 이전의 모든 참상을 치유해 주는 듯했다.
공연 종료 직후 백드롭을 가득 메운 팔레스타인 국기가 공연의 의미를 압축했다.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어 '프리 팔레스타인'에 찬동한 이가 있지만 불쾌감을 표하며 공연 도중 퇴장해 버린 관중도 있다. 로버트와 그랜트는 팔레스타인 관련 이슈로 7월 29일 공연 이후 싱가포르 입국이 금지되었다.
분분한 의견에도 명징한 건 이념 앞에 인간이 있으며 이유 없는 살생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공연을 통해 유년기 즐겼던 트립합을 높은 수준의 라이브 형태로 되새길 수 있었다. 동시에 대중음악의 표현 수위와 이에 대해 여러 고민이 남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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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