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각 6월 20일 멕시코 몬테레이 인근 과달루페에서 열린 2026 FIFA 월드컵 F조 일본-튀니지 경기에서 일본의 우에다 아야세(18번)가 팀의 네 번째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AP
일본 축구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거(EPL)의 숫자만 '두 자릿수'를 넘기는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일본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토미야스 다케히로는 잉글랜드 크리스탈 팰리스 이적이 사실상 확정됐다. 높은 공신력을 자랑하는 유럽 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자신의 SNS를 통해 "토미야스가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한다. 런던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했고, 48시간 안에 계약서에 서명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토미야스가 팰리스에 입단한다면 1년 만의 EPL 복귀가 된다. 토미야스는 2018년 벨기에 신트트라위던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볼로냐를 거쳐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잉글랜드 명문 아스널 소속으로 활약한 바 있다. 지난 2025-26시즌에는 네덜란드 AFC 아약스에서 뛰었으나 부상으로 시즌 9경기 출전에 그쳤고 다시 자유계약 선수 신분이 된 상태였다. 토미야스가 팰리스에 가세한다면 미드필더 카마다 다이치와 함께 일본인 듀오가 한 팀에서 활약하게 된다.
EPL은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1위를 자랑하며 현재 세계 최고의 빅리그로 꼽힌다. 지난 시즌까지 EPL에서 활약한 일본인 선수는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카마다 다이치(팰리스), 엔도 와타루(리버풀), 다나카 아오(리즈 유나이티드) 4명이었다.
여기에 지난 7월 모리타 히데마사가 포르투갈 스포르팅에서 EPL 승격팀 헐시티로, 마에다 다이젠이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EPL 입스위치로 이적했다. 타카이 코타는 독일 뮌헨글라트바흐에서 임대를 갔다가 올시즌 원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로 복귀했다. 사카모토 타츠히로는 소속팀 코번트리 시티가 지난 시즌 챔피언십(2부) 우승을 차지하며 올시즌 1부인 EPL로 승격하게 됐다.
토미야스에 이어 지난 2025-26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득점왕이었던 공격수 우에다 아야세(페예노르트)도, 일본 국가대표 동료 미토마가 소속된 브라이턴 등 여러 잉글랜드 구단의 러브콜을 받으며 이적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아직 유럽축구 여름 이적시장이 한달이나 남은 상황에서 토미야스와 우에다의 이적이 모두 성사된다면 일본인 프리미어리거의 숫자는 단숨에 1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일본 축구가 단일 시즌에 두 자릿수 프리미어리거를 배출하게 된다면 아시아 국가로는 사상 최초가 된다.
일본 축구는 프리미어리거만이 아니라도 이미 전에 없는 '유럽파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유럽 5대 빅리그 기준(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현역 일본인 유럽파의 숫자만 무려 29명에 이른다. 여기에 중소 리그까지 포함하여 1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 일본인 유럽파는 76명, 2.3부 하부 리그까지 범위를 넓히면 120여 명이 넘는다. 이제 일본은 순수 유럽파만으로도 국가대표 스쿼드 3팀을 만드는 게 가능할 정도로 차원이 달라진 두꺼운 선수층을 보유하게 됐다.
일본은 축구계 차원에서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로 유소년 선수들이 J리그에서 데뷔하고 해외 리그로 바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났고, 이제 유럽 대부분의 리그에서 일본 선수들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를 맞이했다. 지난 북중미 월드컵 일본 대표팀에서도 자국 J리거는 3명에 불과했고, 필드 플레이어부터 골키퍼까지 모두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로 주전 진용을 꾸렸다. 일본 축구가 100년이라는 장기 계획을 준비해서 차근차근 단계별로 성장 시스템을 갖추며 전력을 끌어올린 결과다.
반면 이웃나라이자 라이벌인 대한민국의 유럽파 현황은 걱정스럽다. 한때 한국 축구는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 안정환, 설기현, 기성용, 이청용 등 수많은 엘리트급 선수들을 배출하며 해외파의 질적인 측면에서 일본을 능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10여 년간 한국 축구의 아이콘으로 군림하던 손흥민이 2025년 토트넘을 떠나 미국 LAFC로 이적했다. 황희찬은 소속팀 울버햄턴의 강등, 엄지성은 스완지시티의 1부 승격 실패로 나란히 다음 시즌 2부에서 뛰게 됐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2005년 박지성-이영표 이후 무려 21년 만에 프리미어리거 제로(0) 시대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나마 유망주인 양민혁(토트넘), 김지수(브렌트퍼드)가 있지만 지난 시즌까지 임대를 전전할 만큼 아직 팀 내 입지가 확고하지 않고 다음 시즌에도 1군에서 출장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는 두 선수 모두 올 시즌에도 하부 리그 혹은 해외 리그로 재임대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현재 유럽 무대 1.2부 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선수는 총 32명, 이중 5대 빅리그 소속으로 한정하면 8명으로 일본 유럽파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과의 스쿼드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유럽파 선수로는 독일의 최고명문 바이에른 뮌헨의 센터백 김민재, 최근 프랑스 PSG를 떠나 스페인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한 이강인, 북중미 월드컵 이후 5대 빅리그팀에 버금가는 포르투갈 명문 FC포르투로 이적한 황인범, 독일에서만 8년째 활약중인 베테랑 이재성 등이 건재하지만, 문제는 이강인을 제외하면 모두 어느덧 30대라는 점이다.
결국 이들 이후 빅리그 진출이 기대되는 새로운 차세대 육성이 시급하다. 오현규(튀르키예 베식타스), 엄지성(잉글랜드 스완지시티), 양현준(스코틀랜드 셀틱), 이한범(벨기에 클럽 브뤼헤) 등 향후 빅리그에 진출할 만한 재능을 갖춘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돕고 현재 K리그에서 유럽 무대를 꿈꾸는 잠재력 있는 유망주들의 해외 도전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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