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여자배구 슈퍼매치, 완패했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제주 한라체육관 이틀간 5310명 관중… 파이프 공격·아포짓 강화 숙제 확인

 오사카 팀, 가운데 17번이 후무쿠라 선수... 2026 한·중·일 여자배구 톱 클럽 슈퍼매치 제주 대회(2026.8.1)
오사카 팀, 가운데 17번이 후무쿠라 선수... 2026 한·중·일 여자배구 톱 클럽 슈퍼매치 제주 대회(2026.8.1)오사카 배구단 SNS

한국 V리그 팀들이 완패했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제주에서 배구 국제대회가 열린 것도 의미 있었고, 팬들의 열기도 상당했다.

한국, 중국, 일본 리그를 대표하는 여자배구 프로팀들이 맞대결을 펼치는 '2026 한·중·일 여자배구 톱 클럽 슈퍼매치 제주대회'가 지난 1~2일 이틀 동안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성공리에 치러졌다.

취지에 걸맞게 상하이 브레이트 유베스트, 오사카(JT) 마블러스, 흥국생명, 현대건설로 최근 중국, 일본, 한국 리그에서 우승 전력이 있는 최정상급 프로팀들이 출전했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 여자배구의 경쟁력 강화, '김연경 레거시'의 확장 등의 성격을 담고 있다. 오사카, 상하이, 흥국생명은 '배구 황제' 김연경(38·192cm)이 선수로 활약했고 모두 눈부신 업적을 남긴 팀이기 때문이다. 김연경도 1일 경기장을 찾아 '개막 시구'를 했고, 경기를 관전하며 팬들과 함께했다.

​여러 흥행 요소가 결합하면서 V리그 비시즌 기간에 열린 대회임에도 제주 한라체육관은 이틀 동안 관중 5310명을 기록했다. 평균 관중이 2655명으로, 지난 시즌 V리그 여자부 평균 관중 2465명보다 많았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나오거나, 김연경이 전광판에 비출 때마다 뜨거운 환호를 뿜어냈다.

'선수단 전원' 제주 온 오사카... '스피드 배구' 진수

 흥국생명-오사카 선수단, 경기 후 단체 사진(2026.8.1)
흥국생명-오사카 선수단, 경기 후 단체 사진(2026.8.1)흥국생명 배구단 SNS

경기 결과는 오사카, 상하이가 각각 흥국생명, 현대건설에 모두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경기 수준도 이들이 왜 일본, 중국의 최정상급 팀인지 잘 보여줬다. 오사카는 공격의 빠르기와 다양성, 수비 조직력, 연결의 정확성 등에서, 상하이는 장신 선수들의 타점 높고 강한 공격 파워, 탄탄한 블로킹 등으로 V리그 팀을 압도했다.

특히 두 팀은 한국보다 장신이든 단신 선수든 유럽·남미 배구 강국의 핵심 공격 옵션인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을 자주 구사했다. V리그 팀들과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대목이었다.

이는 한국 배구가 국제대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없다시피 한 파이프 공격과 허약한 아포짓 공격수는 장기판에서 한 수 아래인 사람이 차포까지 떼고 두는 격이기 때문이다.

오사카의 경기력에 주목한 이유는 또 있다. 현재 팀 소속 선수 13명 전원이 함께 왔고, 지난 시즌 일본 SV.리그에서 맹활약한 주전 멤버가 대부분 경기를 뛰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웃사이드 히터 하야시(27 ·173cm), 다나카(30·170cm), 미들블로커 오야마(25·177cm), 세터 히가시(26·160cm), 리베로 메구로(30·170cm)는 지난 시즌 SV.리그에서도 오사카의 주전 멤버였다.

그리고 이번 대회 최고 화제의 선수는 후쿠무라 고유미(20·178cm)였다. 1990년대 여자배구 '호남정유 왕조' 시대의 전반기를 이끌었고, 1993년도에 한국 대표팀 선수로 활약했던 김호정(56·171cm)씨의 딸이기 때문이다.

후쿠무라, 일본 대표팀에도 발탁... '롤모델 김연경' 앞 기량 입증

 현대건설-오사카 경기 장면(2026.8.2)
현대건설-오사카 경기 장면(2026.8.2)오사카 배구단 SNS

엄마의 운동 유전자를 물려받은 후쿠무라는 일본 여자배구 성인 대표팀에 발탁될 정도로 특급 유망주가 됐다. 실제로 일본 대표팀으로 가는 엘리트 코스를 그대로 밟아왔다.

후쿠무라는 일본 최고 권위의 '전 일본 고교 선수권 대회(하루코 대회)'에서 슈지츠 고교의 주 공격수로 맹활약하며 2004년 대회 우승과 함께 MVP를 수상했다. 이후 2025년 U21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일본 대표팀에 발탁됐고, 주전 아포짓으로 맹활약했다. 이 대회에서 일본은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또 한 번 세계 배구계를 놀라게 했다. 결국 일본 SV.리그 프로팀인 오사카가 시즌 도중인 2025년 2월에 후쿠무라를 영입했다.

그리고 후쿠무라는 2025년 4월에 '2025년도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 상비군(롱리스트)'에 이시카와 마유, 사토 요시노 등 현 일본 대표팀 핵심 선수들과 함께 발탁됐다. 비록 국제대회에서 최종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지만, 일본 대표팀도 주목하는 선수인 건 분명했다.

사카이(45) 오사카 감독도 이번 제주 슈퍼매치에서 후쿠무라를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기용하고, 전 경기를 풀로 뛰게 했다. 올 시즌부터 주축 선수로 성장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오사카는 아웃사이드 히터에 하야시, 다나카, 후쿠무라 3명밖에 없다.

후쿠무라는 1일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12득점을 올리며, 후루카와 15득점, 다나카 12득점과 함께 탄탄한 공격 삼각편대를 형성해 팀 승리를 합작했다. 2일 현대건설과 경기에서도 세터가 아포짓과 중앙 공격 위주로 토스를 했음에도 10득점을 기록했다. 2006년생으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공격 스피드, 파워 등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후쿠무라는 2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롤모델로 김연경을 꼽기도 했다. 그는 "(김연경은) 뛰어난 선수이지 않나. 체력이나 멘탈적으로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저도 나중에 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받고, 팀 중심을 잡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신 토털 배구' 상하이... 정관장 중후이도 참관

 흥국생명-상하이 선수단, 경기 후 단체 사진(2026.8.2)
흥국생명-상하이 선수단, 경기 후 단체 사진(2026.8.2)흥국생명 배구단 SNS

상하이는 지난 시즌에 무려 '25년 만에' 중국 리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 리그 우승은 김연경이 맹활약한 2017-2018시즌에 17년 만에 차지한 바 있다.

그런데 상하이는 이번 제주 슈퍼매치에서 주전 선수들의 공백이 가장 큰 팀이었다. 지난 6~7월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에서 중국이 4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던 아포짓 양수밍(18·192cm), 미들블로커 왕아오쳰(19·195cm), 천허우이(21·195cm), 리베로 주싱천 4명이 오는 21일 열리는 아시아선수권 대회 중국 대표팀의 훈련에 합류했다.

지난 시즌 상하이 팀의 주장이자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였던 중후이(29·182cm)는 지난 4월 한국 V리그 정관장의 아시아쿼터로 영입됐다. 현재 정관장 팀에 합류했다. 1일에는 한라체육관을 찾아 김연경과 반갑게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그럼에도 상하이는 중국 여자배구의 장점들을 국내 팬들에게 유감없이 선보였다. 특히 지난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중국 대표팀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던 가오이(28·195cm)는 차원이 다른 속공 파괴력과 블로킹으로 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아웃사이드 히터 장이원, 자오저시, 아포짓 왕인디, 미들블로커 류쩌위, 세터 황신웨도 인상 깊은 활약을 보여줬다.

한편, 이번 제주 슈퍼매치에 대해 오사카, 상하이 선수단은 꽤 만족감을 표시했다. 하야시는 5일 자신의 SNS에 "한국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 매우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밥도 맛있었다"고 올렸다. 후쿠무라도 SNS에 "많은 것을 배우고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대회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글로 "감사합니다. 제주, 최고였습니다"고 썼다.

흥국생명, 현대건설도 얻는 것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강서우, 이한비, 흥국생명 변지수는 올 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무엇보다 한국 여자배구가 국내는 물론 국제 대회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자신들보다 수준 높은 팀들과 많은 경기를 통해 직접 부딪쳐야 한다.

처음에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대결 횟수가 쌓이면 어느 시점에 간격은 좁혀지기 마련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 배구는 세계 상위권 수준인 데다 스타일도 정반대이기 때문에 국내 선수들에게 최상의 '레벨 업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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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레이크뉴스에도 실립니다.
김연경 KOVO V리그 후쿠무라 슈퍼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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