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체로 컴백한 레드벨벳, 여름의 온도를 바꾸다

[신작 리뷰] 2년 2개월만에 완전체 음반 'Velvet Summer' 발표

 새 음반 'Velvet Summer'를 발표한 레드벨벳
새 음반 'Velvet Summer'를 발표한 레드벨벳SM엔터테인먼트

이른바 '서머 퀸'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케이팝 걸그룹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노리는 계절의 타이틀이 됐다. 하지만 같은 여름을 노래해도 레드벨벳(아이린-슬기-웬디-조이-예리)이 만들어내는 계절은 언제나 조금 달랐다. 강렬한 청량감으로 승부하는 팀이 있다면, 레드벨벳은 음악과 콘셉트, 그리고 다섯 멤버의 보컬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색감으로 자신들만의 세계를 완성해 왔다.

레드벨벳이 약 2년 2개월 만에 완전체로 선보인 새 음반 <Velvet Summer - Summer Mini Album>는 그런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작품이다. 지금도 7~8월이면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빨간 맛'(2017), 'Power Up'(2018), '음파음파'(2019) 등을 앞세웠던 5인조 그룹은 이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계절을 소비하지 않는다.

모처럼의 신작을 통해 레드벨벳은 한낮의 태양보다 해 질 무렵의 노을, 들뜬 설렘보다 오래 남는 여운을 선택했다. 음반 발매 직전 멤버들 스스로도 언급했듯이 제목처럼 '레드'보다 '벨벳'의 질감이 한층 짙게 묻어나는 여름의 정취가 이번 작품에 담겨 있다.

보사노바로 가미한 노을빛 해변의 정취
 레드벨벳의 신곡 'Surfin' Boy' 뮤직비디오
레드벨벳의 신곡 'Surfin' Boy' 뮤직비디오SM엔터테인먼트

타이틀곡 <Surfin' Boy>는 노을 지는 해변에서 자유와 여유를 만끽하는 성숙한 어른의 휴식 같은 분위기를 담아낸다. 보사노바 기타 위에 레게 리듬과 하우스 그루브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편곡은 기존 케이팝 여름 노래의 직선적인 전개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담겼다.

시원하게 치고 나가기보다 여유롭게 흘러가며 반복해서 들을수록 매력이 살아나는 구성도 인상적이다. 여기에 다섯 멤버의 탄탄한 보컬 하모니는 곡 전체를 안정감 있게 이끌며 레드벨벳만의 색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는 세이렌과 인어 모티프를 활용해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완성했다. 눈부신 햇살 뒤로 스치는 서늘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는 레드벨벳 특유의 상큼함과 데뷔 12년 차 팀이 지닌 고혹적인 분위기가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기존 서머송의 표현 영역을 한층 넓혔다는 평이다.

탄탄한 수록곡의 구성
 새 음반 'Velvet Summer'를 발표한 레드벨벳
새 음반 'Velvet Summer'를 발표한 레드벨벳SM엔터테인먼트

신곡 <Surfin' Boy>에서 주목할 사항 중 하나는 멤버 조이가 단독 작사로 참여해 음악적 성장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가장 뜨거웠던 여름을 되돌아보며 다시 한번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 가자는 메시지는 단순한 계절송을 넘어 시간이 흐른 뒤에도 꺼내보고 싶은 추억처럼 다가온다.

이번 새 음반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강점은 수록곡의 탄탄한 구성이다. 총 5개의 트랙은 제각각 개성 넘치는 장르를 표현했지만, 모두 여름이라는 하나의 계절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낸다. 'Hot Girls Cold Vibe'는 중독성 있는 베이스와 반전 있는 전개로 여름밤의 자유로운 에너지를 표현한다.

뒤이어 소개되는 3번 트랙 'Orchestra'는 영화 음악가 헨리 맨시니의 'Lujon'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고혹적인 분위기로 리스너들을 매료시킨다. 'Hula Hoop'는 따뜻한 기타와 경쾌한 멜로디로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인연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Hawaii'는 현실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자는 담백한 위로를 전하며 잔잔하게 마무리한다.

'데뷔 12주년' 서머 퀸의 품격
 레드벨벳의 새 음반 'Velvet Summer' 표지
레드벨벳의 새 음반 'Velvet Summer' 표지SM엔터테인먼트

늘 그래왔듯 레드벨벳은 계절을 소비하는 방식에서도 자신들만의 문법을 구축해 왔다. 뜨겁기보다 부드럽고, 화려하기보다 깊은 감성을 선택한 <Velvet Summer>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속도감 대신 원숙미를 더한 데뷔 12년 차 그룹의 내공은 음반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보사노바를 시작으로 클래식 재해석, 댄스, 어쿠스틱 사운드까지 이어지는 다섯 트랙은 각기 다른 색깔을 지녔지만 하나의 풍경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화려한 기교를 앞세우기보다는 완성도 높은 구성과 탄탄한 보컬을 통해 작품 전체를 탄탄하게 지탱한다.

언제부터인가 케이팝 시장에서 '서머송'은 강렬한 중독성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앞세운 음악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그런데 레드벨벳은 그 흐름을 따라가기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커지는 음악을 선택했다. <Velvet Summer>는 단순히 여름만을 위한 '계절 음반'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쌓아온 팀의 정체성과 음악적 성숙함을 가장 레드벨벳다운 방식으로 풀어낸 결과물로 기억될 만 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레드벨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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