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 크루앙빈
염동교
"아마도 펜타포트 사상 최대 정보값 / 사회와 정치, 인간에 관한 지구촌 전시장 / 가슴에 파문을 남긴 프레이저의 천사 같은 음성"
민망하지만 토요일 헤드라이너인 매시브 어택의 콘서트 직후 개인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문장이다. 대중음악 콘서트가 사회성과 정치성을 얼마나 밀어붙일 수 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한 자리였다.
야외 공연이라고 믿기 힘든 소리는 음원에서도 엿볼 수 있는 편집증적 면모. 시계바퀴 돌아가듯 정교하게 직조된 차가운 음향에 여러 객원 가창자가 온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자메이카 출신 레게 뮤지션 호레이스 앤디와 드림팝 레전드 콕토 트윈즈의 보컬 엘리자베스 프레이저와 소울풀한 데보라 밀러가 각기 '걸 아이 러브 유(Girl I Love You)'와 '티어드랍(Teardrop)', '언피니쉬트 심퍼씨(Unfinished Sympathy)'에서 각자의 개성을 드러냈다.
서프 뮤직과 라틴어를 활용한 재기 넘치는 언어, 펑크 등 2-3분대 짧은 곡조 안에 다양성을 추구한 픽시즈는 그들이 왜 1990년대 미국 록계의 중요한 이름인지를 입증했다. 편곡을 바꿔 두 차례 연주한 '웨이브 오브 뮤틸레이션(Wave of Mutilation)', 이쁘장한 선율의 '히얼 컴즈 유어 맨(Here Comes Your Man)', 베이시스트 엠마 리차드슨의 외침이 빛났던 '헤이(Hey)'가 셋리스트의 순도를 유지했다.
밴드의 구심점 블랙 프랜시스는 마치 연기하듯 스토리텔링의 가창을 들려줬다. 기타리스트 조이 산티아고는 쓰고 있던 모자를 피킹에 이용하는 재기 넘치는 연주를 들려줬다. 엠마 리차드슨은 킴 딜과 킴 섀턱같은 한 가닥하는 픽시즈 베이시스트 자리를 이어 나갔고, 만 64세로 팀 내 최고령 구성원인 데이비드 로버링도 정력적 연주로 리듬의 탑을 쌓아 나갔다. 2025년 11월 5일 도쿄 롯폰기에서 보았던 픽시즈 콘서트에 이어 다시금 명곡 '디베이저(Debaser)'를 듣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별 네 개를 주고픈 퍼포먼스였다.
펜타포트의 변화들
▲2026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 픽시즈
염동교
기타리스트 함춘호를 비롯한 올스타 세션과 함께 이채롭고 농익은 음악색을 나타낸 장필순이 무대에 등장했다. 기타리스트 윤병주를 중심으로 1996년 데뷔작 < 노이즈가든(nOiZeGaRdEn) > 발매 30주년을 맞은 노이즈가든 등 국내 베테랑 아티스트들은 여전한 정력과 음악성으로 후배의 귀감이 되어주었다. 마이클과 브라이언 다다리오 형제로 구성된 미국 록밴드 레몬 트위그스는 내내 비틀스와 비치 보이스스러운 사운드로 청중을 타임머신에 태운 채 모두를 1960년대로 이송시켰다.
최근 정규 4집 < 0집 >을 발매한 '페스티벌의 왕자' 이승윤과 프론트퍼슨 윤민의 카리스마를 앞세운 터치드, 공연 말미 정규 3집을 프로모한 실리카겔은 국내 페스티벌 신 중심축답게 구름 같은 인파를 그러모았다.
유수의 아시아 페스티벌에서 당당히 헤드라이닝을 수행하는 혁오는 여러 명의 연주자가 이국적인 소리를 빚어내며 트라이벌 뮤직을 자아냈으며, 관악기가 주도하는 쏜애플 신곡 '아카시아'는 과거 그들의 소리와 비교했을 때 사뭇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귀환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와 '오리엔탈 디스코 특급' 속 아라비아풍 멜로디는 얼마 전 모로코 여행을 상기했다.
최근 토킹 헤즈 데이비드 번이 설립한 레이블 월드비트 레이블 루아카 밥에 스카우트된 이날치는 특유의 한국적 미학을 '스탠리 1913' 스테이지에 풀어헤쳤다. 미국의 식음료 용기 브랜드 스탠리 1913은 올해 펜타포트의 스폰서 중 하나. 40년 내공을 공유한 타지마 타카오의 원맨밴드 오리지널 러브는 후반부에 명곡 '셋푼(Seppun)'을 선사했고, 야나세 지로가 이끄는 5인조 밴드 벳커버!!!는 제한 장치 없고 전위적인 록을 펼쳐 보였다. 두 걸출한 일본 음악인이 돋보인 일요일이었다.
▲2026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 장필순과 함춘호염동교
2026년 5월 30일과 5월 31일 양일에 걸쳐 열린 2026 아시안 팝 페스티벌과 마찬가지로 펜타포트도 현시점 아시아 대중음악의 지형도를 제시했다. 아시아의 여러 축제가 선별한 밴드를 만날 수 있었는데, 오는 11월 대만의 파이어볼에 참가하는 대만의 메탈밴드 플래시 쥬서와 일본 텔레비전 뮤직 채널 스페이스 샤워로부터 초빙한 복고풍 일본 록밴드 네버 영 비치가 라인업에 국제성과 다문화성을 불어넣었다. 드림시어터를 연상하게 하는 강력한 프로그레시브 록을 선보인 인도네시아 싱어송라이터 이스야나 사라스바티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라라라 페스티벌의 큐레이션.
행정 운영상의 개선도 돋보였다. 입장 구역을 둘로 나눠 동선의 혼란을 예방했으며 공연 종료 후 퇴장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몇몇 지인에 의하면 셔틀버스도 차질없이 운행했다고.
무자비한 더위를 완전 극복하기란 불가능하나 충분한 쿨 존으로 휴식을 담보했다. 뙤약볕이 정점에 오르는 오후 2시 전후로 운영되는 살수차와 공연 시 뿌려주는 워터캐논에 잠시나마 숨을 돌렸고, 어느덧 펜타포트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듯한 소방차도 분주하게 잔디밭을 가로지르며 열일했다. 푸드 앤 비버리지도 예년에 비해 기다림이 덜 했다.
근래 넘쳐나는 대중음악 축제 사이에서 펜타포트의 지위는 공고하다. 너무 덥고 라인업이 개인 취향에 덜 맞아도 록 마니아에겐 일종의 의식처럼 매년 거치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고무적인 건 2026 펜타포트가 소비자의 습성에 기대 기존에 안주하기보단 개선과 보완을 꾀했다는 점. 펜타포트의 역사를 어떻게 존속시키고 발전시킬지에 대한 기획자와 주최사, 소비자 사이 건강한 담론이 오간다면 30주년과 40주년도 결코 꿈은 아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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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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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인천 가는 까닭... 펜타포트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