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에 원정까지... '오디세이' 논란? 한 번에 정리해 드립니다

[리뷰] 영화 <오디세이>

 영화 <오디세이> 스틸컷
영화 <오디세이>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오디세이>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20년 동안 품어온 영화적 꿈을 현실로 완성한 21세기 신화다. 구전설화의 원형이자 영감을 준 서양의 고전을 현대의 가치에 맞게 각색한 영리함이 돋보인다. 현대 사회의 중요한 덕목인 '약속'의 중요성을 톺아보며 인간 본성을 탐구한다.

10년 동안 트로이 근처를 맴돌던 오디세우스는 제우스 법(손님 환대)을 이용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오히려 자신이 상처 입으며 고통에 시달린다.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도 거짓말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게 된다. 윤리적인 고민과 대의 사이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는 고통의 얼굴이 전시되며 전쟁의 무의미함이 강조된다.

20년 걸린 귀환 서사

 영화 <오디세이> 스틸컷
영화 <오디세이>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트로이 전쟁에 나간 오디세우스(맷 데이먼)는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에게 오래 걸릴 것을 예감하고 재혼하라며 떠났다. 8년 전 승전 소식을 들었으나 이타카에서는 오디세우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가운데, 공석인 왕위를 두고 원로들의 압박과 청혼이 이어진다.

구혼자들의 리더 안티노오스(로버트 패틴슨)의 계략과 낭비에 참다못한 왕자 텔레마코스(톰 홀랜드)는 아버지의 생존을 확인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트로이 전쟁의 전우 메넬라오스(존 번탈)를 찾아 활약 소식을 듣고 돌아온다.

그 시각 오디세우스는 귀향길에 올랐다. 지친 병사를 이끌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정박한 섬에서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를 해쳐 포세이돈의 분노를 산다. 바다의 신의 눈 밖에 난 오디세우스의 귀향은 이후 험난하다.

이후 라이스트리고네스 족의 위협, 마녀 키르케의 주술, 세이렌의 유혹, 소용돌이 카리브디스, 여섯 머리 달린 괴물 스킬라, 헬리오스의 소를 거치며 죽을 고비를 넘겨 고향에 도착하지만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과감한 현대적 재해석

 영화 <오디세이> 스틸컷
영화 <오디세이>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놀런 만의 재해석이 더해진 현대적 각색은 단순히 3천 년 전에 쓰인 고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스크린에 옮긴 성과를 넘어선다. 대서사시의 압축과 스토리텔링의 방향성을 스크린으로 마주하는 기회다. 172분에 녹여내는 재주는 고전 각색 이정표가 될 만하다.

이번에도 시간 마법사란 별칭답게 <메멘토> <테넷>에서 보여준 시간과 기억의 기법과 <덩케르크>에서 다룬 하늘, 바다, 육지의 세 시점을 이용했다. '시간'은 이번에도 교차되고 편집되어 왜곡된다.

영화는 총 세 파트로 이루어졌다. 귀향길에 나섰던 오디세우스가 서서히 기억을 되찾는 과정과 아들 텔레마코스가 아버지의 흔적을 쫓으며 듣게 되는 전설이 두 트랙으로 진행된다. 종국에는 오프닝의 음유시인과 연회 장면으로 돌아오며, 오디세우스의 귀환과 가족 상봉이 맞물려 수미상관을 이룬다.

놀런이 신화를 재해석한 각색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오디세우스를 전쟁 영웅에서 선택의 결과와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간으로 그렸다는 점이다. <오디세우스>는 <오펜하이머>의 고뇌와 닮았다. 오펜하이머를 결점투성이 인간으로 묘사했던 것처럼, 오디세우스에게도 신의 법을 어긴 대가, 전쟁의 죄책감에 짓눌린 나약한 인간의 얼굴을 투영했다.

둘째는 트랜스젠더, 다인종 인물의 캐스팅이 신화의 본질을 흐렸다는 지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란성 쌍둥이 설정의 흑인 배우 헬레네, 트로이 목마의 미끼인 시논, 오디세우스의 동양인 부하 등은 서사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스토리의 흐름상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적절한 캐스팅이었다는 평가다.

마지막은 여성의 욕망과 미의 기준 변화다. 왕비 페넬로페는 출장 간 남편을 기다리는 수동적 여인이 아니다. 20년 동안 쌓은 지혜와 노하우에도 왕이 되지 못하는 강력한 욕망이 드러나는 인물이며 주체성을 지닌 캐릭터다. 재혼 압박에 달리는 모멸감 속에서도 카리스마를 내세우고, 아들 텔레마코스가 소년에서 남성이 되는 데 원동력이 된다.

아이맥스로 봐야 할까?

 영화 <오디세이> 스틸컷
영화 <오디세이>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

최소한의 CG로 진짜를 담는 집념은 여전하다. <인터스텔라>의 30만 평 옥수수밭, <덩케르크>의 옛 함선과 수많은 엑스트라, <테넷>의 격납고 비행기 폭발, <오펜하이머>의 핵폭발 등 실제 로케이션 및 세트 제작으로 리얼리티를 추구했다.

인류 최고의 고전을 최신 기술로 스크린 앞에 세운 <오디세이>는 AI 시대를 역행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정수다. 놀런의 연출 철학과 집념의 정점을 확인할 기회다. 희소성은 보편적 가치 위에 브랜드가 되었다.

놀런 감독은 IMAX 70mm 필름으로 91일간 촬영해 첫 아이맥스 필름 영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무게감과 소음, 발열을 이겨내는 최신 기술을 도입해 경이로운 화면을 선사한다. <오디세이>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모든 장면을 촬영했기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전 세계적으로 IMAX 70mm 필름 상영이 가능한 극장은 41개로 미국에 25개가 있다. 황홀한 경험을 위해 일부 관객은 타지역으로 원정을 떠나기도 하고, 암표가 성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41개국에 포함되지 않으나, 1.43:1 화면비를 가장 유사하게 구현할 수 있는 용산 아이맥스관이 적합하다는 후문이다.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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