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청각 접근성 개선' 프로젝트, 현장 목소리 들어보니

JYP-히어사이클, 스트레이 키즈 월드투어 공연에서 청취 보조 기술 적용... "가사 전달력 잘 느껴졌어요"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은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의 월드 투어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글로벌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취재진이 난청인 관객석에 합류하여 별도 헤드폰과 수신기를 착용하고 직접 사운드를 모니터링하는 모습.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은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의 월드 투어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글로벌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취재진이 난청인 관객석에 합류하여 별도 헤드폰과 수신기를 착용하고 직접 사운드를 모니터링하는 모습.공익저널 차종관

"원래 공연을 볼 땐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느낄 법한 울림과 진동이 심했어서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오늘은 노래와 반주가 아주 깔끔하게 들려서 정말 놀랐어요."

지난 7월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은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의 월드 투어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글로벌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무더운 날씨 속 인파 사이에서 여느 K팝 공연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공간이 눈길을 끌었다. 바로 '공연 접근성 부스'다.

해당 부스는 JYP 엔터테인먼트가 사단법인 히어사이클과 함께 청각 접근성 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마련했다. 국내 공연장 환경에 차세대 청취 보조 기술인 '오라캐스트(Auracast)'를 적용하여 청각에 제약이 있는 관객의 공연 관람 경험을 향상 하기 위한 것이다.

현장에서 난청인 관객들을 응대한 우승호 히어사이클 대표 역시 7살 때 난청을 진단 받고 26살에 인공와우 수술을 한 청각장애 당사자다. 취재진을 만난 우승호 대표는 "다음세대재단 지원사업인 '임팩트 비기닝 블루'를 통해 JYP와 연결됐고, 누구도 소리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비전이 서로 맞물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JYP와의 협업을 통해 아이돌 콘서트장의 뜨거운 열기를 난청인도 비장애인 관객과 함께 느끼는 청취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무대 원음을 귀로 직접 송신

그동안 난청인에게 대형 콘서트장은 거대한 소음의 벽이었다. 스피커에서 출력 되는 사운드가 공간에 반사되어 웅웅 거리는 울림을 만들고, 관객들의 환호성과 강한 베이스 진동이 뒤섞여 아티스트의 목소리나 가사를 분별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무대 음향 콘솔에서 나오는 깨끗한 원음을 오라캐스트 송신기에 직접 연결해 무선 신호로 방송하는 방식을 취했다. 오라캐스트는 블루투스 SIG가 2022년에 개발해 2024년 본격 출시한 차세대 방송형 오디오 기술로, 1대 N 연결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고품질 음원을 동시에 전송할 수 있다.

관객이 대여 받은 전용 수신기와 목걸이형 '넥루프'를 착용하면, 수신기에서 변환된 자기장 신호가 보청기나 인공와우 내 텔레코일(T-mode) 기능을 통해 주변 소음 없이 귀로 바로 들어간다. 우승호 대표는 "볼륨 비율을 관객 스스로 설정하면 현장 관객들의 함성을 함께 느끼면서도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바로 또렷하게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공연장에는 청각 접근성 인프라가 의무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 공연장에는 관련 설비가 전무해 구역 설정부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특히 2.4GHz 대역을 사용하는 수많은 무선 카메라, 와이파이, 관객들의 블루투스 신호 간섭이 걸림돌이었다고 한다. 송신기 1대당 커버리지가 현장 신호 간섭으로 인해 100m에서 40~50m로 축소되자, 히어사이클 측은 관객석에 송신기를 다중 배치하여 신호 안정성을 확보했다.

또한 콘솔에서 수음된 음량이 급격히 커질 때 발생하는 신호 피크가 청력을 손상 시키지 않도록 섬세한 조율이 이뤄졌다. 우승호 대표가 현장에 상주하며 오디오 믹서를 직접 모니터링하고 하이 프리퀀시 피크 구간의 주파수를 조절하여 잔존 청력을 보호하고 안전한 청취 환경을 만든 것이다. 우승호 대표는 "이러한 현장 기술 지원과 더불어 현장에서 인공와우 내 텔레코일(T-mode) 상태를 점검하고 대응할 청각 접근성 매니저를 양성하는 사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청각 보조 시스템으로 듣는 아티스트의 목소리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은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의 월드 투어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글로벌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난청인 관객석에 설치된 오라캐스트(Auracast) 송신기의 모습.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은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의 월드 투어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글로벌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난청인 관객석에 설치된 오라캐스트(Auracast) 송신기의 모습.공익저널 차종관

히어사이클의 초청으로 현장에 참가한 취재진은 난청인 관객석에 합류하여 별도 헤드폰과 수신기를 착용하고 직접 사운드를 모니터링 했다. 사전 영상 상영 시에는 음성과 반주, 배경음이 모두 선명하게 전달됐으나, 현장 라이브 구간으로 넘어가면서 기술적 한계가 관찰됐다.

전반적인 음질은 저가형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낮은 비트레이트 음원을 듣는 듯 정교함이 떨어졌다. 보컬과 반주가 연이어 겹치거나 음량이 커지면 소리가 지글거리며 뭉개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또한 현장 스피커 특유의 서라운드 울림이 사라지고 밴드 사운드가 다소 따로 노는 느낌을 줬다. 관객들의 함성 역시 무전기 잡음처럼 처리되는 등 현장의 생동감을 완벽히 담아내지는 못했다. 소리의 전달력은 보컬, 기타, 신디사이저, 베이스, 드럼 순으로 우수했다.

그러나 아티스트 음성을 알아듣는 것이 수월했고, 일상적인 멘트와 랩은 현장음보다 더욱 명료했다. 난청인들이 가사나 멘트를 놓치기 일쑤였던 기존 공연장과 달리, 이번 공연에서는 청각 보조 시스템 덕분에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명확히 구분하고 음악의 진도를 따라갈 수 있었다.

평소 콘서트를 자주 다녔던 인공와우 착용자 안아무개씨는 "기존에는 멘트의 30%만 알아들어 주변 반응을 살피며 한 박자 늦게 눈치껏 따라 웃곤 했는데, 오늘은 멘트를 80~90% 이상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 밴드 세션 소개 무대에서 그동안 소음처럼 느껴지던 악기 소리들이 깨끗하게 걸러 들어와 충격적이고 감동이었다"며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무조건 갈 의지가 있다"고 전했다.

초등학생인 김아무개군은 "이전 다른 공연보다 가수의 목소리가 바로 앞에서 듣는 것처럼 선명하게 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아티스트가 '소리 질러'라고 외쳤을 때 망설임 없이 바로 반응할 수 있어서 좋았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 1일자 공연을 관람한 스트레이 키즈 팬 유아무개씨는 "이전에는 아티스트의 소감이나 가사 뉘앙스를 파악하기 힘들어 어디에 호응해야 할지 몰라 붕 떠진 느낌이었다"면서 "청각 보조 시스템을 착용하니 무대를 안 보고 있어도 '승민'이나 '현진'이의 파트인 걸 확실히 알 수 있었고, '최애' 곡인 'CREED'와 '신선놀음'의 가사 전달력이 잘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공연 당일(1일)이 팬클럽 '스테이(STAY)'의 생일이라 멤버들이 케이크도 준비하고 앵콜 팬송을 불렀는데, 멤버들의 멘트가 잘 들려 감정 이입을 한 채 바로 대답할 수 있어서 같은 공간에 와 있음을 확실히 느꼈다"고 전했다.

시스템 안착을 위한 과제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은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의 월드 투어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글로벌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연 접근성 부스의 모습.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은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의 월드 투어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글로벌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연 접근성 부스의 모습.공익저널 차종관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는 일부 보청기 기기의 소프트웨어 설정이나 인공와우 내 텔레코일(T-mode) 미연동으로 수신기와 직접 연동되지 못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이는 보청기 자체에 기능이 있더라도 개별 사용자의 소프트웨어가 최신 상태로 업데이트 되지 않았거나 사전 설정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다.

우승호 대표는 사용자 환경을 둘러싼 생태계의 협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보청기나 인공와우 기기 자체에 텔레코일이나 오라캐스트 기능이 탑재되어 있더라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미비하거나 텔레코일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이나 센터 단계에서 기기를 처음 맞출 때 텔레코일 기능을 사전에 활성화하고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등 전반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사단법인 무의의 홍윤희 이사장과 유시아 활동가도 함께 참여해 공연을 직접 관람하고 청각 접근성 개선의 의미를 짚었다.

유시아 활동가는 "돈을 내고 가는 관객이 '괜히 갔다가 불편하지 않을까' 망설이게 할 것이 아니라 기획 주체가 선제적으로 범용성을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휠체어 접근성이 열악했을 때 직접 가서 요구하며 바꾸어 왔던 경험이 있다"며 "팬덤은 공감대 형성과 단결력이 뛰어나므로 소속사가 장애 접근성 노력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비장애인 팬덤의 인식을 깨우는 강력한 키 포인트가 된다"고 전했다.

홍윤희 이사장은 "청각장애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 장애라 당사자가 먼저 와서 요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법 제정보다 기업이나 공공 기관이 스스로 내부 규정과 관행을 바꿔 인프라를 여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다"라며 "과거 서울시설공단이 고척돔 내부 규정을 바꿔 휠체어석 미오픈 관행을 근절했던 것처럼 민간의 선도적 노력이 큰 변화를 이끈다"고 말했다. 또한 "엔믹스(NMIXX) 멤버 배이가 수어에 관심을 가져 팬덤의 인식을 깨운 것처럼 아티스트와 기업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JYP 엔터테인먼트는 ESG 경영 확립 차원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데이식스(DAY6) 원필 솔로 콘서트 파일럿 당시 높은 만족도를 확인한 후 영케이(Young K), 트와이스(TWICE), 스트레이 키즈 등 하반기 콘서트 전체로 적용을 전격 확대했다.

특히 JYP는 EDM(Every Dream Matters!·세상의 모든 꿈은 소중하다) 사회공헌 사업으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병원의 인공와우 수술 담당 의료진과 교수진을 이번 콘서트 현장에 직접 초청했다. 의료진이 현장에서 오라캐스트 청취 보조 시스템의 작동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함으로써, 향후 환자들에게 인공와우 수술을 시행할 때 텔레코일 기능을 기본으로 활성화해 주도록 당부하기 위함이다.

김미경 JYP 지속가능경영팀장은 "타 엔터사 ESG 담당자들과도 현장에서 공연 접근성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며 "공연장 내 청각장애인 지정석 마련을 위해 인스파이어 아레나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은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의 월드 투어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글로벌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연장 전경의 모습.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은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의 월드 투어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글로벌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연장 전경의 모습.공익저널 차종관

포용적 문화의 새 지평

JYP와 히어사이클은 지난 5월 1일부터 3일까지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DAY6 원필 솔로콘서트 청각 접근성 개선 파일럿 프로젝트 당시 난청인 관객 14명(이전 공연 경험 비교 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설문 결과 오라캐스트 도입 전 관객의 88.9%가 스피커 울림과 퍼짐을, 66.7%가 가사 분별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반면 오라캐스트 도입 후 음향 선명도 상승 평가 100%, 소리 지연 무방해율 100%, 전반적 프로그램 만족도 93%, 향후 재이용 의향 100% 등의 긍정적 수치를 기록했다.

기술을 통한 소리의 전달은 청각장애인들에게 단순한 음악 청취를 넘어 사회적 소속감과 삶의 설렘을 되찾아주고 있다. 오라캐스트 이용 관객의 50%가 실시간 문자 통역(STT) 병행을 추가 요청함에 따라, 향후 오디오와 시각을 아우르는 통합 배리어프리 표준 모델 구축이 이어질 전망이다. 우승호 대표는 "앞으로는 청력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 트로트, 재즈, 클래식으로 영역을 넓히고 외국인 관객을 위한 통역 채널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까지 시스템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공익저널에도 실립니다.
난청인 KPOP 스트레이키즈 JYP 히어사이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익 저널리스트 차종관입니다. 시민사회·사회연대경제·임팩트생태계 등을 출입하며 사회변화를 기록합니다. 대학언론의 위기, 주체적인 죽음 설계, 취약계층 주거권 보장 등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는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대학원에서는 당사자언론을 연구합니다. 대학 내 언론자유 및 민주주의, 지속가능한 시민공익활동에 관한 정책 제안에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