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떠나는 아빠에게 건넨 증명사진 한 장

[이 장면 이후 우리 사회는] SBS <김부장>,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마음은 언제 보이기 시작하는가

[이 장면 이후 우리 사회는] 영화, 방송, 책등 작품 속 한 장면을 통해, 오늘의 사회적 장면과 감정의 흐름을 살펴봅니다.[기자말]
가장 늦게 알게 되는 것은, 떠난 사람의 소중함이 아니다.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의 마음이다. 가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안다고 믿는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밥을 같이 먹고, 같은 집으로 돌아와도 그 사람이 얼마나 오래 혼자 버티고 있었는지는 뒤늦게야 알게 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마음은, 가까이 있을수록 더 늦게 보인다.

SBS 드라마 <김부장>은 그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한 사람의 이야기다. 시작부터 거침없는 액션으로 시청자를 끌어당긴다. 소지섭이 연기한 김부장은 압도적으로 강하고, 봉인해 두었던 힘을 하나씩 꺼낼 때마다 통쾌한 대리만족을 안긴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무게는 싸움이 아니라, 끝내 보지 못했던 마음을 마주하는 데 있다.

엇갈림

김부장 스페셜티저
김부장스페셜티저SBS

모든 것은 딸을 지키려던 한 번의 선택에서 시작됐다.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하던 김민지(서수민)는 결국 가해 학생을 크게 다치게 한다. 하지만 상대는 건설회사 회장의 딸이었다. 사안이 학교폭력위원회로 넘어갈 상황에서, 김부장(소지섭)은 더 큰 화를 막기 위해 상대 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카메라는 숙인 김부장의 머리와 그 모습을 바라보는 민지의 얼굴을 한 화면 안에 붙든다. 민지는 굳게 입을 다문 채 흔들리는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본다. 김부장은 끝내 그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다.

"적어도 아빠만큼은 날 믿어 줬어야지."

민지의 이 말은 원망이라기보다 무너진 믿음에 가깝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빠만은 자신의 편일 것이라는 믿음.

"자식을 위해서라면 부모의 자존심은 중요하지 않아. 내 자존심은 너야."

뒤늦게 김부장은 딸에게 문자를 보낸다. 문자는 도착했지만 민지의 표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민지의 외로움은 그날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역할

김부장 하이라이트
김부장하이라이트SBS
"민지 아빠로 살아 주세요."

민지가 납치되자 김부장은 오래 덮어 두었던 과거를 다시 꺼낸다. 북한 공작원이었다가 귀순한 뒤 남한의 특수 요원으로 살아온 그는, 정체를 숨긴 채 평범한 저축은행 부장으로 살아왔다. 죽어가는 아내 임유진(서지혜)은 마지막으로 부탁했다.

"과거는 다 잊고 민지 아빠로 살아 주세요."

그 부탁은 김부장에게 새로운 삶을 허락한 말이었다. 동시에 다른 이름들을 모두 내려놓으라는 약속이기도 했다.

그러나 딸을 찾기 위해서는 그 약속을 스스로 깨야 했다. 박진철(윤경호)과 성한수(최대훈), 오래전 특수 임무를 함께했던 동료들이 다시 모인다. 김부장도 오래 내려놓았던 자신을 다시 꺼내 든다. 드라마는 이때 가장 화려한 액션을 펼친다. 주먹 한 방에 사람들이 나가떨어지고, 벽이 부서지고, 수십 명의 적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액션은 이어지지만, 우리의 시선은 조금씩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적이 몇 명 쓰러졌는지가 아니라, 김부장이 살아서 민지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를 걱정하게 된다.

김부장 하이라이트
김부장하이라이트SBS

"통화 기록도 아빠밖에 없네."

딸을 찾던 중, 민지의 휴대전화를 손에 넣은 남자가 무심하게 말한다. "통화 기록도 아빠밖에 없네. 친구도 하나 있는데 걔한테도 이용당하는 것 같던데." 휴대전화 속에는 아빠의 이름만 거의 남아 있었다. 그 통화 기록이 민지의 오랜 외로움을 드러낸다.

주강찬(주상욱)과 마주한 싸움은 그래서 이전의 싸움과 다르다. 참아 왔던 분노가 한꺼번에 터지고, 그는 주먹을 멈추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드라마는 그의 주먹보다 시선을 붙든다. 김부장의 시선이 민지에게 멈춘다. 방금 전까지 전장을 압도하던 표정에 처음으로 망설임이 스친다. 그를 멈춘 것은 특임국도, 함께 싸운 동료들도 아니었다. 지켜보던 민지였다.

하지만 돌아온 그를 부르는 이름은 같지 않았다. 국가에겐 여전히 간첩이자 공작원이었고, 다시 이용해야 할 사람이었다. 민지에게 그는 끝까지 아빠였다.

기다림

김부장 하이라이트
김부장하이라이트SBS

"기다릴게. 아빠잖아. 다른 사람 아빠도 아니고 내 아빠니까 돌아올 수 있어."

모든 싸움이 끝난 뒤에도 김부장은 민지 곁에 머물 수 없다. 다시 떠나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민지는 이 한마디만 남긴다. 처음 김부장이 무릎을 꿇던 날, 민지는 아버지를 잃었다고 생각했다. 이제 다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지만, 이번에는 붙잡지 않는다. 기다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싸움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오래 남는 것은 총성이 아니라 "기다릴게"라는 한마디다.

국가에겐 김부장이 끝까지 공작원이었지만 민지는 떠나는 아빠의 손에 증명사진 한 장을 쥐여줬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블로그 https://blog.naver.com/ezmind921에도 실립니다.
김부장 소지섭 서수민 실종아동 아버지와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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