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68만 '스파이더맨' , 올해 개봉작 중 최고 된 이유

[리뷰]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이하 스파이더맨 4)가 지난 29일 개봉했다. 개봉 첫날 68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개봉작 중 첫날 관객수 최다 기록을 세웠다. 히어로 무비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을 뿐 아니라 침체기를 나고 있는 영화계 전체에 대한 신호로 보인다. 최종 흥행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벌써 긍정적인 관람후기가 온라인에 상당하다.

사실 이번 '스파이더맨 4'의 성공유무는 팬들뿐 아니라 배급사 소니픽처스 더 나아가 디즈니 마블에게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금년 최고의 빅 이벤트 어벤져스 둠스데이의 개봉이 채 반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히어로 장르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둠스데이의 성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간접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작품에 바뀐 감독부터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톰홀랜드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전작 3편은 모두 존 왓츠 감독이 맡아왔다. 그런데 스파이더맨 4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연출한 데스틴 크리튼이 새롭게 메가폰을 잡았다. 이는 특히 액션신이 많은 이번 영화에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피터의 고군분투

 뉴욕 빌딩 숲 사이를 웹스윙을 통해 속 시원히 활강하는 모습을 실컷 볼 수 있다.
▲뉴욕 빌딩 숲 사이를 웹스윙을 통해 속 시원히 활강하는 모습을 실컷 볼 수 있다.소니픽처스코리아

영화의 톤도 잘 잡았다. 비교적 가벼운 청춘물의 색깔을 담아냈던 전작들과 달리 4편은 부쩍 어두워진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영화 오프닝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어두운 테마 음악과 함께 마블 로고가 등장한다. 이는 영화에서 곧 확인하게 될 주인공 피터 파커의 내면 상태에 대한 복선이었다.

스파이더맨 4는 3편의 마지막 장면으로부터 4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다.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잊히는 길을 택했던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 낮에는 묵묵히 대학원생의 삶을, 밤에는 뉴욕을 지키는 가면 쓴 수호자의 역할을 해낸다. 악당들을 소탕하는 그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피곤함과 외로움이 공존한다.

뉴욕의 경찰과의 공조를 통해 베테랑 협력자가 된 그. 경찰은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을 해결해 낸다. 그러나 피터는 매일 밤 공허함을 느낀다. 과거 그를 지지해 주었던 가족, 연인, 친구들 중 누구도 남아있지 않아서다. 많은 뉴욕 시민들이 그를 좋아하고 응원하며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라 부르고 있지만 정작 피터는 마음을 기댈 이웃이 없다.

이를 자책이라도 하듯 피터는 워커 홀릭처럼 더 많은 범죄자를 소탕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기이하고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알 수 없는 어떤 존재가 초능력을 이용해 사람들의 정신을 조종해 도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스파이더맨은 좌절과 성장을 다시 한번 겪게 된다는 게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이미 예고편에서 언급된 것처럼 피터 파커는 몸 내부의 거미 DNA가 이상 반응을 일으키게 되면서 정체성의 혼란까지 생긴 상황이다. 여러 명의 적과 싸우는 동시에 자신과도 싸워야 하는 피터의 고군분투가 눈물겹다.

이번 스파이더맨 4의 가장 큰 장점은 그동안 마블 시리즈 하면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이른바 '진입장벽' 낮다는 점이다. 아니 거의 없는 수준에 가깝다. 마블의 충성 팬들조차 혀를 내두르게 했던 '멀티 유니버스' 개념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른 마블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같은 스파이더맨 시리즈조차 보지 않은 관객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충 스파이더맨이 거미줄 쏘는 능력이 있다는 정도만 안다면 영화를 보는 데 큰 지장이 없다.

 거미가 고치를 찢고 나오듯 주인공 피터 파커도 급격한 성장통을 겪어낸다.
▲거미가 고치를 찢고 나오듯 주인공 피터 파커도 급격한 성장통을 겪어낸다.소니픽처스 코리아

스파이더더맨 4는 이번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먼저, 액션신이 정말 잘 뽑혔다. 오랜 기간 MCU 속 스파이더맨 역할을 해온 톰 홀랜드. 워낙에 딱 맞는 배역이라 그가 스파이더맨이고 스파이더맨이 그임을 이제는 부정할 수 없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도 매력이 있지만 이제는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을 당연 첫 번째로 꼽는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다.

덕분에 스파이더맨의 액션 장면들은 이질감이 별로 없다. 예고편에서의 액션 장면은 약과에 불과하다. 뉴욕 고공빌딩 숲 사이를 활강하는 모습으로 스크린이 가득 채워져 시원함을 선사해 준다. 이 영화를 꼭 영화관에서 보기를 추천하는 이유다. 스파이더맨은 러닝타임 내내 이른바 웹스윙을 통하여 좌우와 수직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빈다.

볼거리만 풍부한 게 아니다. 거미줄처럼 촘촘한 서사로 두 번째 토끼마저 잡았다. 이전 영화들에서도 스파이더맨은 꾸준히 성장을 하는 캐릭터였다. 더구나 첫 등장에서 미성년자였던 터라 피터 파커에게 성장 서사는 당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전작들과의 차별점이기도 한데 꽤 급진적으로 성장한다. 흡사 진화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초인적 스파이더맨으로서의 능력이 크게 향상될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피터 파커의 내면 역시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 불의의 사고로 메이 숙모를 떠나보낸 게 피터에 있어 첫 번째 성장의 터닝 포인트였다면, 이번 영화 속에서 그가 이루게 될 성장 역시 그에 못지않다. 처절하고 힘겹게 고치를 뚫고 나오는 한 마리 거미 그 자체다.

사실 후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부분이 이 영화의 유일한 호불호 포인트가 될 듯하다. 주인공 피터의 성장에 집중하다 보니 화려한 액션의 볼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빌런의 무게감은 덜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다 적지는 않지만 빌런의 악랄함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물론 이와 별개로 빌런 역할을 맡은 배우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 냈다.

우연히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되어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돕게 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 이번 스파이더맨 4는 영웅과 보통의 청년 사이에서의 정체성을 고민한다. 누군가의 친절한 이웃이기 전에 본인 역시 공동체의 일원임을 깨닫게 되는 피터의 모습에서 성장이 아닌 성숙을 보게 된다. 푹푹 찌는 여름,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혹은 가까운 친구들과 시원한 영화관에서 스파이더맨 4를 관람하는 것은 어떨까? 빌딩 숲 사이를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의 활강 액션이 확실한 피서를 선사해 줄 것이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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