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더 높은 곳을 꿈꾼다. 더 많은 돈, 더 큰 명예, 더 높은 자리. 권력을 손에 넣으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경쟁하고, 때로는 누군가를 밀어내면서까지 앞으로 나아간다.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 곧 성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은 정말 행복할까. 높은 자리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자리다.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고, 잠시 방심하는 순간 자신의 목숨마저 잃을 수 있는 세계. 어쩌면 권력은 축복이 아니라 가장 무거운 짐인지도 모른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은 겉으로는 궁중 정치와 사랑을 함께 다루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사랑보다는 권력에서 파생된 저주다. 그리고 그 권력의 한가운데 서 있는 왕의 얼굴은 많은 것을 보여준다. 모두가 왕이 되고 싶어 하지만, 정작 왕은 누구보다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었다.
[첫 번째 감정] 왕의 두려움
▲시리즈 <동궁> 장면
넷플릭스
왕(조승우)은 가장 강한 사람이다. 하지만 시리즈를 다 보고 먼저 드는 생각은 왕이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왕은 누구보다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왕좌의 권력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그 권력이 가장 위태로운 자리이기도 하다. 왕이 되지 못하면 죽고, 왕이 된 뒤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의심해야 하고,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 버려야 한다.
그래서 왕의 선택은 잔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리즈는 이를 단순한 악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왕은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권력을 붙잡아야 하는 사람이다. 권력을 놓는 순간 자신도, 자기 가족도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은 그를 점점 더 고립시킨다. 그의 눈빛이 번뜩이는 순간도 있지만, 두려움에 흔들리는 순간도 많다. 그런 이중성은 시리즈 전반에 왕의 태도가 변해가면서 잘 드러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조승우가 연기한 왕의 주변을 가득 메운 악귀들의 이미지였다. 그 장면은 단순한 연출처럼 보이지 않았다. 왕좌에 오르기까지 희생된 사람들, 권력을 위해 흘린 피와 죄책감이 저주라는 형체를 만든 것처럼 느껴졌다. 왕관은 영광의 상징이 아니라 수많은 원혼을 짊어진 저주처럼 보였다. 결국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은 가장 많은 것을 짊어진 사람이기도 했다. 결국 왕좌를 차지한 뒤에도 그의 두려움은 끝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그토록 왕이 되려 했던 걸까.
[두 번째 감정] 생강의 희생
▲시리즈 <동궁> 장면
넷플릭스
생강(노윤서)은 권력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녀가 끝까지 붙잡으려 하는 것은 사랑이다. 하지만 궁궐 안에서 사랑은 가장 약한 감정이다. 사랑은 쉽게 이용당하고, 정치의 도구가 되며, 누군가를 흔들기 위한 약점이 된다. 생강은 자신의 진심을 지키려 하지만, 권력이 움직이는 세계는 진심조차 계산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생강은 귀신의 소리를 듣는다는 이유로 궁 밖으로 내몰렸지만, 자신의 아버지인 왕과 할머니에 대한 애틋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들의 어두운 면을 하나둘씩 알게 될 때마다 생강은 실망감과 슬픔을 느낀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믿고 의지했던 그들의 진짜 모습이 생강의 마음을 약하게 만든다.
그래서 생강의 슬픔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녀는 권력을 탐하지 않았지만, 결국 권력 때문에 가장 큰 상처를 입는다. 사랑은 사람을 살리는 감정이라고 믿었지만, 시리즈는 사랑 역시 권력 앞에서는 너무나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생강은 끝까지 사람을 믿으려 한다. 왕과 궁궐사람들에게 다가오는 저주를 끊으려 노력하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려 한다. 그래서 그녀가 끝내 자신을 희생하며 악귀와 싸우는 모습은 왕과 가족의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처럼 느껴진다.
[세 번째 감정] 구천의 선택
▲시리즈 <동궁> 장면넷플릭스
구천(남주혁)은 권력보다 사람을 먼저 바라보는 인물이다.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 탓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권력에는 아무 관심이 없기에 중립의 태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중립이라는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조차 누군가의 편에 서는 일이 된다. 그래서 그는 끝없이 선택해야 한다. 누구를 지킬 것인지, 무엇을 버릴 것인지, 어떤 진실을 파헤쳐 세상에 공개할 것인지.
구천의 선택은 영웅적인 결단이라기보다 인간적인 고민에 가깝다. 그는 권력을 얻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은 예의 없고 게으르게 보이는 그는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생강을 자꾸 밀어내지만, 생강이 가지고 있는 주변 사람에 대한 진심과 자신에 대한 따뜻한 태도를 보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선택들은 자신의 생명과 양기를 갉아먹지만, 그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래서 구천은 이 이야기에서 가장 인간적인 인물처럼 보인다. 권력을 원하지 않았던 사람이 결국 가장 많은 사람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게 된다. 그것은 왕을 위한 선택도, 궁궐을 위한 선택도 아니다. 생강이 끝까지 보여준 따뜻한 마음이 구천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은 거대한 권력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진심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시리즈는 구천을 통해 조용히 보여준다.
권력은 그저 저주였다
<동궁>은 궁중 로맨스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권력에 대한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다. 정치극이라고만 말하기에도 부족하다. 이 작품은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인간이 무엇까지 포기할 수 있는지를 퇴마라는 장르적 장치를 이용해 풀어낸다. 왕이 되는 과정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피와 의심, 배신으로 가득 차 있어 보다 보면 역함이 올라온다. 그래서 시리즈는 권력을 축복이 아니라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저주처럼 그려낸다.
시리즈 전반적으로 웅장한 궁궐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보단, 그 안에 숨어 있는 검은 불안과 저주를 더 느끼게 한다. 특히 조승우가 연기한 왕을 둘러싼 악귀들의 이미지는 작품 전체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화려한 왕좌 뒤에는 수많은 희생과 죄책감이 남아 평생 괴롭힌다는 사실을 단 한 장면으로 보여준다. 권력은 사람을 가장 높은 곳으로 올려놓지만, 동시에 가장 깊은 외로움 속으로 밀어 넣는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조승우는 왕의 위엄을 보여주면서도, 사실은 두려움 속에 갇혀 매 순간 걱정하고 있다는 걸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조승우가 표현한 왕은 강해 보이면서도 끊임없이 흔들린다. 이 시리즈의 중심인 생강과 구천을 맡은 노윤서와 남주혁은 시리즈 초반에는 다소 어색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후반부에는 극에 녹아들어 보는 이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각 인물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쌓아 올리며 권력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배우들의 얼굴에 담겼다.
무엇보다 <동궁>이 오래 남는 이유는 권력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가장 불안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권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날의 최고 권력자 역시 비슷한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지 않을까. 수많은 정치 라이벌을 밟고 올라선 자리 역시 어쩌면 필연적으로 저주가 따라붙는 자리일 것이다. 권력이라는 왕관은 영광이 아니라 책임이고, 그렇게 얻은 힘은 자유가 아니라 끝없는 두려움이라는 것을 시리즈는 말하고 있다.
결국 <동궁>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정말 권력을 원했던 걸까. 아니면 권력이 가져다줄 것이라 믿었던 행복을 원했던 걸까. 그리고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이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면, 우리는 과연 그 왕관을 끝까지 쓰고 싶을까. 시리즈를 보면서 자꾸만 권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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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영화와 시리즈 속 감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단순한 이야기보다, 우리의 삶과 감정을 비추는 거울처럼 바라봅니다.
브런치에 영화 감성 리뷰와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으며,
영화 속 감정을 담은 첫 에세이집 《그럴 때, 나는 그를 떠올렸다》를 출간했습니다.
레빗구미라는 이름으로,
영화가 남긴 감정과 삶의 이야기를 오래 기록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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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쥐면 행복할까? 조승우가 택한 이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