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많은 인기와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리면 드라마의 배우들과 제작진은 휴양지로 포상휴가를 떠나기도 한다. 반면 예능은 아무리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다 고해도 출연자와 제작진이 포상휴가를 떠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예능 프로그램이 종영한다는 건 곧 프로그램의 인기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예능은 한창 인기가 있을 때 출연진과 제작진이 휴식을 취하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다.
전성기 때 '국민예능'으로 불리던 <무한도전>이나 '공개 코미디의 정점'이었던 <개그콘서트>도 떨어지는 인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종영하는 일이 발생하자 최근엔 예능에서도 '시즌제'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1박2일>과 <삼시세끼> <히든싱어> <바퀴 달린 집> <어쩌다 사장> <SNL 코리아>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신서유기> 등 많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즌제로 제작됐다.
그리고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은 남성 출연자들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영자와 김숙, 이수지 등 여성 예능인들이 많은 활약을 하지만 여전히 핵심 출연자들은 남성이 훨씬 많다. 이처럼 남성 위주의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에 오는 30일 3번째 시즌의 첫 방송을 앞둔 '여성 주도형(?)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3>가 더욱 주목된다.
신선함과 한계가 공존했던 여성 예능들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결성된 프로젝트 걸그룹 '언니쓰'는 <뮤직뱅크>에 출연하며 음방 데뷔에 성공했다.
KBS 화면 캡처
사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들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실제로 망가지고 웃기는 게 직업인 개그우먼들 외에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웃기고 망가지는 사람'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면 본업 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무한걸스>와 <청춘불패> <비디오스타> 같은 여성 예능이 주목받기도 했지만 대부분 장수하지 못하거나 기존 예능의 스핀오프인 경우가 많았다.
2000년대까지 큰 힘을 쓰지 못하던 여성 예능은 2010년대부터 서서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제작에 탄력받기 시작했다. 2016년과 2017년 KBS에서 두 시즌에 걸쳐 방송된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바쁘게 활동하느라 꿈을 이룰 시기를 놓친 여성 연예인들의 걸그룹 데뷔 도전기를 다뤘다.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걸그룹 '언니쓰'는 앨범 발표와 함께 음악 방송 출연의 꿈을 이뤘다.
지난 2021년 설 특집 파일럿 방송으로 시작해 그해 6월 정규 편성됐고 5년 넘게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골 때리는 그녀들> 역시 스포츠와 예능 요소를 적절하게 결합해 SBS의 장수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같은 선수들이 경기를 반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신생팀의 탄생과 승강제 도입, 선수들의 이적 등 실제 축구리그의 요소들을 배치하면서 시청자들에게 꾸준히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무한도전>을 연출했던 김태호PD가 이끄는 TEO에서 제작한 여성 예능 프로그램 <댄스가수 유랑단>이 tvN을 통해 방송됐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여성 댄스가수 김완선과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가 전국을 돌며 사람들의 일상으로 들어가 공연을 하는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광주광역시에서 진행된 유료 콘서트는 1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세 편의 정규 시즌과 두 편의 '시티투어' 시즌이 방송됐고 오는 9월 세 번째 스핀오프 방송을 앞둔 <식스센스> 시리즈는 '여성 예능'으로 구분하기엔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다. 남성 1명과 여성 4명으로 출연진을 꾸렸지만 1명의 남성이 4명의 여성 출연자보다 존재감이 훨씬 큰 '국민MC' 유재석이었기 때문이다. <식스센스>는 시즌2부터 남성 멤버 이상엽이 합류하면서 여성 예능으로서의 색깔이 더욱 얕아졌다.
염정아 중심으로 시즌 3개와 스핀오프까지 제작
▲<언니네 산지직송>의 맏언니 염정아는 2019년 <삼시세끼 산촌편>을 통해 예능을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준 바 있다.
tvN 화면 캡처
지난 2015년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을 앞세운 <삼시세끼-어촌편>의 성공을 경험한 tvN에서는 2024년 출연자들의 어촌 마을 생존기를 담은 여름 리얼리티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을 편성했다. '나영석 사단' 출신으로 2021년 <라켓보이즈>를 공동 연출했던 김세희PD와 <1박2일> <무한도전>의 작가였던 김란주 작가가 만든 <언니네 산지직송>은 방영 초기 '<삼시세끼> 여성버전'으로 불리기도 했다.
2024년 염정아와 박준면, 안은진으로 이어지는 3명의 여성 배우와 해군특수전 전단(UDT) 부사관 출신의 청일점 막내 덱스로 멤버를 꾸린 <언니네 산지직송>은 네 남매의 케미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최고 시청률 5.51%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작년에는 안은진과 덱스 대신 임지연과 이재욱이 합류한 <언니네 산지직송2>가, 지난 4월에는 해외로 장소를 옮긴 <언니네 산지직송 in 칼라페>가 방송됐다.
만으로 2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정규시즌 2편과 스핀오프 한 편이 제작된 <언니네 산지직송>은 30일 세 번째 시즌이 첫 방송된다. 모든 시즌에 빠짐없이 참여했던 박준면을 비롯해 시즌2의 임지연, 칼라페 편의 김혜윤, 시즌 1, 2의 청일점이었던 덱스, 이재욱이 하차하고 3대 영화제 여우조연상 수상자 김선영과 넷플릭스 드라마 <동궁>에 출연한 노윤서, <폭싹 속았수다>에서 양은명 역을 맡았던 강유석이 합류한다.
<언니네 산지직송>이 3번째 시즌까지 제작될 수 있었던 비결은 역시 '왕언니' 염정아의 존재가 결정적이다. 지난 2019년 윤세아, 박소담과 함께 <삼시세끼-산촌편>에 출연하며 예능 프로그램을 이끄는 능력을 인정받은 염정아는 <언니네 산지직송>에서도 밥상을 진두지휘하는 일잘러이자 염대장으로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했다. 물론 영화 <크로스2>도 하반기 공개를 앞두며 본업 활동도 충실히 하고 있다.
<언니네 산지직송3>에도 청일점 멤버 강유석이 출연할 예정이지만 작년 <알바로 바캉스>를 제외하면 예능 경력이 부족한 강유석은 <식스센스> 시리즈의 유재석 만큼 큰 존재감을 보여주기 힘들다. 따라서 <언니네 산지직송3>는 이전 시리즈들처럼 여성 멤버들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앞선 두 시즌을 통해 여성 예능의 매력을 보여줬던 <언니네 산지직송>은 시즌3에서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세 번째 시즌을 맞는 <언니네 산지직송>은 '터줏대감' 염정아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교체됐다.<언니네 산지직송3>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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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3 만들어낸 염정아 저력, 여성 예능 역사 이어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