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11.8%의 시청률로 막을 내린 <멋진 신세계>의 후속으로 웹툰 원작의 <김부장>이 편성됐을 때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높은 기대만큼 많은 우려를 드러냈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웹툰 원작 드라마는 지상파와 케이블TV, 종편, OTT 채널을 통해 차고 넘치게 많이 제작됐고 '40대 남자 주인공의 사이다 액션'이라는 장르 역시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부장>은 방영 후 단 2회 만에 시청률 15%를 돌파했고 4회 방송에서 시청률 20%의 벽마저 뚫었다. 물론 원작의 '김민지 납치' 편이 끝나고 8회부터 드라마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이어지면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지만 23.1%의 최고 시청률은 <펜트하우스2>(29.2%)에 이은 SBS 금토드라마 역대 2위 기록이다. <김부장>은 넷플릭스에서도 4주 만에 1억8900만 시간의 누적시청시간을 기록했다(넷플릭스 TOP10 집계 기준).
<김부장>은 김부장 역의 소지섭과 성한수 역의 최대훈, 박진철 역의 윤경호로 이어지는 '신감각 아빠 유니버스'를 표방하며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실제로 각 분야의 전설이었던 세 주인공은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힘을 합쳐 많은 위기를 헤쳐 나갔다. 하지만 <김부장>에서 세 명의 주인공을 괴롭혔던 악역들의 살신성인(?)이 없었다면 <김부장>은 지금처럼 크게 사랑 받은 드라마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주상욱] 아빠 3인방의 아이를 모두 납치한 메인 빌런
▲<김부장>의 메인 빌런 주강찬은 2022년 KBS 연기대상 대상에 빛나는 주상욱의 묵직한 연기를 만나 더욱 존재감이 커졌다.
SBS 화면 캡처
주상욱은 <대군-사랑을 그리다>에서 수양대군, <태종 이방원>에서 이방원을 연기했지만 수양대군과 이방원은 역사적으로 완전한 악인으로 분류하긴 힘든 복합적인 인물들이다. 지난 2015년 드라마 <화려한 유혹>을 통해 만난 동료 배우 차예련과 2017년 결혼식을 올린 주상욱은 최근 아내 차예련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단골로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자상한 남편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주상욱에게 <김부장>의 주강찬 회장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주강찬은 250회 이상 진행된 원작 웹툰에서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김민지 납치' 편의 최종보스로 등장하는 인물로 김부장에게 처절한 패배를 맛본 후 자신의 회사까지 해체되면서 몰락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드라마 <김부장>은 '김민지 납치' 편을 중심으로 전체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주강찬의 비중이 드라마의 '최종빌런' 급으로 크게 늘어났다.
김민지(서수민 분)를 벽돌로 내리친 딸 주혜리(유지안 분)에 대한 삐뚤어진 부정으로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사주하던 주강찬은 '아빠 3인방'의 맹활약으로 민지가 구출된 후 김부장에 의해 '참교육'을 당한다. 특히 김부장에게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한 후 추한 모습으로 도망치다가 살아남기 위해 민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주강찬의 비굴한 모습은 <김부장>에서 가장 통쾌한 장면 중 하나였다.
김부장에게 참교육을 당하고 딸을 아끼는 아빠로 거듭난 원작과 달리 드라마에서의 주강찬은 김부장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성한수와 박진철의 아이들까지 납치하는 더 큰 범죄를 저지른다. 하지만 주강찬의 계획은 아빠 3인방의 작전에 의해 무산되고 결국 금이빨(조복래 분)의 칼에 찔린다. 주상욱은 처음부터 끝까지 악인이었던 주강찬 역할을 잘 소화하면서 <김부장>의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재용] 권력 쫓던 북한 고위 장교의 처참한 몰락
▲많은 작품에서 악역을 도맡아 했던 이재용은 <김부장>에서도 김부장과 박강성의 원수 리응령 역을 잘 소화했다.
SBS 화면 캡처
한국에서 가장 큰 재벌기업 총수와 이름이 같은 배우 이재용은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2000년대부터 영화와 드라마로 활동 범위를 넓혔고 특유의 날카로운 인상 때문에 악역을 많이 맡았다. 특히 영화 <친구>의 조직 폭력배 두목 차상곤과 드라마 <야인시대>의 미와 경부, <제5 공화국>의 이학봉 등 이재용이 연기한 캐릭터들은 20년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도 대중들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2023년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에서 양상수를 연기했던 이재용은 <김부장>에서 체육단원으로 뽑아주겠다는 거짓말로 김부장과 박영광(옥택연 분)을 발탁해 혹독한 훈련으로 남파 공작원으로 키우는 리응령 역을 맡았다. 리응령은 김부장과 박영광을 비롯한 남파 공작원들을 남한으로 보낸 후 남파 공작원이 온다는 정보를 대한민국에 전달해 작전 실패를 유도한 후 대남 첩보 총국장이 된다.
뿐만 아니라 박진철의 술집 난동으로 인해 김부장의 존재가 드러나자 김부장을 사살하기 위해 박영광의 동생이자 형 못지 않게 뛰어난 남파 공작원으로 성장한 박강성(김성규 분)을 남한으로 보낸다. 드라마 후반 남파 공작 정보를 대한민국에 흘린 사실이 발각된 후에는 자신을 체포하려던 군인들을 사살하고 남한으로 망명했고 공교롭게도 리응령의 경호 임무를 자신에게 원한이 있는 김부장이 맡게 됐다.
리응령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정보를 남한에 넘기고 제3국 망명을 요청하지만 김부장은 리응령을 형의 원수이자 리응령에게 가장 원한이 깊은 박강성에게 넘겨줬다. 박강성은 리응령을 북한의 해변에 버리는데 리응령은 체포되거나 도주 중 사살됐을 확률이 크다. 리응령을 연기한 이재용은 카리스마 넘치던 북한 고위 장교가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또 한 번 인상적인 악역 연기를 선보였다.
[이동하] 온갖 악행 도맡아 했던 주강찬의 그림자
▲후반으로 갈수록 존재감이 다소 약해졌지만 중반까지 이동하가 연기한 남실장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SBS 화면 캡처
<김부장>에는 소지섭과 최대훈, 윤경호, 주상욱, 손나은처럼 대중들에게 익숙한 배우들도 많이 나오지만 연기 경력이 짧은 신인 배우나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도 많이 출연했다. 실제로 김민지 역의 서수민과 주혜리 역의 유지안은 <김부장> 이전에 연기 경력이 전무한 신인이다. 김부장을 잡기 위해 민지를 납치했던 특임국장 강국철 역의 원현준도 대중들에게 익숙한 얼굴은 아니다.
<김부장>에서 주강찬 회장의 그림자이자 방패, 주학건설 비서실장 남실장 을 연기한 이동하 역시 마찬가지. 2008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해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동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아직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만한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그나마 이동하에 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사실은 지난 2023년 걸스데이의 맏언니 박소진과 결혼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김부장>은 이동하에게 매우 중요한 작품이었다. 사실 원작 웹툰에서의 남실장은 가상의 다국적 용병 기업 AKL 소속으로 활동하다 팀원들을 모두 살해하고 AKL에서 탈퇴한 업계의 전설적인 특수요원 출신이다. 남실장은 드라마에서도 무장한 특임국 요원들을 단신으로 쓰러트리는 뛰어난 전투력을 선보이지만 박진철과의 트럭 대결에서 '자기보다 더 쎈 놈을 본 표정'을 지으며 트럭 밖으로 나가 떨어진다.
원작에서 남실장은 박진철에게 패한 후 박진철의 부대로 들어가지만 드라마에서는 여전히 주강찬의 밑에서 일하며 성한수의 아들과 박진철의 딸을 납치한다. 아빠 3인방의 콤비 플레이에 철장이 무너지자 남실장은 박진철을 향해 엽총을 쏘지만 박진철이 이를 피하고 이어진 성한수의 발차기에 맞고 쓰러진다. 비록 증간보스급 악역이었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 이동하의 활발한 활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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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23.1% '김부장' 빛낸 악역 3인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