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해 남성이 많은 건 1980년대까지고 이후엔 없어지지 않았나요?
"뜻밖이죠. 하지만 팩트입니다. 이건 의견이 아니에요. 태아 성비 그래프를 보면 기가 막힙니다. 가장 극점을 찍은 게 1990년인데, 116이었어요. 그해 여자아이가 100명 태어나면 남자아이는 116명 넘게 태어났다는 뜻입니다. 자연적으로는 그렇게 될 수가 없어요. 자연 성비는 남성이 106명 정도로 조금 더 많이 태어나는 수준입니다. 116이라는 건 반드시 인위적인 작용이 들어간 겁니다. 바로 태아 성감별과 여아 선별 낙태였어요. 이게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는데, 그 시기에 태어난 이들이 지금 연애·결혼 적령기를 통과하고 있는 겁니다."
- 근데 1980년대에 심하지 않았나요?
"심했는데, 그때는 아이를 덜 낳아야 한다는 압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어요. 산아제한 구호가 계속 바뀌었는데 '셋도 많다, 둘만 낳아서 잘 키우자'에서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자'로 바뀌면서, 사회적 압력이 점점 덜 낳는 방향으로 갔습니다.
그게 가장 극심했던 때가 1990년대였던 거예요. 많이 낳으면 안 되니 하나만 낳아야 하는데, 그 하나가 여자아이면 안 된다는 압력이 작용한 거죠. 그래서 병원에 가서 계속 성별을 확인했던 겁니다. 그런 참혹한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이 지금 연애 적령기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윗세대의 선택이 지금의 연애 실종, 연애난의 1차 원인인 셈입니다."
- 기성세대의 가부장적인 사고가 여성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로 나오던데 그건 수도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서울은 워낙 대도시라 길거리에서 누가 누군지 몰라요. 신경 쓸 일이 없죠. 그런데 소도시로 들어가면 다릅니다. 저희가 취재한 경남 고성군은 인구가 4만~5만 정도밖에 안 되는 곳인데, 동네를 지나가면 서로 다 알아요. 결혼 적령기 여성을 보고 '시집가야지, 예뻐졌네' 하는 게 칭찬이라고 여겨지는 분위기죠.
나쁜 의도 없이 하시는 말씀이겠지만, '이렇게 살아야 돼'라는 옛 질서가 일상 대화 속에서 거침없이 드러나요. 얼굴 평가, 외모 평가도 일상이고요. 이런 사회적 압력이 특히 젊은 미혼 여성들에게 견디기 어렵게 작용한다는 게 취재하면서 만난 분들의 공통된 평가였습니다."
지쳐가는 청년들
- 부모와 함께 사는 것하고 연애가 어떤 연관이 있나요?
"인과관계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저희 조사를 보면 상관관계는 보입니다. 부모와 함께 사는, 독립하지 않은 미혼 자녀의 연애율이 혼자 사는 미혼 남녀의 연애율에 비해 현저하게 낮습니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어요."
- 연애하지 않는 20대 여성 4명의 이야기 들어봤잖아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연애는 매우 사적이고 내밀하고 감정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연애를 못 하는 사람도 있지만, 하지 않으려는 혹은 적어도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거든요. 그 목소리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대, 특히 여성들의 마음을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어요. 사회경제적으로는 약자인 20대, 비정규직, 비연애 상태의 여성 4명을 모아서 이야기를 들어본 겁니다."
- 여성이 연애를 안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선택지가 많아졌기 때문일까요?
"그런 측면이 있죠. 취재 중에 20대 여성 한 분이 했던 표현이 재미있었어요. '중년 남성은 결혼을 안 했다고 표현하지 않고 대부분 못했다고 표현한다'는 거예요. 결혼 안 한 중년 남성 연예인 기사에는 '형, 올해는 장가가자'는 댓글이 달리지만, 미혼인 중년 여성 연예인 기사에는 스타일이나 라이프스타일을 칭찬하는 내용이 나오지 '언니, 올해는 시집가자'는 댓글은 없다는 거죠.
여성은 워킹맘이 되든, 결혼 없이 커리어를 개척하든, 정상 가족을 이루든 다양한 삶의 모델이 존중받는데, 남성은 아직도 과거와 똑같은 모델만 주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사회적 압력이 남성에게는 그대로인데, 여성에게는 그만큼 분산됐다는 거죠."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KBS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나요?
"확실한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비정규직 경남 거주 용접공인 천현우씨도 연애를 못 하고, 서울대 재학생인 박동현씨도 연애를 못 해요. 이 친구는 너무 바빠서 '취업해야 되는데 연애?'라고 말할 정도거든요.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가진 게 적은데 서로 계속 비교하다 보니, 청년들이 지쳐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까지는 찾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명절에 만나 '왜 낭만이 없니, 연애 안 하니' 같은 질문은 안 하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고요. 영국이 '외로움부'까지 만들었던 걸 보면, 우리 사회도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를 향해 이 문제를 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진 게 많은 친구가 '연애는 후순위'라고 하는 건 본인의 선택이니 괜찮을 수 있어요. 오히려 그걸 강요하는 게 부당한 압력일 수 있고요. 하지만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들, 조건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사람들을 이대로 둬도 되는가는 조금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정도까지만 이번에 던졌습니다."
-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것 중에 얘기할 게 있나요?
"많죠. 지역사회 내부의 계층 분화, 그에 따른 연애 불평등, 이른바 '연애 지니 계수' 같은 표현까지 저희끼리는 생각했었는데, 그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지역에 내려간 공공기관이라고 봤습니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정규직들이 지역사회 원주민들과 연애할까요? 아예 안 합니다. 자기들끼리만 만나거나, 주중엔 거기서 지내다가 금요일 오후면 서울로 올라가 소개팅을 해요. 완전히 다른 세상인 거죠. 공공기관이 이전한 지 10년이 됐는데 취재 과정에서 이게 너무 분명하게 확인됐습니다. 다만 시간 관계상 방송에는 담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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