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문은 넓어졌지만...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엇갈린 성적표

[2026 FIFA 월드컵 결산 ③] 아프리카 10개국 중 9개국 32강 진출... 아시아는 32강서 전멸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난 첫 대회였다. 본선 진출권도 아프리카는 기존 5장에서 9장으로, 아시아는 4.5장(4개국 직행 + 1개국 대륙간 PO)에서 8.5장으로 크게 늘었다.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팀까지 아프리카 10개국과 아시아 9개국이 본선에 나섰다.

두 대륙 모두 기대를 걸 만한 근거가 있었다. 아프리카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모로코가 대륙 최초로 4강에 올랐고, 출전한 5개국이 모두 최소 1승을 거뒀다. 같은 대회에서 아시아도 한국과 일본, 호주가 나란히 16강에 진출하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냈다. 늘어난 진출권은 두 대륙의 경쟁력을 입증할 기회였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아프리카에서는 10개국 가운데 튀니지를 제외한 9개국이 32강에 진출했다. 반면 아시아는 일본과 호주만 조별리그를 통과했고, 두 팀마저 32강에서 탈락했다. 16강 진출국 수는 아프리카 2개국, 아시아 0개국이었다.

48개국 확대가 경기 수준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아프리카는 늘어난 기회를 경쟁력으로 바꿨다. 반면 아시아는 넓어진 본선의 문에도 불구하고 세계와의 격차를 실감해야 했다.

10개국 중 9개국 생존... 경쟁력 입증한 아프리카

아프리카의 약진은 특정 국가의 돌풍에 그치지 않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모로코, 코트디부아르, 이집트, 카보베르데가 조 2위로 32강에 올랐고, 콩고민주공화국과 가나, 알제리, 세네갈도 각 조 3위 가운데 상위 8개 팀에 포함됐다. 튀니지만 3전 전패로 탈락했다.

가장 멀리 나아간 팀은 모로코였다. 2022년 4강 신화를 쓴 모로코는 이번에도 네덜란드를 승부차기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이어 공동 개최국 캐나다를 3-0으로 완파하며 8강에 올랐고, 프랑스에 0-2로 패하며 대회를 마쳤다. 모로코는 지난 대회 한 차례의 돌풍에 그치지 않고 두 대회 연속 토너먼트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집트도 호주를 승부차기로 꺾으며 자국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승리했다. 16강에서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경기 종료 12분 전까지 2-0으로 앞섰다. 막판 세 골을 연달아 허용하며 역전패했지만 디펜딩 챔피언인 아르헨티나를 탈락 직전까지 몰아붙이며 저력을 입증했다.

32강에서 탈락한 팀들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세네갈은 벨기에를 상대로 경기 막판까지 2-0으로 앞섰고, 남아공은 개최국 캐나다를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까지 0-0으로 버텼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도 각각 노르웨이와 콜롬비아에 한 골 차로 패했다. 조별리그 통과 팀이 9개국에 달했다는 사실은 아프리카의 경쟁력이 일부 강호를 넘어 대륙 전반으로 넓어졌음을 보여줬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유럽 주요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유럽과 남미 유수의 국가들을 상대로도 경쟁력을 갖췄다. 과거 아프리카 축구를 설명할 때 반복되던 '신체 능력은 뛰어나지만 조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더는 들어맞지 않았다. 모로코의 안정적인 수비와 세네갈의 강한 압박, 이집트의 빠른 역습처럼 각 팀은 자신들의 장점을 분명한 전술로 구현했다.

다만 9개국이 32강에 오르고도 16강에 진출한 팀은 두 팀뿐이었다. 모로코도 8강에서 멈추며 2022년의 성적에는 미치지 못했다. 늘어난 경쟁력은 입증했지만, 이를 세계 최고의 레벨로 연결하는 일은 아프리카에 남은 다음 과제다.

9개국 출전에도 16강 '0'... 뒷걸음질 친 아시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6월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0대1로 패배한 뒤 아쉬운 듯 유니폼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6월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0대1로 패배한 뒤 아쉬운 듯 유니폼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연합뉴스

아시아의 성적표는 더욱 실망스러웠다. 2022년 세 나라가 16강에 진출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꺾었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번에는 역대 가장 많은 9개국이 출전하고도 단 한 팀도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조별리그를 통과한 팀은 일본과 호주뿐이었다. 일본은 32강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먼저 득점하며 이변을 꿈꿨지만 추가시간 역전골을 내줘 1-2로 패했다. 호주도 이집트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까지 갔으나 결국 탈락했다.

나머지 국가들의 성적도 아쉬웠다. 이란은 벨기에와 이집트, 뉴질랜드를 상대로 모두 비겼지만 승리 없이 탈락했다. 한국은 체코를 꺾고도 멕시코와 남아공에 연달아 패했고,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의 강호로 꼽히는 국가들도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이라크는 조별리그에서만 10골 이상을 실점하며 48개국 체제 하 참가국 간의 수준 차이에 대한 논쟁을 다시금 불러일으켰다.

처음 본선에 오른 요르단과 우즈베키스탄의 경험 부족만으로 아시아의 실패를 설명할 수는 없다. 한국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월드컵 무대를 꾸준히 밟아온 국가들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출전국 확대에 힘입어 참가 팀은 늘었지만, 정작 아시아 상위권의 경쟁력이 그만큼 함께 성장했는지는 의문을 남겼다.

그나마 일본은 세계적인 강호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이며 경쟁력을 입증했으나 결정적인 순간 상대에 밀리며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탄탄한 조직력과 활동량을 바탕으로 접전을 만드는 수준에는 도달했지만, 경기의 흐름을 바꾸거나 결정적인 순간을 해결할 개인 능력과 선수층에서는 여전히 차이가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가 접전의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본선 출전국이 9개국으로 늘어나며 아시아 축구의 저변은 확대됐지만, 32강을 넘어선 팀이 하나도 없다는 결과는 넓어진 본선 진출권이 곧 경쟁력 향상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아시아는 세계와의 격차를 줄였다는 평가를 받았던 2022년의 성과를 이어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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