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강인이 2026 북중미 월드컵 멕시코전에서 드리블하는 장면
대한축구협회
플랜 A의 일관된 고집
한국은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 체코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체코의 높이를 막지 못하며 선제골을 내줬지만 황인범, 오현규의 연속골로 중요한 승점 3을 챙겼다. 특히 손흥민을 과감하게 빼고, 오현규를 투입한 홍 감독의 용병술은 호평을 이끌어냈다.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는 첫 패배를 당했다. 개최국을 상대해야 한다는 지나친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라인을 내린 채 안정 지향적인 전술로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후반 초반 김승규 골키퍼의 실수로 선제 실점을 허용하며 팽팽했던 균형이 깨졌고, 장신 공격수 조규성을 투입해 반전을 노렸지만 끝내 전세를 뒤집지 못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쁘지 않은 행보였다.
마지막 남아공전에서는 대참사를 맞았다. 최소한 비기기만 해도 32강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서 0-1로 패했다. 시작부터 종료 휘슬이 울릴때까지 무엇하나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과 경기 운영의 연속이었다. 손흥민과 이재성을 선발에서 제외하고, 황희찬-오현규를 출전시킨 건 악수였다.
플랜A의 실패로 인해 후반 시작하자마자 3명을 한꺼번에 바꾸면서 교체 카드를 이르게 소진했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부상을 당한 김민재 자리에 공격수가 아닌 센터백 자원인 박진섭을 투입하며 이해하기 어려운 교체를 단행하기도 했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진 남아공을 상대로 역대급 졸전을 펼친 것이다.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비단 남아공전 한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고지대 적응이 안된 체코에 역전승을 한게 전부였을 뿐 전체적인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선제골을 내줬다. 이는 즉, 플랜 A의 실패를 의미한다. 한 가지 전술로는 어렵다고 강조한 홍 감독은 정작 월드컵 본선에서 3-4-2-1 포메이션만을 고집했다.
유연성 없는 전술 변화
A조에서 한국보다 스쿼드가 강한 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수비에 치중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나섰다면 충분히 많은 승점을 챙길 수 있었던 조 편성이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느린 템포, 안정 지향적인 경기 운영, 이강인에만 의존하는 패턴을 반복하다시피했다.
승패가 갈린 것은 감독의 차이였다. 멕시코와 남아공은 한국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멕시코의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에 대한 집중 견제를 우선시 했다. 이강인이 공을 왼발로 처리하는 것에 대비해 왼발 각도를 막아섰고, 거친 파울을 범하며 괴롭혔다. 한국은 이강인이 막히자 공격의 활로를 전혀 열지 못했다. 약속된 전술과 패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남아공의 휴고 브로스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예상한대로 나왔다"라며 한국전 승리의 원인을 분석했다. 홍 감독은 K리그 울산 시절부터 하프 스페이스 공략을 중요시했다. 그러나 멕시코와 남아공은 한국의 하프 스페이스 공격을 완벽하게 간파해 대비를 하고 나왔다.
경기 도중 플랜A가 실패하더라도 유연한 전술 변화와 선수 교체를 통해 경기 흐름을 바꾸는게 감독의 능력이다. 그런데 홍 감독은 3경기 모두 선제 실점 이후 스리백으로만 유지했다. 언제나 같은 포지션에 선수를 갈아끼우는 것에만 몰두한 것이다. 센터백 숫자를 줄이고, 포백으로 전환해 공격 지향적인 운영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이러니하다. 결국 한국은 멕시코, 남아공전에서 무득점으로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홍 감독은 체코전에서 황희찬과 오현규 투입으로 결과를 바꾸는데 성공했지만 이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멕시코전에서도 이재성 자리에 황희찬, 손흥민 자리에 오현규를 후반에 투입하는 시점이 더욱 빨라졌으며, 남아공전에서는 황희찬과 오현규를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특히 손흥민-이재성, 오현규-황희찬의 두 가지 조합을 세트로 운영했다. 2025-26시즌 소속팀 울버햄튼과 이번 월드컵 1, 2차전에서 컨디션이 좋지 못했던 황희찬의 남아공전 선발 출전은 오현규와의 조합적인 측면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정작 두 선수의 하모니가 좋았던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선수 기용에서도 여러가지 의문을 남겼다.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묀헨글라트바흐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옌스를 남아공전에서 45분만 쓴게 전부였다. 포백 전술에서 측면 풀백으로만 주로 활약했던 설영우, 이태석, 김문환은 스리백 전술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경기에 나서야 했다. 심지어 홍 감독은 이들을 매우 높은 위치까지 전진시켰다. 높은 지점에서일대일 돌파 이후 크로스를 올리는 성향과는 거리가 먼 선수들이다.
48개국 체제로 확대되면서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은 어느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홍 감독은 2014년에 이어 또 다시 실패를 맛봤다. 역사상 최고의 황금세대라고 불린 한국 축구는 감독 선임의 잘못된 실패와 대한축구협회의 무능력한 운영으로 4년을 날려버렸다. 실패를 교훈 삼아 시스템을 개혁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