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리그 아니어도 빅클럽, '모범 저니맨' 황인범의 단계별 유럽 정복기

포르투갈 명문 구단 FC포르투 이적 확정... "이적료 76억, 등번호는 16번"

 FC 포르투에 입단한 황인범
FC 포르투에 입단한 황인범FC 포르투 SNS 캡처 = 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이 포르투갈 프로축구 프리메이라리가 '명문' FC포르투로 이적했다. 포르투 구단은 21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황인범이 3년 계약에 1년 옵션이 포함된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적료는 450만 유로(약 76억 원)"라며 "등번호 16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황인범은 현지시간 19일 포르투에 도착해 메디컬 테스트를 마친 뒤 이날 공식 입단식을 가졌다. 포르투 유니폼을 입고 구단 공식 채널에 출연한 황인범은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포르투에 입단하게 돼 정말 기쁘다. 이 구단과 이 도시를 대표하게 된 건 큰 영광이다. 포르투라는 도시를 정말 좋아한다. 홈 구장인 에스타디우 두 드라강에 들어서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다. 이 새로운 도전에 정말 큰 기대를 품고 있다. 하루빨리 팬들 앞에서 경기하고 싶다"며 입단 소감을 전했다.

황인범이 뛰게 된 FC포르투는 포르투갈에서 수도 리스본에 이은 제 2의 도시 포르투를 연고로 하여 1893년에 창단했으며, 포르투갈을 넘어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구단이다. 포르투는 자국 1부리그인 프리메이라리가에서 총 31회 우승을 차지하며 벤피카(38회)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포르투갈에서 가장 많은 유럽클럽대항전 우승(7회) 기록을 보유한 구단이기도 하다. 유럽클럽대항전의 최고봉으로 불리우는 챔피언스리그(1986-1987시즌·2003-2004시즌)와, 그 다음 가는 유로파리그(2002-2003시즌·2010-2011시즌)에서 각각 두 번씩 정상에 올랐다.

프리메이라리가는 UEFA(유럽축구연맹) 리그 랭킹에서 6위를 기록하며 유럽에서 소위 '빅리그'로 불리우는 5대리그(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다음 가는 위상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이 좋은 테크니션과, 잠재력 풍부한 유망주들을 다수 보유하여 빅리그의 선수공급 기지로도 불린다. 현재 포르투의 클럽 랭킹도 17위로 포르투갈 리그팀 중 1위이자, 5대 빅리그팀들을 제외한 클럽 중 가장 높다.

1996년 대전에서 태어난 황인범은 2015년 대전하나시티즌에서 K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경찰 구단인 아산 무궁화(해체)에서 복무 중이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며 병역문제를 해결하고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고, 2019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밴쿠버 화이트 캡스로 이적하며 처음 해외무대에 진출했다.

이후 2020년부터 러시아 루빈 카잔, 그리스 올림피아코스, 세르비아 츠르베나 즈베즈다, 네덜란드 폐예노르트를 거쳐 꾸준히 유럽 무대에서 활약해온 황인범은, 마침내 유럽에서 손꼽히는 명문클럽 중 하나인 포르투에 입성하며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대한민국 국가대표로부터 2018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 본선에 2회 출전했고, A매치 76경기에서 7골을 기록 중이다.

황인범의 선수 경력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동시대의 한국 선수들에 비하여 다소 이색적인 해외 커리어를 거쳐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은 해외무대에 진출하면서 유럽 중소리그를 거쳐 빅리그에 올라가거나, 혹은 처음부터 빅리그에서 도전하는 길을 택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유럽 리그 적응에 실패하여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황인범은 특이하게도 유럽이 아닌 미국 무대에서 해외 커리어를 시작했다. 베테랑급 스타 선수들이 말년에나 가는 무대 정도로 여겨졌던 것을 감안하면 정반대의 선택이었다. 거쳐간 유럽리그들도 러시아, 그리스, 세르비아 등 유럽에서는 변방에 가까운 중소리그들을 돌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축구강국으로 꼽히는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리그까지, 그야말로 5대 빅리그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거쳐간 '저니맨'의 길을 걸었다.

리그 수준 차와 별개로, 언어·문화·환경·축구스타일이 제각기 다른 여러 나라와 리그를 넘나들면서 '외국인 선수'로서 빠르게 적응하고 활약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재능 있는 많은 아시아 선수들도 유럽에 진출해 가장 애를 먹는 부분이다. 하지만 '모범 저니맨'이 된 황인범은 놀랍게도 여러 리그와 팀을 거치면서 어디서든 단기간에 확실한 존재감을 보이며 팀의 주역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국제정치적 환경 때문에 러시아를 떠나 K리그 FC서울로 잠시 임대되었던 시기를 제외하면, 황인범이 리그 적응에 실패하거나 주전경쟁에서 밀려나서 억지로 떠밀리듯 팀을 떠나게 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또한 중소리그라고는 해도 황인범이 뛰었던 클럽들은 모두 자국에서 역사와 전통을 이어받고 유럽클럽대항전에서도 출전하는 명문클럽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황인범은 그동안 유럽 빅리그 구단에서도 몇 차례 러브콜을 받았지만, 리그의 이름값보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꾸준히 주전으로 출전할 수 있는 팀들을 선택했다. 황인범은 유럽클럽대항전에서 맨체스터 시티 같은 빅리그 강호들과의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선보이며, 자신의 가치가 빅리그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으 증명했다. 이러한 '황인범식 모델'은 앞으로 유럽무대 도전을 갈망하는 유망주들에게도 좋은 교훈이 될만하다.

한국 선수들도 여러 차례 포르투갈리그에 꾸준히 도전장을 던졌다. 1998년 비토리아 세투발에 입단했던 정재권을 시작으로, 2006년 브라가에 김동현, 2007년 비토리아 세투발에 김병석 등이 활약했으며, 2016년 석현준이 포르투를 거치며 황인범의 직속 선배가 됐다. 2019년 이승우와 2023년 박지수는 모두 포르티모넨스에 임대선수로 잠깐 활약했다. 현재 포르투갈리그에는 아로카에서 함께 뛰고 있는 이현주와 박시후를 포함하여 황인범이 가세하면서 다음 시즌 3명의 한국선수가 뛰게 됐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포르투갈리그에서 한국 선수가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황인범은 이전의 사례와는 달리,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미드필더이자 유럽에서도 충분히 검증된 선수다. 페예노르트 시절에는 부상으로 고전하기도 했지만, 지난 북중미월드컵에서도 한국대표팀의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1골 1도움을 기록할 만큼 건재를 증명했다. 탁월한 기술과 전술수행능력을 갖춘 황인범이 포르투갈 리그의 스타일과 잘 맞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북중미월드컵의 아픔을 뒤로 하고, '한국선수 이적 1호'가 된 황인범이 포르투갈 리그도 평정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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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 FC포르투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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