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수만으로는 부족했다... '감독의 중요성' 보여준 월드컵

[2026 FIFA 월드컵 결산 ②] 데라푸엔테-스칼로니, 결승에서 지도력 입증... 나겔스만-마르티네스는 조기 탈락 뒤 퇴진

국가대표팀은 이름값 높은 선수를 많이 보유했다고 해서 반드시 뛰어난 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짧은 기간에 치러지는 월드컵에서는 서로 다른 장점을 지닌 선수들을 하나로 묶고, 상대와 경기 흐름에 맞는 해법을 제시하는 감독의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에 오른 스페인과 아르헨티나가 이를 보여줬다.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확고한 득점원이 없었음에도 견고한 중원과 수비 구조로 스페인을 정상에 올렸다. 루이스 스칼로니 감독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스쿼드를 가지고 메시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팀을 결승까지 이끌었다. 필요할 때 과감하게 변화를 주는 결단력도 있었다.

반면 우승 후보로 평가받은 독일과 포르투갈은 32강과 16강에서 각각 탈락했다. 율리안 나겔스만과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은 풍부한 선수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대회가 끝난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네 감독의 엇갈린 결과는 월드컵에서 감독이 왜 중요한지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원 팀' 만든 데 라 푸엔테, 역대 최소 실점으로 월드컵 우승

 스페인의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이 1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월드컵 준결승 프랑스전에서 승리해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스페인의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이 1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월드컵 준결승 프랑스전에서 승리해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 로이터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우승을 부른다"는 축구계의 격언이 있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 8경기에서 단 한 골만을 허용하며 통산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이를 증명했다. 월드컵 역사상 우승팀이 기록한 최소 실점이었다.

스페인의 철벽 수비의 비결은 단순히 내려앉는 것이 아니었다. 공을 소유할 때는 경기의 속도를 지배했고, 공을 잃은 뒤에는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역습을 차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상대의 공격과 효율적인 공 소유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이 축구의 중심에는 데 라 푸엔테가 있었다. 그는 2013년부터 스페인 U-19 대표팀을 시작으로 U-21, U-23 대표팀을 차례로 지휘했다. 이 시기부터 그는 미켈 메리노와 다니 올모, 미켈 오야르사발, 파비안 루이스, 우나이 시몬 등 후일 대표팀의 주전이 될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데 라 푸엔테는 스페인의 전통적인 점유 축구를 유지하면서도 측면의 속도와 전진성을 더했다. 양쪽 풀백이 적극적인 전진으로 수비를 흔들었고, 로드리가 후방에서 경기를 조율했다.

절묘한 용병술도 스페인의 성공 요인 중 하나였다. 16강 포르투갈전, 8강 벨기에전 모두 교체 투입된 메리노가 경기 막판 결승골을 터뜨리며 승리에 기여했다. 결승전에서도 교체 투입된 니코 윌리엄스와 페란 토레스가 결승골을 합작하며 그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이번 대회에서 양쪽 날개를 맡은 니코 윌리엄스와 라민 야말은 기대만큼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주전 공격수 미켈 오야르사발도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스페인은 특정 공격수의 활약에 의존하지 않았다. 양쪽 풀백인 마르크 쿠쿠레야와 페드로 포로가 적극적으로 전진했고, 로드리를 중심으로 한 중원은 경기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했다. 개인의 부진을 팀의 구조로 메운 것이 스페인의 힘이었다.

'39세' 메시의 능력을 극대화한 스칼로니

아르헨티나는 우승에 실패했지만 두 대회 연속 결승에 진출했다. 39세가 된 리오넬 메시는 8골 4도움을 기록했다. 스칼로니는 메시가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쓸 수 있도록 전술을 구성했다.

메시가 중원으로 내려오면 훌리안 알바레스와 측면 선수들이 뒷공간으로 침투했다. 상대 수비가 메시에게 몰리면 미드필더들이 비어 있는 공간을 공략했다. 수비할 때는 나머지 선수들이 넓은 범위를 맡으며 메시의 부담을 줄였다. 포메이션도 상대에 따라 4-3-3과 4-4-2, 스리백을 오갔다.

준결승 잉글랜드전에서는 스칼로니의 전술 대응이 빛났다. 0-1로 뒤지던 시점 스칼로니는 로드리고 데폴을 투입해 오른쪽 측면 위주의 공격에 돌입했다. 아르헨티나는 선제 실점 이후 80%가 넘는 점유율로 잉글랜드를 몰아붙였다. 결국 메시의 도움을 받은 엔소 페르난데스가 동점골을 넣었고, 교체 투입된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추가시간 역전골을 터뜨렸다.

결승에서는 스페인의 압박에 막혀 공격적인 해법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2022년 우승 이후 세대교체와 노쇠한 메시라는 과제를 안고 다시 결승까지 오른 과정은 스칼로니의 역량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나겔스만의 과도한 실험, 마르티네스의 고집

독일은 대회 전 A매치 9연승을 달리며 우승 후보로 거론됐다.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다양한 포메이션과 선수 조합을 실험했으나, 월드컵이 시작된 뒤에도 스리백과 포백 포메이션을 번갈아 사용하며 최적의 해답을 찾지 못했다.

선수 기용도 도마에 올랐다. 데니스 운다브는 조별리그에서 모두 교체로 출전하고도 3골 2도움을 기록했지만, 32강에서야 처음으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부진을 거듭한 르로이 사네와 플로리안 비르츠는 대회 내내 중용됐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에콰도르에게 1-2로 패한 독일은 결국 파라과이에게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32강에서 탈락했다.

포르투갈도 브루누 페르난데스와 베르나르두 실바, 비티냐, 주앙 네베스 등 화려한 선수층을 보유하고도 16강에 머물렀다. 콩고민주공화국과 콜롬비아를 상대로 잇달아 비기며 조 2위에 그쳤고, 32강에서도 크로아티아에 고전한 끝에 2-1로 힘겹게 승리했다.

마르티네스는 41세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대회 끝까지 공격의 중심에 뒀다. 호날두가 최전방에 머무르면서 포르투갈의 전방 압박과 공격 전개 속도는 떨어졌지만, 마르티네스는 곤살루 하무스 등 다른 선택지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았다.

스페인과의 16강에서도 호날두는 좀처럼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고, 포르투갈의 전방 압박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르티네스는 끝내 호날두를 교체하지 않았다. 결국 포르투갈은 후반 추가시간 메리노에게 결승골을 허용해 0-1로 탈락했다.

월드컵은 많은 전술을 준비하거나 유명 선수를 여럿 보유했다고 해서 우승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었다. 데 라 푸엔테와 스칼로니는 선수들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각자가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했다. 필요할 때는 기존의 선택을 과감하게 바꾸는 결단도 보여줬다.

반면 나겔스만은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팀의 중심을 정하지 못했고, 마르티네스는 한 선수를 향한 지나친 믿음 때문에 다른 해법을 외면했다. 좋은 감독은 복잡한 전술을 많이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보유한 선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축구를 찾아내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번 월드컵이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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