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은 왜 목이 쉬도록 이 노래 불렀나

잉글랜드의 월드컵 여정을 장식한 오아시스의 명곡 '원더월'

지난 7월 12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이 미국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노르웨이와의 월드컵 8강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잉글랜드는 전반전에 선제 실점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간판 스타 주드 벨링엄이 연속으로 두 골을 기록하며 역전했다. 경기가 끝난 이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록 페스티벌로 바뀐 경기장

 잉글랜드는 1966년 월드컵 우승 이후 60년 만에 최고 성적인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프랑스는 4위를 차지했다.
잉글랜드는 1966년 월드컵 우승 이후 60년 만에 최고 성적인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프랑스는 4위를 차지했다.연합뉴스/AP

주장이자 주전 공격수인 해리 케인이 잉글랜드 팬들에게 인사를 보내는 동안, 팬들이 일제히 밴드 오아시스의 '원더월(Wonderwall)'를 부르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던 선수들은 하나둘 모여 어깨동무하고, 팬들과 교감하며 노래를 불렀다. 잉글랜드의 전설 데이비드 베컴 역시 떼창 인파의 일부가 되었다.

"Today is gonna be the day that they're gonna throw it back to you~"
(오늘은 네가 그들로부터 돌려받는 그날이 될 거야)

단숨에 축구 경기장이 록 페스티벌 못지않은 떼창의 현장이 되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승리를 거둘 때마다 함께 한 노래 역시 '원더월'이었다. 월드컵 첫 경기였던 크로아티아전을 4대 2 승리로 장식한 날부터, 프랑스를 6대 4로 꺾은 3.4위전까지, 잉글랜드 팬들은 월드컵 내내 '원더월'을 부르는 문화를 정례화했다.

잉글랜드 축구국가대표팀의 주장이자 간판 공격수인 해리 케인은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경기를 마치고 '원더월'을 부른 것은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 한 일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 중 하나"라고 말했다.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혈투 끝에 멕시코를 꺾은 16강전 직후에는, '원더월'을 열창하느라 목이 쉬기도 했다.

'원더월'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닐 다이아몬드의 '스윗 캐롤라인(Sweet Caroline), 주드 벨링엄의 응원곡으로도 애용되는 비틀스의 '헤이 주드(Hey Jude)와 더불어 잉글랜드가 피파 측에 제출한 공식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된 곡이다.

이 곡의 원곡자이자 영국 프리미어 리그 맨체스터 시티 FC의 열혈 팬인 오아시스의 갤러거 형제도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보컬 리암 갤러거는 자신의 트위터에 "가자 잉글랜드! 가자 원더월!"이라는 글을 올리며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했다. '원더월'의 작사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인 노엘 갤러거는 자신이 잉글랜드의 팬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관중과 선수 간의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며 경의를 표했다.

30년 된 명곡, 월드컵 이후 글로벌 1위까지

 '원더월'이 실린 오아시스의 정규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원더월'이 실린 오아시스의 정규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Sony Music

'원더월'은 오아시스의 대표적 명반 <왓츠 더 스토리 모닝 글로리((What's The Story) Morning Glory?)>의 수록곡이다.

'원더월'은 단순한 코드와 서정적인 멜로디, 리암 갤러거의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어우러진 곡으로,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와 더불어 오아시스 최고의 히트곡이다. 지난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내한 공연에서도 수많은 관객의 떼창을 이루어냈다. 영국 밴드가 좀처럼 활약하기 어려운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도 8위에 오르는 등, 이들을 전 세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준 곡이기도 하다.

특히 1990년대에 발표된 곡 중 최초로 스포티파이에서 10억 스트리밍 횟수를 돌파하는 등 젊은 세대에게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을 기점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곡의 가치가 재발견되었다. 지난 7월 16일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에서는 마이클 잭슨, 저스틴 비버, 방탄소년단 등을 제치고 글로벌 차트 1위에 올랐다. 오아시스가 이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becasue maybe you're gonna be the one that saves me and after all You're my wonderwall"

(어쩌면 너는 나를 구원해 줄 사람일지도 몰라. 그리고 결국 너는 나의 Wonderwall이야)

가사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유명한 노엘 갤러거는 '원더월'의 뜻을 묻는 인터뷰어에게 "무슨 상관이야. 멋있으면 그만이지"라고 대답했다. '원더월'은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는 가상 속의 친구를 그린 노래로 알려져 있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노랫말에는 무엇이든 대입할 수 있다.

잉글랜드 축구 팬들은 1966년 우승 이후 가장 우승에 근접했던 황금 세대의 선수들을, 잉글랜드 국가대표 선수들은 자신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팬들을 '원더월'로 여기는 듯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울려 퍼진 '원더월'은 음악이 가지고 있는, 세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증명하는 사례다.

FIFA월드컵 월드컵 북중미월드컵 오아시스 원더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