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느리게 가는 사랑, 발달장애 부모 향한 이효리의 한 마디

[리뷰] KBS 2TV <해피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

 KBS ' 해피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
KBS ' 해피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KBS

사연이 있는 음악 예능으로 부활한 KBS 2TV <해피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이하 '해투')는 따뜻한 감동과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해투> 2회에서는 본선 A·B조 참가자들이 각자의 이야기와 아름다운 노래를 통해 진정성 있는 무대를 펼쳤다.

이번 회차에는 무려 13년 만에 다시 뭉친 듀엣 투개월(김예림·도대윤)을 비롯해 공무원 퇴직 후 여행 유튜버로 활동 중인 성악 가족, 중학교 밴드 동아리 등 다채로운 구성의 출연진이 차례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들과 어머니로 구성된 '거북이처럼', 중학교 시절의 열정을 되찾기 위해 다시 뭉친 청소년 밴드 '데블시크1718'의 무대는 프로그램이 말하고자 하는 '함께'의 의미를 가장 선명하게 전달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거북이처럼'이 전해준 사랑의 의미

 KBS ' 해피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
KBS ' 해피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KBS

본선 A조 마지막 참가자로 등장한 어머니 박은주와 아들 전유준은 남다른 팀 이름으로 궁금증을 자아냈다. 여기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유준 군이 조금 느리더라도 자신의 속도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유준 군은 "노래가 좋고 사람들이 박수를 많이 쳐줘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유준이가 노래할 때 가장 행복하다"며 언젠가는 스스로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이 함께 부른 동요 '거북이처럼'은 MC는 물론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뭉클하게 만들었다.

스페셜 MC 이효리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을 만나며 들었던 "짝사랑하는 것 같다"는 말을 떠올리며 "어머니의 눈빛에서 그 사랑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유재석 역시 "은주씨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온 시간이 그대로 느껴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결국 '거북이처럼' 팀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파이널 진출에 성공했다.

청소년 밴드가 들려준 청춘의 노래

 KBS ' 해피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
KBS ' 해피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KBS

이어 진행된 본선 B조에는 범상치 않은 청소년 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TV에서만 보던 유재석과 강민경 등 유명 연예인을 직접 만난 소녀들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중학교 밴드부 17~18기로 구성된 '데블시크1718'은 졸업생과 후배들이 다시 의기투합해 결성한 팀이었다.

각종 대회 수상 경력이 말해주듯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이들은 시간이 흐르며 각자의 학업에 집중하게 됐지만, 후배들의 공연을 보며 다시 무대가 그리워졌다고 털어놨다. 보컬 전서영은 "청춘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추억을 하나 더 만들고 싶었다"며 재결성 이유를 밝혔다.

이 말을 들은 스페셜 MC 강민경은 "무슨 소리냐. 청춘은 이제 시작"이라며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건넸다. 이어진 무대에서 데블시크1718은 이무진의 '청춘만화'를 맑은 목소리와 안정적인 연주로 선보이며 반전 매력을 보여줬다. 이들의 최종 합격 여부는 다음 주 방송에서 공개된다.

"느리게 가면 다 볼 수 있어"

 KBS ' 해피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
KBS ' 해피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KBS

약 6년 만에 부활한 <해투> 속 다양한 참가자들의 노래와 이야기는 잔잔한 공감과 따뜻한 여운을 남겼다. '거북이처럼' 팀이 가족이라는 이름의 사랑을 보여줬다면, '데블시크1718'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우정과 청춘을 노래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팀의 이야기는 결국 "혼자가 아니었기에 다시 노래할 수 있었다"는 하나의 메시지로 이어졌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거북이처럼' 팀의 유준 군이 들려준 한마디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팀 이름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뒤 유준 군은 "엄마랑 같이 천천히, 느리게 가면 다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었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걸어가더라도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깊이 느낄 수 있다는 그의 이야기는 프로그램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거북이처럼'의 무대는 새롭게 달라진 <해투>의 취지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무대로 기억될 만했다.

느리게 걸어도 괜찮고, 잠시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와도 괜찮다. 새롭게 돌아온 <해투>는 오디션 형식을 빌렸지만 합격과 불합격 자체보다 참가자들이 왜 함께 노래하는지, 그 과정에 담긴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결과보다 과정에 공감하며 경쟁보다 사람이 먼저인 음악 예능의 새로운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해투 해피투게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