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사령탑' 이정효 감독(수원 삼성)을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시선이 최근 심상치 않다. K리그2에서 좀처럼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정체된 경기력, 여기에 코리아컵 조기탈락, 의문의 선수기용 논란까지 겹치며 시즌 초반과 달리 점점 기대가 우려로 바뀌고 있다.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수원은 지난 15일 열린 하나은행 코리아컵 2라운드에서 연장 승부 끝에 부산교통공사에 1-2로 패하며 조기에 탈락했다. 올시즌 K리그2 2위이자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수원이 3부리그 4위 부산교통공사에게 패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부산교통공사는 선제골을 내주고도 탄탄한 조직력을 과시하며 수원을 몰아붙이며 연장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또한 이날 경기에서 수원의 충격적인 탈락만큼이나 화제가 된 것은 2006년생 신예 이경준의 깜짝 필드플레이어 투입이었다. 이정효 감독은 연장전에서 투입할 교체 선수가 바닥나자, 공격수 자리에 이경준을 전격 투입했다. 이경준은 190cm의 신장을 지닌 장신이지만, 문제는 그의 포지션이 필드플레이어가 아니라 골키퍼라는 점이었다.
코리아컵 대회 규정상으로는 교체 선수를 최대 9명까지 대기시킬 수 있었지만 이정효 감독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날 굳이 6명의 교체 멤버만으로 양산 원정에 나섰다. 대부분의 팀이 여러 변수를 대비해 활용가능 자원을 가능한 최대한으로 채우는 것이 일반적인 선택이다.
물론 수원 입장에서는 지난 11일 안산 그리너스전과 오는 19일로 예정된 파주 프런티어FC전까지 빡빡한 일정을 감안해 선수단 체력 안배가 필요했다는 나름의 명분은 있다. 하지만 한국보다 경기 일정이 훨씬 혹독한 유럽리그에서도, 실제 출전여부와 별개로 가용 교체 인원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경기에 임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대처였다. K리그 빅클럽 중 하나인 수원이 그 정도로 선수층이 부족한 팀도 결코 아니었다.
신인선수인 이경준에게도 대단히 실례가 되는 행동이었다. 이날 경기는 이경준의 공식 프로 데뷔전이기도 했다. 하지만 뜬금없이 필드플레이어로 투입되며 부랴부랴 팀 동료인 박대원의 유니폼과 등번호에 테이프를 급하게 붙이고 그라운드에 나서는 촌극을 빚었다. 이정효 감독으로서는 달리 투입할 필드 선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경준의 장신을 활용한 공중전이라도 시도해보려는 모험수였다. 하지만 골키퍼가 하루아침에 스트라이커 역할을 소화할 수는 없었기에 필드에서 통할 수 있는 플레이는 거의 없었다.
이경준은 매탄고 출신의 수원 출신 유스이자 연령별 대표팀까지 경험한 골키퍼 유망주다. 그런데 선수에게 일생에 단 한 번뿐인 뜻깊은 프로 데뷔전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도 입지 못하고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으로 전락해버렸다. 또한 이는 이경준만이 아니라 최선을 다한 상대팀인 부산교통공사에 대한 존중과 예의도 아니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팬들에게 부끄러웠다. 골키퍼 투입은 제한된 교체 자원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상황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다.
이정효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의 지휘봉을 잡으며 K리그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이 감독은 약체로 꼽히던 시민구단 광주FC를 이끌고 K리그2 우승과 K리그1 3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8강 등의 성과를 만들어 내며 '스타 사령탑'으로 부상했다. 이기고 있을 때도 벤치에 앉지 않고 선수들을 향해 소리 지르며 독려하는 열정과 솔직한 인터뷰 등으로 인간적인 매력까지 어필했다.
이 감독은 지난 겨울 광주를 떠나 국내외 여러 클럽의 러브콜을 받았으나 최종적으로 수원에서의 명가재건을 선택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높아진 인기와 확고한 전술철학을 바탕으로 일각에서는 차세대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감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다만 한편으로 이정효 감독은 광주 감독 시절부터 능력과 별개로 돌출적인 언행과 잦은 기행으로 인하여 종종 도마에 오른 전적이 있다. 지나치게 자신감 넘치고 솔직한 이정효 감독의 언행이, K리그에 새로운 화제성을 불러오고 한국 축구를 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과도한 열정이나 독특한 성격은, 때로는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았다. 광주시절에는 인터뷰에서 상대팀 감독의 연봉을 거론하거나,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에게 불성실한 답변을 하고 감정적인 기싸움을 벌인 사건도 있었다. 또한 지난해 5월 5일 열린 김천 상무와의 '어린이날' 경기에서는 오후성(현 인천)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수를 공개적으로 질책하고 유니폼을 잡아 밀치는 등, 팬들 앞에서도 대놓고 지도자의 갑질에 가까운 과격한 행동을 일삼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감독은 나름의 명분과 사정이 있었다고 항변하지만, 명백히 도를 넘은 결례에 해당되는 사건들이었다. 수원 삼성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도 이러한 이정효 감독의 예측할 수 없는 '기행 리스크'는 불안요소로 지목된 바 있다.
코리아컵 조기탈락은 이정효 감독 스스로 자초한 빈약한 벤치 구성과 납득하기 힘든 용병술이 초래한 자멸에 가까웠다.
설상가상 K리그2에서도 최근 수원의 팀 경기력과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아직 승격 안정권인 리그 2위를 지키고 있지만,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부산 아이파크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고 격차를 좁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리그 15위 안산 그리너스에게 1-2로 덜미를 잡히며 3위권에 승점 1점차로 추격당하게 되면서 2위 자리도 이제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리그 22골(전체 7위)에 그치고있는 빈공이 부진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수원이 아직 이정효 감독의 전술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지난 5월부터 수원 팬들 사이에서도 이정효 감독을 바라보는 분위기가 슬슬 달라지고 있다. 수원 팬들은 대구FC와 11라운드 홈경기에서 0-0 무승부에 그치자, 이정효 감독과 선수단에게 야유를 보내고 비판 현수막을 펼쳐보이기도 했다. 이날 부산교통공사전에서도 경기에 패배한 후 실망한 수원 팬들 사이에서 또 야유가 터져나왔다. 또한 경기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정효 감독을 비판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축구팬들의 반응이 쏟아지기도 했다.
많은 축구팬들이 K리그에 모처럼 등장한 스타성 있는 사령탑인 이정효 감독의 능력과 자질에 대하여 기대가 컸다. 하지만 큰 기대에는 큰 책임도 따른다. 선을 넘는 실수가 반복되면서 자칫 오만한 이미지로 굳어지게 되면, 그동안 이정효 감독에게 향하던 팬들의 기대와 환호가 언제든 하루아침에 거대한 역풍으로 바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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