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민 가수의 모로코 첫 공연... "혹시 이 노래 아나요?"

[현장] 재자블랑카 페스티벌서 헤드라이너 맡은 로비 윌리엄스

프랑스 파리 부근 라데펑쓰에서 열린 2025년 7월 2일 콘서트를 본지 딱 1년 만이었다. "브릿팝 BRITPOP"이란 투어명대로 2026년 1월 16일에 발매된 정규 13집 <브릿팝(BRITPOP)>을 쇼케이스한 공연이었다. 열여섯 번째 영국 앨범 차트 정상을 안겨준 <브릿팝(BRITPOP)>을 통해 로비 윌리엄스는 비틀스를 넘어서 이 부문 단독 1위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 몇 년 간 로큰롤계 화두가 된 오아시스와 작년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을 통해 내한한 펄프가 위시해 1990년대 영국 대중음악의 부흥에 일조했던 브릿팝. 대중음악사전에서 브릿팝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로비 자신만의 방식으로 1990년대 영국 팝 록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명이다.

 로비 윌리엄스 모로코 콘서트
로비 윌리엄스 모로코 콘서트염동교

블랙 사바스의 기타리스트 토니 아이오미가 참여한 선공개 싱글 '로켓(Rocket)'과 우렁찬 기타가 주도하는 '스파이즈(Spies) 등 로커 정체성이 살아있는 음반. 2026년 7월 2일 영국 국민 가수가 모로코의 대도시 카사블랑카에서 개최되는 재자블랑카(Jazzablanca) 페스티벌 첫날 헤드라이너로 섰다. 카사블랑카의 대규모 공원 안파 파크(Anfa Park)를 중심으로 7월 2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이 대규모 여름 축제는 모로코 수도 라바트의 마와진 페스티벌과 더불어 모로코를 대표하는 대중음악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1년 전 라데펑쓰 콘서트의 셋리스트와 거의 흡사했지만 <브릿팝(BRITPOP)>에서 싱글로 발매된 '프리티 페이스(Pretty Face)'가 새로운 수확이었다. 1997년에 나온 데뷔 앨범 <라이프 쓰루 어 렌즈(Life thru a Lens)>의 '올드 비포 아이 다이(Old Before I Die)'를 상기하는 열정적인 넘버. "원래는 아내에게 바치는 곡이지만 오늘만큼은 잉글랜드 축구 스타 해리 케인에게 바친다"며 웃음 지었다. 케인은 2026 북중미월드컵 콩고민주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원더골로 승리를 견인했다.

 로비 윌리엄스 모로코 콘서트
로비 윌리엄스 모로코 콘서트염동교

총 13회로 반 세기 전통의 브릿어워드 최다수상자에 빛나는 그지만 미국 빌보드 핫100에 단 한 차례 들지 못 할만큼 온도차가 극명하다. 그의 지명도가 모로코에선 어떨까 궁금했다. 1990~2000년대를 걸쳐 전성기를 지냈던 가수며 스페인과 프랑스의 영향권에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파급이 녹록지 않은 북아프리카 국가인 탓일까, 전반적인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무대 중앙 펜스 부근에 있던 관객이 빠져나오거나 공연에 잘 집중하지 못 하는 모습을 봤다.

본인도 어수선함을 감지했는지 "내가 브루노 마스였으면 어땠을까?"라며 자조적인 농담을 던졌고 몇 개의 히트곡을 토막으로 들려주며 "혹시 이 노래는 아나요?"라고 인지도를 체크했다. 그래도 전성기를 상징하는 '쉬즈 더 원(She's the One)'과 '필(Feel)'에선 반응이 뜨거웠다. 퀸과 조이 디비전을 제치고 2005년 브릿어워드에서 "지난 25년 간 최고의 영국 노래"를 거머쥔 '에인절스(Angels)'에선 관객 합창이 들려왔다. 시선강탈 뮤직비디오로 유명한 '락 디제이(Rock DJ)'는 한창 월드컵 열기로 달아오른 2026년의 7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개막식에서의 돌출 행동을 상기했다.

<브릿팝(BRITPOP)>의 콘셉트인 로킹한 곡조가 이어졌지만 다양성도 내포했다. 2001년 영국 앨범 차트를 석권했던 <스윙 왠 유알 위닝(Swing When You're Winning)>으로 스탠더드 팝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던 그는 프랭크 시내트라의 고전 '뉴욕 뉴욕(New York New York)'과 '마이 웨이(My Way)'를 커버했다. 침팬치 캐릭터로 로비를 표현한 2024년 전기 영화 <베러맨>에서도 유년기에 새미 데이비스와 딘 마틴, 프랭크 시내트라 같은 당대의 스탠더드 팝 제왕들을 숭배하는 장면이 나온다. 청중에게 말을 건네는 척하면서 "나에 관한 영화 <베러맨>이 <쇼생크 탈출>과 <대부2>에 준하는 걸작이라지?" 셀프 칭찬하는 장면도 유쾌했다.

 로비 윌리엄스 모로코 콘서트
로비 윌리엄스 모로코 콘서트염동교

두 아들 찰리와 보, 맞이인 딸 테디를 만나기 전과 후의 인생은 천지 차이라던 '러브 마이 라이프(Love My Life)'ㅡ 선술집에서 노래하며 아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으나 불현듯 가정을 떠나 상처도 준 아버지 피트 윌리엄스를 향한 언사까지 가족을 향한 애정을 담뿍 드러냈다.

이 밖에도 영국의 명 작곡가 존 배리가 쓴 <007 두 번 산다>의 주제가 '유 온리 리브 트와이스(You Only Live Twice)'를 이식한 '밀레니엄(Millennium)', 음원에선 카일리 미노그가 참여한, 로비의 맛깔나는 랩을 들을 수 있는 '키즈(Kids)' 등 히트곡을 망라했다.

그는 보이밴드계 금자탑을 쌓았던 테이크댓에 막내에서 시작해 스탠더드 팝과 록을 아우르는 영국 최고의 스타 뮤지션이다. 지천명을 넘긴 현재 <브릿팝(BRITPOP)>이란 거창한 작품을 내놓고 이탈리아 피렌체 록스와 스페인 빌바오의 비비케이 라이브 등 유럽 유수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활약 중이다. 사흘 간 약 38만의 인파를 모은 신화적인 넵워스 콘서트 속 혈기 왕성처럼 아직 무대 위에서 팔팔해 보이는 로비. 그의 육십 대는 또 어떨지 궁금해진 경력 첫 모로코 콘서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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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