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누군가는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또 누군가는 세상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주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어쩌면 인간은 행복해지기보다 특별해지고 싶어 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평범하다는 말이 위로보다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시대,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며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 욕망은 언제부터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바뀌고, 또 언제부터 우리의 마음을 잠식하기 시작하는 걸까.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집착으로 변하기도 한다. 영화 <마티 슈프림>은 바로 그 경계를 이야기한다.
탁구라는 스포츠를 소재로 하지만, 결국 영화가 끝까지 바라보는 것은 승패가 아니다.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이 목표를 만들어 한 사람을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첫 번째 감정] 마티의 집착
▲영화 <마티 슈프림> 장면
㈜마인드마크, ㈜하이브미디어코프
마티(티모시 샬라메)는 호감을 주는 인물이 아니다. 자신감은 지나칠 정도로 넘치고, 때로는 사람을 이용하기도 하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분명 선한 인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비호감 중의 비호감이라고 불릴 만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영화 속 그의 모습을 계속 바라보게 된다. 영화는 비호감의 마티가 자신의 목표와 욕망을 위해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수단을 활용하는지를 아주 가까이서 계속 보여준다. 영화는 단순한 마티라는 인물을 성공 지향적인 청년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그가 집착하는 것은 탁구 자체가 아니다. 탁구는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사람을 평가하고,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나눈다. 마티는 그 기준에서 절대 평범한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는 넘어지고, 실패하고, 무모한 선택을 반복하면서도 끝까지 멈추지 않는다. 성공에 대한 욕망이라기보다,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증명하려는 몸부림처럼 느껴진다. 그 자신은 모르는 듯하지만, 그건 분명히 증명의 몸부림이었다.
그래서 마티의 집착을 마냥 비난하기 어렵다. 우리 역시 비슷한 감정을 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더 좋은 직장, 더 높은 연봉, 더 많은 인정. 형태는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탁구대를 바라보며 살아간다. 영화는 마티를 통해 묻는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정말 꿈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일까. 마티가 욕망 실현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본다.
[두 번째 감정] 케이의 공허
▲영화 <마티 슈프림> 장면
㈜마인드마크, ㈜하이브미디어코프
케이(기네스 팰트로)는 마티와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인물처럼 보인다. 마티가 아직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라면, 케이는 이미 많은 것을 경험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는 마티의 거침없는 에너지를 보면서도 어딘가 공허한 시선을 감추지 못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사랑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마티는 케이에게서 자신이 아직 가져보지 못한 세계를 바라보고, 케이는 마티를 통해 이미 지나가버린 자신의 시간을 떠올린다. 마치 과거의 거울을 보는 듯한 끌림은 케이를 마티에게 다가가게 만든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력하게 끌리면서도 끝내 같은 곳을 바라보지 못한다. 영화는 욕망과 공허가 생각보다 가까운 감정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특히 케이를 통해 드러나는 감정은 성공 이후의 허무함이다. 사람들은 성공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영화는 반대로 묻는다.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은 뒤에는 무엇이 남을까. 결국 사람은 또 다른 욕망을 찾아 나서거나,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케이의 공허는 마티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미래처럼 보이기도 한다. 케이는 또다른 욕망이 생기지만, 마티는 모든 이야기의 끝에 또 다른 욕망을 가지고 또 나아가게 될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걸 자꾸 생각하게 된다.
[세 번째 감정] 우리 모두의 욕망
▲영화 <마티 슈프림> 장면㈜마인드마크, ㈜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탁구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경기의 승패보다 사람들의 표정이 먼저 보이고, 기술보다 욕망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마티 슈프림>은 스포츠 영화라기보다 인간의 욕망을 해부하는 드라마에 가깝다.
문제는 욕망 그 자체가 아니다. 욕망은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욕망이 자신의 행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되는 순간, 사람은 현재를 잃어버린다. 영화는 마티를 통해 그 경계를 보여준다. 욕망은 우리를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가장 외로운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마티는 영화 내내 아주 외롭게 혼자 달리지만, 이야기의 끝에 그는 혼자가 아니다. 결국 욕망도 혼자서는 온전히 채울 수 없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 하는 듯하다.
욕망은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을까
<마티 슈프림>은 마티라는 문제적 인물의 모습을 통해 욕망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탁구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장치일 뿐, 영화가 끝까지 바라보는 것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마음이다. 그래서 영화는 경기의 승패보다 인물들의 표정과 선택을 더 오래 응시한다. 특히나 극도의 클로즈업을 통해 마티와 그의 앞에 있는 인물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각 인물이 가지고 있는 내면을 좀 더 다이내믹하게 보여준다.
조슈아 사프디 감독의 연출은 특유의 거친 에너지를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준다. 영화는 관객이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빠르게 움직이는 카메라와 긴장감 넘치는 편집은 마치 마티의 심장 박동을 그대로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관객 역시 그의 욕망 속으로 함께 빨려 들어간다.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는 단연 압도적이다. 기존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오만하면서도 불안하고, 밉지만 끝내 응원하게 되는 인물을 완성한다. 특히 욕망과 불안이 동시에 스쳐 지나가는 눈빛은 마티라는 인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기네스 팰트로 역시 절제된 연기로 영화의 균형을 잡아주며, 욕망 이후에 찾아오는 공허함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무엇보다 영화가 인상적인 이유는 성공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공은 분명 달콤하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것들 역시 함께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는 단순한 성공담도, 성장담도 아니다. 욕망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인간적인 동시에 위험한 것인지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결국 <마티 슈프림>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사람은 왜 끝없이 자신을 증명하려 할까. 그리고 우리는 지금 정말 원하는 삶을 향해 달리고 있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오늘도 자신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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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영화와 시리즈 속 감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단순한 이야기보다, 우리의 삶과 감정을 비추는 거울처럼 바라봅니다.
브런치에 영화 감성 리뷰와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으며,
영화 속 감정을 담은 첫 에세이집 《그럴 때, 나는 그를 떠올렸다》를 출간했습니다.
레빗구미라는 이름으로,
영화가 남긴 감정과 삶의 이야기를 오래 기록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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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채 잡은 티모시 샬라메가 보여준 위험한 욕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