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간 촬영하며 시신 수습도... 현실이 그토록 가혹할 줄 몰랐죠"

[인터뷰] 다큐 <유벤타 (Iuventa> 미켈레 칭퀘 (Michele Cinque) 감독

"그것은 하나의 운동이었습니다. 넓은 바다야말로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진정으로 싸울 수 있는 곳입니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죠."

넷플릭스 영화 < 23000 Lives>에서 대본을 썼던 미켈레 칭퀘 작가 및 피디는 지중해의 난민 구조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지난 7월 5일 폐막한 독일의 뮌헨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극영화 < 23000 Lives>는 넷플릭스를 통해 17일 공개된다. 아울러 이 극영화가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유벤타 (Iuventa)> 또한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극영화 프리미어 이후 10일 후인 27일 45개국으로 송출된다. ☞예고편 바로 가기.

미켈레 칭퀘 (Michele Cinque) 감독 몰타(Malta)에서 영화 <23,000 Lives>를 촬영하던 중 미켈레 칭퀘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켈레 칭퀘 (Michele Cinque) 감독몰타(Malta)에서 영화 <23,000 Lives>를 촬영하던 중 미켈레 칭퀘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Maria Dragus

다큐멘터리 연출이 본업인 미켈레 칭퀘 작가는 극영화 <23000 Lives>의 실화인 다큐멘터리 <유벤타 (Iuventa)>의 감독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다시금 수면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베를린 청년들이 10년전 창립한 엔지오, '유겐트 레테트(Jugend Rettet)' 소유의 민간 구조선, 유벤타호의 수색 및 구조활동 과정과 현장을 처음부터 생생하게 기록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넷플릭스 극영화 < 23000 Lives>의 비하인드 스토리인 셈이다.

이외에도 미켈레 칭퀘 감독은 그간 환경, 이주, 노동 문제 및 음악 등 다양한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고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대표작으로는 2017년 베니스영화제에서 MigrArti 섹션 최고 감독상을 수상한 <줄룰루 (Jululu)>(2017) 이외에도, 뉴올리언스로 이주한 시칠리아 출신의 재즈 선구자, 닉 라 로카 (Nick La Rocca)에 관한 다큐 <Sicily Jass - The World's First Man in Jazz>(2015)로 Visions du Réel 등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최근 작품으로는 이탈리아의 용감한 목장주 부부의 삶을 관찰하듯 기록한 영화, <Things that Happen on Earth>(2024)가 피렌체에서 열린 64회 Festival dei Popoli 국제다큐영화제에서 '최고 이탈리아 다큐상'도 수상한 바 있다. 그의 작업은 한국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았다.

필자는 현재도 진행형인 지중해 난민 유입 및 관련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한창 차기작을 제작중인 그와 유럽의 난민 대응에 대해 다양한 각도의 대화를 나눴다. 7월 1일 첫 대면 인터뷰를 했고 7월 10일 추가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이를 일문일답으로 요약 정리한 것.

- 이 다큐멘터리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당시 지중해에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익사하고 있던 시기였다. 2015년은 역대 최악의 인명 피해를 기록한 해였다. 그러던 2015년 4월 18일, 9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난민선 침몰 사고가 발생했다. 그 사건은 유럽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미 유럽 차원의 직접적인 수색 및 구조 활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이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운영되던 정부 주도의 작전인 '마레 노스트룸 (Mare Nostrum)'이 종료된 이후의 일이었다. 이 작전은 EU의 재정 지원을 받아 이탈리아 해안경비대가 수행했으나 결국 중단되었고, 그 후 지중해에서 난민 사망자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이미 대중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상태였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람페두사 섬으로 많은 이주민들이 몰려들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당시 저는 차기작 소재를 찾고 있었는데, 2016년 봄 베를린의 어느 젊은 학생 그룹이 낡은 어선을 구입해 지중해에서 생명을 구하려 한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그 순간 저는 '유레카'를 외칠 만큼 강렬한 영감을 받았다. '바로 이거다, 내 다음 영화는 이걸로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저는 즉시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놀라운 이야기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그들은 없다고 해서 "제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그들의 첫 번째 임무에 함께 참여하고 싶었다. 그간 준비해 온 모든 것이 마침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확신이 서지 않았는지 내 제안을 거절했다. 그들 자신도 경험이 없었던 데다, 외부 촬영팀이 배에 타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런데 몰타 항구에서 그들과 사흘을 함께 보낸 후, 출항 10분 전에 그들은 제게 다가와 첫 임무에 동참해도 된다고 제안했다. "

베를린 엔지오 유겐트 레테트의 유벤타호 구조활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 모습 미켈레 칭퀘는 극영화 < 23000 Lives>의 실화인 다큐멘터리 <유벤타 (Iuventa)>의 감독이다. 이 작품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베를린 청년들이 10년전 창립한 엔지오, ‘유겐트 레테트(Jugend Rettet)’ 소유의 민간 구조선, 유벤타호의 구조활동 과정을 처음부터 기록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넷플릭스 극영화 < 23000 Lives>의 비하인드 스토리인 셈이다.
베를린 엔지오 유겐트 레테트의 유벤타호 구조활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 모습미켈레 칭퀘는 극영화 < 23000 Lives>의 실화인 다큐멘터리 <유벤타 (Iuventa)>의 감독이다. 이 작품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베를린 청년들이 10년전 창립한 엔지오, ‘유겐트 레테트(Jugend Rettet)’ 소유의 민간 구조선, 유벤타호의 구조활동 과정을 처음부터 기록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넷플릭스 극영화 < 23000 Lives>의 비하인드 스토리인 셈이다.Cesar Dezfuli

-첫 번째 구조임무는 어땠나?
"유럽 전역에서 민간 구조선단에 합류하기 위해 수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유벤타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이들은 자원봉사자였다. 운영 첫해에는 아무도 급여를 받지 않았기에, 전문 해상 구조 단체와는 완전히 달랐다. 사실 저는 배에 탄 사람들 중 나이가 꽤 많은 편에 속했다. 당시 저는 33살이었는데 단체 설립자는 겨우 19살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젊었다. 첫 구조임무 때 저는 18일간 촬영을 했고, 우리는 함께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구조했다. 안타깝게도 젊은 여성 두 명의 시신을 수습하기도 했는데 정말로 극한 임무였다. 그 순간부터 저는 이들의 이상이 점차 현실과 충돌하는 과정을 계속 따라다니며 기록해갔다. 유벤타호가 압수되고 결국 연대활동이 범죄로 규정되기 시작하는 등, 현실이 그토록 가혹해질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민간 구조선 유벤타호가 첫 출항하는 모습 영화의 한 장면.
민간 구조선 유벤타호가 첫 출항하는 모습영화의 한 장면.SunnySideUp Film

-저는 단지 유럽연합이 난민구조에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만 생각했는데, 상황이 이 정도로 충격적인지 몰랐다.
"북아프리카와 국경 지역의 상황은 기본적으로 유럽의 이주 정책에 의해 형성된다. 2015년부터 '국경 외부화'라는 새로운 모델이 시행되어왔다. 다시 말해, 유럽인으로서 인권을 존중한다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유럽이 국경 통제 기능을 다른 나라로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리비아, 튀르키예, 최근에는 튀니지 같은 나라들에 '더러운 일'을 외주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국경 외부화가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았다. 국제법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돈을 지불해 난민들을 강제로 돌려보내는 '푸시백 (pushback)'을 수행하게 하고 있다. 2015년 당시에는 '마레 노스트룸이라는 국가 주도의 수색 및 구조 작전이 있었다. 하지만 2017년 무렵에는 이미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해상에서 사람들을 가로채 강제로 돌려보내고 있었다. 결국 우리가 목격한 것은 유럽 국경의 외부화였던 셈이다."

-많은 난민들과 그들이 왜 이런 위험한 여정을 감수하려는지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봤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주된 원인으로는 불안정한 치안, 부족 간의 갈등, 그리고 전쟁 등을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유벤타호에서 구조 활동할 당시, 보코 하람의 위협을 피해 수많은 사람들이 나이지리아에서 탈출했다. 당시 보코 하람은 마을을 습격해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남성들을 살해했으며, 모든 것을 약탈하고 가옥을 불태우는 등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었다. 물론 종교나 성적 지향, 혹은 표현의 자유가 없어서 도망치는 사람들도 있자만, 제 경험상, 순전히 경제적 이유로 떠나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이주민의 유입에는 시기별로 각기 다른 흐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저는 이 주제를 다루는
차기작을 제작 중인데, 최근-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카메룬의 정세가 급격히 불안정해지면서 카메룬으로부터의 이주민 물결을 목격하고 있다. 결국 특정 시점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수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위기 상황 때문에 요즘 수단 출신 사람들을 훨씬 더 많이 접하고 있다. 이는 난민들이 탈출해 오는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결국, 이는 식민주의의 유산과 깊은 관련이 있다. 아프리카는 여전히 탈식민주의의 여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현재도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유럽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 같은 외부 세력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있으며, 그들의 천연자원은 여전히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다."

유벤타호에 의해 구조된 한 난민이 기뻐하는 모습 지중해에서 구조된 한 난민의 얼굴이 기쁨으로 가득하다. 유벤타호는 이태리 정부에 의해 기소된 후 7년간 정치적 재판을 견뎌내야했고 2024년에야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프로젝트 책임자인 사샤씨 (베를린 거주)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7년간 법률비용으로 사용한 엄청난 금액보다도 그간 구조할 수 있었던 만명이 넘는 난민들의 생명이 제일 큰 손실이라고 언급했다. 칭퀘 감독에 의하면, 과거 중도좌파 정부의 마르코 민니티 내무부장관이 난민 지원활동을 한 이들에 대한 사법 탄압 흐름을 시작했으나, 현재 극우 정부가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전했다.
유벤타호에 의해 구조된 한 난민이 기뻐하는 모습지중해에서 구조된 한 난민의 얼굴이 기쁨으로 가득하다. 유벤타호는 이태리 정부에 의해 기소된 후 7년간 정치적 재판을 견뎌내야했고 2024년에야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프로젝트 책임자인 사샤씨 (베를린 거주)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7년간 법률비용으로 사용한 엄청난 금액보다도 그간 구조할 수 있었던 만명이 넘는 난민들의 생명이 제일 큰 손실이라고 언급했다. 칭퀘 감독에 의하면, 과거 중도좌파 정부의 마르코 민니티 내무부장관이 난민 지원활동을 한 이들에 대한 사법 탄압 흐름을 시작했으나, 현재 극우 정부가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전했다.Cesar Dezfuli

-어떤 사람들은 난민들이 공짜 혜택을 원하거나 복지제도를 악용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분할 통치라는 식민지 역사의 맥락, 분쟁 지역에 무기 판매 행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을 북반구 국가들이 배출한 기후 정의 문제, 최근 국제 경제 원조 대폭 축소 등이 이주 물결의 근본 원인이라고 보는데 이와 관련한 유럽의 책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동의한다. 특히 사람들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민병대나 권위주의 정권에 수백만 유로를 지원하는 유럽의 최근 정책을 보면 그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경제적 식민주의 또한 여전히 건재하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 중 일부는 사실 천연자원 면에서는 가장 부유한 나라들이기도 하다. 부르키나파소의 금이나 리비아의 석유를 고려해 본다면, 부르키나파소는 세계에서 최빈국 중 하나이고 리비아는 황폐해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다국적 기업들 (유럽, 러시아, 중국, 미국 등 국적을 불문)은 아프리카에서 막대한 부를 계속해서 빼내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콩고 민주 공화국에서는 희토류 광물, 나이지리아에서는 석유 채굴, 그 밖의 많은 지역에서도 환경적·경제적 파괴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기후 위기가 이주에 미칠 전체적인 영향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그의 최근 저서 <우리 문 앞의 낯선 이들 (Strangers at Our Door)>에서 지적했듯이, 향후 수십 년 동안 기후 변화의 영향이 더욱 심각해지면 우리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이주 물결을 목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이 문제를 이용해 공포를 조장하고 정치적 지지를 결집해 온 유럽 전역 우파 세력의 책임 또한 말할 것도 없다. 2017년 무렵에 일어난 일을 보면 그 변화를 확실히 알 수 있다. 2016년만 해도 유벤타호 선원들과 다른 NGO 구조선들은 '바다의 천사'로 널리 여겨졌다. 하지만 불과 1년 뒤, 그들은 '바다의 택시'라 불리며 밀입국 알선업자들과 공모했다는 억울한 혐의을 씌었는데 정말 믿기 힘든 엄청난 변화였다. 우파들은 이주 문제를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침공'을 운운하며, 이주민들이 우리의 복지 혜택을 빼앗아 간다고 주장하는 것은 불안감을 조장하기 아주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

- 유럽에서 제가 즐겨 찾는 식당들에는 대개 피부색이 짙은 이주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는 걸 자주 깨닫곤 한다. 그들의 노동이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그 음식을 즐길 수 있을까 싶다.
"맞다. 농장에서 주방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미등록 이주민들과 저임금 노동력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남부 이탈리아의 토마토 재배만 보더라도 , 미등록 이주민을 착취하는 미친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수많은 마피아 조직들도 깊이 연루되어 있다. 저도 남부 이탈리아의 이 문제를 다룬 단편 영화를 만든 적이 있다. <줄룰루(Jululu)>라는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권력 구조가 매우 복잡한가.
"조직 범죄와 합법적 권력 사이에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 근본적으로 이주 문제의 이면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이탈리아의 '마피아 카피탈레 (Mafia Capitale)' 스캔들을 들 수 있는데, 이 사건을 통해 마피아식 범죄 조직이 이주 문제와 얼마나 깊이 연루되어 있는지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마시모 카르미나티가 '이주는 마약보다 더 수익성이 높다'고 말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탈리아에서 마피아, 특히 '카포랄라토 (caporalato)'라고 불리는 농업 분야의 마피아 조직은 서류 미비 이주 노동자들을 필요로 한다. 합법적 지위가 없으면 착취하기 훨씬 쉽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편리하니까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많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작동하는 거다."

-어떤 면에서 보면, 사람들은 수많은 전쟁을 비롯한 세상의 여러 문제들에 꽤 지쳐 있는 것 같다. 끔찍한 참상에도 점점 무뎌지고 있다. 앞서 인도주의적 구조 작전인 '마레 노스트룸'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는데.
"모든 것은 2013년 10월 3일 람페두사섬 인근에서 발생한 대규모 선박 침몰 사고에서 시작되었다. 섬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368명이 목숨을 잃었고, 관광 시즌이 막 끝난 시점에 그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많은 시신이 떠밀려 왔다. 이 사건은 대중의 엄청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람페두사를 방문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유럽 전체가 움직였고 메시지는 분명했다. 바다에서 사람들이 계속 이렇게 죽어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 국가 주도의 수색 및 구조 작전인 '마레 노스트룸'이 시작되었고 약 1년 동안 지속되었다."

유벤타호가 구조한 아기 유벤타호의 자원봉사자가 구조한 난민 아기를 안고 있다.
유벤타호가 구조한 아기유벤타호의 자원봉사자가 구조한 난민 아기를 안고 있다.Cesar Dezfuli

-하지만 결국 그 작전은 중단되었다. 왜 그랬을까.
"공식적인 이유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돈 문제가 핵심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이미 정치적 기류가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유럽은 리비아 해안경비대를 지원하는 데 이미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상태였다. 실제로 '마레 노스트룸 작전이 진행되던 시기에도 이탈리아와 EU는 이미 리비아 해안경비대를 훈련시키고 있었다. 이는 책임을 떠넘기고, 고문·자의적 구금·성폭력·인신매매가 만연한 것으로 확인된 리비아로 사람들을 다시 돌려보냄으로써 그들이 유럽에 도달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는 제네바 협약에 위배되며, 국제법 위반 아닌가.
"맞다. 모든 국제 조약을 위반하는 행위다. 하지만 그들은 마치 리비아가 주도하는 것처럼 가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수년 동안 트리폴리 항구 부근에는 이탈리아 선박이 해상통제센터(IMRCC)를 운영해오고 있다. 즉, 이탈리아가 이를 조율해 왔고, 지금도 어떤 식으로든 그런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다만 이 작업은 이탈리아 측이 조정해 왔고, 여전히 어느 정도는 그렇다. 지금 중요한 건 이 사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고, 아시다시피 올해 상반기에만 천여명이 넘는 역대 최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해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언론에서는 이를 다루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바로 '유겐트 레테트(Jugend Rettet)'와 다른 비정부기구들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은 공해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증언이 남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리비아 해안경비대는 이주민들의 보트를 향해 총격을 가하기도 한다. 극영화 <23,000 Lives>에 나오는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총격 장면은 '씨 워치(Sea Watch)'가 촬영한 실제 영상이다. 그들은 분명 유럽으로부터 자금과 지원을 받고 있으며, 현재 튀니지와도 똑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EU의 공식 정책이다."

-이건 정치인들이 설계한 정책이다. 정치인들은 다른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겠지만, 왜 언론의 관심이 이토록 적은 건지 모르겠다. 일례로,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의 보도에 따르면, 현지 언론은 독일 시민이 저지른 범죄보다 난민이 저지른 범죄를 5배 더 많이 보도한다고 한다.
"아주 좋은 질문이다. 여기서 언론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제 생각에 언론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올해는 지중해에서 역대 최다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이에 대한 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이주 문제는 끊임없이 헤드라인을 장식했었지만 지금은 지중해에서 기록적인 수의 사람들이 계속 목숨을 ​​잃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공론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저는 이탈리아 언론 상황에 대해서만 말씀드릴 수 있다. 한마디로 이탈리아 언론은 국가의 권력 구조와 깊이 결탁해 있다. 표현의 자유가 노골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미묘한 문제다.

제 다큐멘터리 <유벤타>를 예로 들어보겠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공영 방송사의 영화 부서와 공동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7년 동안 단 한 번도 방영되지 않았다. 저는 이것을 일종의 검열이라고 판단한다. 제 다큐영화는 그저 현실을 기록했을 뿐이었는데 그 기간 내내 정치적 재판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언론은 종종 권력층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한다. 과거 베를루스코니는 언론 지형의 상당 부분을 장악했고, 재임 기간 동안 언론을 규제하는 많은 법을 재편했다. 오늘날에도 언론 시스템은 여전히 정치 권력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탈리아에는 독립 언론이 미약한 상황인건가.
"물론 독립 언론은 있다. 예를 들어, 저는 지금 이르피메디아 (Irpi Media)와 함께 새로운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매체는 EU에서 리비아 해안경비대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의 흐름에 대해 심층 취재를 했지만, 사람들은 이 문제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시민들은 지금 경제적으로 어렵고, 너무 많은 문제에 지쳐 있다. 그저 소파에 편하게 누워 넷플릭스 영화나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어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넷플릭스라는 '안락한 영역'으로 들어가 보려고 시도하는 중이다.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

-이 영화가 우리 모두는 똑같은 인간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강력하게 일깨워준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 문제를 온갖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보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그들을 구한 다음, 문제를 다루면 안될까 싶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질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그들이 본인의 가족이나 친구라고 상상해보면 좋겠다.
"동감한다. 만약 고속도로에 누군가 다쳐서 쓰러져 있는 걸 본다면 어떻게 반응할건가. 차를 세우고 도와줄건가, 아니면 그냥 지나칠건가? 이건 똑같은 상황이라고 본다. 사실,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유벤타 IUVENTA MICHELECINQUE 미켈레칭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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