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벤타호에 의해 구조된 한 난민이 기뻐하는 모습지중해에서 구조된 한 난민의 얼굴이 기쁨으로 가득하다. 유벤타호는 이태리 정부에 의해 기소된 후 7년간 정치적 재판을 견뎌내야했고 2024년에야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프로젝트 책임자인 사샤씨 (베를린 거주)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7년간 법률비용으로 사용한 엄청난 금액보다도 그간 구조할 수 있었던 만명이 넘는 난민들의 생명이 제일 큰 손실이라고 언급했다. 칭퀘 감독에 의하면, 과거 중도좌파 정부의 마르코 민니티 내무부장관이 난민 지원활동을 한 이들에 대한 사법 탄압 흐름을 시작했으나, 현재 극우 정부가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전했다.
Cesar Dezfuli
-어떤 사람들은 난민들이 공짜 혜택을 원하거나 복지제도를 악용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분할 통치라는 식민지 역사의 맥락, 분쟁 지역에 무기 판매 행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을 북반구 국가들이 배출한 기후 정의 문제, 최근 국제 경제 원조 대폭 축소 등이 이주 물결의 근본 원인이라고 보는데 이와 관련한 유럽의 책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동의한다. 특히 사람들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민병대나 권위주의 정권에 수백만 유로를 지원하는 유럽의 최근 정책을 보면 그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경제적 식민주의 또한 여전히 건재하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 중 일부는 사실 천연자원 면에서는 가장 부유한 나라들이기도 하다. 부르키나파소의 금이나 리비아의 석유를 고려해 본다면, 부르키나파소는 세계에서 최빈국 중 하나이고 리비아는 황폐해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다국적 기업들 (유럽, 러시아, 중국, 미국 등 국적을 불문)은 아프리카에서 막대한 부를 계속해서 빼내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콩고 민주 공화국에서는 희토류 광물, 나이지리아에서는 석유 채굴, 그 밖의 많은 지역에서도 환경적·경제적 파괴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기후 위기가 이주에 미칠 전체적인 영향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그의 최근 저서 <우리 문 앞의 낯선 이들 (Strangers at Our Door)>에서 지적했듯이, 향후 수십 년 동안 기후 변화의 영향이 더욱 심각해지면 우리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이주 물결을 목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이 문제를 이용해 공포를 조장하고 정치적 지지를 결집해 온 유럽 전역 우파 세력의 책임 또한 말할 것도 없다. 2017년 무렵에 일어난 일을 보면 그 변화를 확실히 알 수 있다. 2016년만 해도 유벤타호 선원들과 다른 NGO 구조선들은 '바다의 천사'로 널리 여겨졌다. 하지만 불과 1년 뒤, 그들은 '바다의 택시'라 불리며 밀입국 알선업자들과 공모했다는 억울한 혐의을 씌었는데 정말 믿기 힘든 엄청난 변화였다. 우파들은 이주 문제를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침공'을 운운하며, 이주민들이 우리의 복지 혜택을 빼앗아 간다고 주장하는 것은 불안감을 조장하기 아주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
- 유럽에서 제가 즐겨 찾는 식당들에는 대개 피부색이 짙은 이주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는 걸 자주 깨닫곤 한다. 그들의 노동이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그 음식을 즐길 수 있을까 싶다.
"맞다. 농장에서 주방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미등록 이주민들과 저임금 노동력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남부 이탈리아의 토마토 재배만 보더라도 , 미등록 이주민을 착취하는 미친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수많은 마피아 조직들도 깊이 연루되어 있다. 저도 남부 이탈리아의 이 문제를 다룬 단편 영화를 만든 적이 있다. <줄룰루(Jululu)>라는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권력 구조가 매우 복잡한가.
"조직 범죄와 합법적 권력 사이에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 근본적으로 이주 문제의 이면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이탈리아의 '마피아 카피탈레 (Mafia Capitale)' 스캔들을 들 수 있는데, 이 사건을 통해 마피아식 범죄 조직이 이주 문제와 얼마나 깊이 연루되어 있는지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마시모 카르미나티가 '이주는 마약보다 더 수익성이 높다'고 말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탈리아에서 마피아, 특히 '카포랄라토 (caporalato)'라고 불리는 농업 분야의 마피아 조직은 서류 미비 이주 노동자들을 필요로 한다. 합법적 지위가 없으면 착취하기 훨씬 쉽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편리하니까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많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작동하는 거다."
-어떤 면에서 보면, 사람들은 수많은 전쟁을 비롯한 세상의 여러 문제들에 꽤 지쳐 있는 것 같다. 끔찍한 참상에도 점점 무뎌지고 있다. 앞서 인도주의적 구조 작전인 '마레 노스트룸'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는데.
"모든 것은 2013년 10월 3일 람페두사섬 인근에서 발생한 대규모 선박 침몰 사고에서 시작되었다. 섬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368명이 목숨을 잃었고, 관광 시즌이 막 끝난 시점에 그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많은 시신이 떠밀려 왔다. 이 사건은 대중의 엄청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람페두사를 방문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유럽 전체가 움직였고 메시지는 분명했다. 바다에서 사람들이 계속 이렇게 죽어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 국가 주도의 수색 및 구조 작전인 '마레 노스트룸'이 시작되었고 약 1년 동안 지속되었다."
▲유벤타호가 구조한 아기유벤타호의 자원봉사자가 구조한 난민 아기를 안고 있다.Cesar Dezfuli
-하지만 결국 그 작전은 중단되었다. 왜 그랬을까.
"공식적인 이유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돈 문제가 핵심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이미 정치적 기류가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유럽은 리비아 해안경비대를 지원하는 데 이미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상태였다. 실제로 '마레 노스트룸 작전이 진행되던 시기에도 이탈리아와 EU는 이미 리비아 해안경비대를 훈련시키고 있었다. 이는 책임을 떠넘기고, 고문·자의적 구금·성폭력·인신매매가 만연한 것으로 확인된 리비아로 사람들을 다시 돌려보냄으로써 그들이 유럽에 도달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는 제네바 협약에 위배되며, 국제법 위반 아닌가.
"맞다. 모든 국제 조약을 위반하는 행위다. 하지만 그들은 마치 리비아가 주도하는 것처럼 가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수년 동안 트리폴리 항구 부근에는 이탈리아 선박이 해상통제센터(IMRCC)를 운영해오고 있다. 즉, 이탈리아가 이를 조율해 왔고, 지금도 어떤 식으로든 그런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다만 이 작업은 이탈리아 측이 조정해 왔고, 여전히 어느 정도는 그렇다. 지금 중요한 건 이 사실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고, 아시다시피 올해 상반기에만 천여명이 넘는 역대 최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해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언론에서는 이를 다루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바로 '유겐트 레테트(Jugend Rettet)'와 다른 비정부기구들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은 공해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증언이 남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리비아 해안경비대는 이주민들의 보트를 향해 총격을 가하기도 한다. 극영화 <23,000 Lives>에 나오는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총격 장면은 '씨 워치(Sea Watch)'가 촬영한 실제 영상이다. 그들은 분명 유럽으로부터 자금과 지원을 받고 있으며, 현재 튀니지와도 똑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EU의 공식 정책이다."
-이건 정치인들이 설계한 정책이다. 정치인들은 다른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겠지만, 왜 언론의 관심이 이토록 적은 건지 모르겠다. 일례로,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의 보도에 따르면, 현지 언론은 독일 시민이 저지른 범죄보다 난민이 저지른 범죄를 5배 더 많이 보도한다고 한다.
"아주 좋은 질문이다. 여기서 언론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제 생각에 언론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올해는 지중해에서 역대 최다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이에 대한 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이주 문제는 끊임없이 헤드라인을 장식했었지만 지금은 지중해에서 기록적인 수의 사람들이 계속 목숨을 잃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공론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저는 이탈리아 언론 상황에 대해서만 말씀드릴 수 있다. 한마디로 이탈리아 언론은 국가의 권력 구조와 깊이 결탁해 있다. 표현의 자유가 노골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미묘한 문제다.
제 다큐멘터리 <유벤타>를 예로 들어보겠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공영 방송사의 영화 부서와 공동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7년 동안 단 한 번도 방영되지 않았다. 저는 이것을 일종의 검열이라고 판단한다. 제 다큐영화는 그저 현실을 기록했을 뿐이었는데 그 기간 내내 정치적 재판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언론은 종종 권력층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한다. 과거 베를루스코니는 언론 지형의 상당 부분을 장악했고, 재임 기간 동안 언론을 규제하는 많은 법을 재편했다. 오늘날에도 언론 시스템은 여전히 정치 권력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탈리아에는 독립 언론이 미약한 상황인건가.
"물론 독립 언론은 있다. 예를 들어, 저는 지금 이르피메디아 (Irpi Media)와 함께 새로운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매체는 EU에서 리비아 해안경비대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의 흐름에 대해 심층 취재를 했지만, 사람들은 이 문제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시민들은 지금 경제적으로 어렵고, 너무 많은 문제에 지쳐 있다. 그저 소파에 편하게 누워 넷플릭스 영화나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어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넷플릭스라는 '안락한 영역'으로 들어가 보려고 시도하는 중이다.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
-이 영화가 우리 모두는 똑같은 인간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강력하게 일깨워준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 문제를 온갖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보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그들을 구한 다음, 문제를 다루면 안될까 싶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질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그들이 본인의 가족이나 친구라고 상상해보면 좋겠다.
"동감한다. 만약 고속도로에 누군가 다쳐서 쓰러져 있는 걸 본다면 어떻게 반응할건가. 차를 세우고 도와줄건가, 아니면 그냥 지나칠건가? 이건 똑같은 상황이라고 본다. 사실,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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