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선택한 이야기... "지중해서 난민 구한 청년에 매료"

[인터뷰] 넷플릭스 영화 < 23000 Lives> 마르쿠스 골러 (Markus Goller) 감독

"제 이름은 압둘라만이고 저는 시에라리온 출신입니다. 14살 때 저는 가족과 고향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어떤 아이도 자발적으로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죠. 제 목숨이 위태로웠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니로 도망쳤고, 그곳에서 저를 유럽으로 데려가 준 사람을 만났습니다.

우리의 여정은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리비아를 거쳐 갔습니다. 항상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말이죠. 이 여정에서 우리가 겪은 일들—굶주림, 공포, 폭력, 감금—은 누구에게도 겪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바다에서 우리를 구조해 이탈리아 선박에 인계해 준 유벤타호(Iuventa)의 승무원들이 없었다면, 저는 오늘 이곳에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불법'인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저는 독일에서 새로운 고향을 찾았습니다. 여기서 학교에 다닐 수 있었고, 산업 기계공으로 직업 훈련을 받았으며, 가정을 꾸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두 명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아빠가 되었고, 세 번째 아이도 곧 태어날 예정입니다. 올해부터 저는 자랑스러운 독일 시민이 되었고 독일은 제게 진정한 고향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벤타호의 모든 승무원분들과 영화 제작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제 이야기를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뮌헨영화제 (Filmfest Muenchen)의 한 영화대담에서 편지가 낭독될 때, 좌중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극영화 <23,000 라이브즈 23,000 Lives>의 엔딩 크레딧이 끝나자마자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일어나 영화제작진에게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다.

마르쿠스 골러 (Markus Goller) 감독은 그동안 다수의 극영화들을 연출한 중견 감독이다. 대표작으로는 코메디 <원 포더 로드 One for the Road> (2023), <마이 브라더 심플 My Brother Simple>(2017), 코메디-어드벤처 장르로는 <프렌드 쉽 Friendship!> (2010), <25 km/h> (2018)등이 있다.

이번에는 지중해에서 수많은 난민들을 직접 구조한 독일 베를린 청년들의 실화를 소재로 한 넷플릭스 영화 <23,000 Lives>를 감동적으로 연출했다. 영화는 지난 5일 폐막한 뮌헨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였고 넷플릭스 플랫폼에서 17일 전 세계 45개국으로 송출될 예정이다. (예고편 : https://www.youtube.com/watch?v=89dugTvBEWw)

세상에 첫선을 보이는 월드프리미어로 바쁜 일정에도 그가 한국 관객들을 위해 시간을 내주었다. 아래 인터뷰는 지난 2일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고 11일 서면 인터뷰한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하나라는 일체감

 . 무대위 프로듀서 크리스토퍼 츠비클러(좌)와 마르쿠스 골러 감독 (우)마르쿠스 골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여러분 안에는 엄청난 힘이 깃들어 있다. 원한다면 여러분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와 함께 “ 우리는 인본주의적 가치를 되새기며 지중해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 무대위 프로듀서 크리스토퍼 츠비클러(좌)와 마르쿠스 골러 감독 (우)마르쿠스 골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여러분 안에는 엄청난 힘이 깃들어 있다. 원한다면 여러분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와 함께 “ 우리는 인본주의적 가치를 되새기며 지중해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클레어함

- < 23000 Lives>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인가.
"이는 (청년이 구조한다는 뜻의 베를린 엔지오 ) '유겐트 레테트(Jugend rettet)'가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물에서 구조한 사람들의 수치다. 이 민간 구조단체가 없었다면, 아마도 2만 3000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수치상으로 볼 때 지중해는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국경 지대다. 반면 지중해의 구석구석은 (유럽) 정부들에 의해 철저히 감시되고 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두가 정확히 알고 있는 셈이다."

- 뜨거운 반응을 예상하셨나? 토론 시간에 압둘라만씨가 편지를 낭독할 때, 많은 관객들이 흐느끼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가 다루는 주제와 그 안에 담긴 인간적인 면모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물론 저희도 관객들의 감정적인 반응을 희망했다. 영화를 만들 때 모든 결정을 이끄는 핵심적인 생각과 감정은 바로 '하나라는 일체감 (Oneness)'이었다. 저는 영화 제작의 모든 단계에서 저 자신과 우리 팀원들에게 이 점을 가능한 한 자주 상기시키려 노력했다. 물론 시사회장에서 관객들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간애를 느끼는 모습은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짧게 일화 하나를 말씀드리고 싶다. 영화가 끝난 후 한분이 다가와 부끄러움과 후회 섞인 심정을 털어놓으셨다. 그녀는 지중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현실은 알고 있었지만 쏟아지는 수많은 (우울한) 정치 뉴스를 감당하기 버거워 그동안 이 문제를 외면해왔다고 했다.

사람들이 세상의 온갖 비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 한다는 점, 그리고 저를 포함해 누구나 자신이 어떤 문제에 에너지를 쏟을지 선택해야 한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압둘라만씨를 직접 대면할 때처럼 현실을 눈앞에서 마주하게 되면, 우리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것을 느낀다. 그런 강렬한 감정이 그 자리에 가득했다."

- 넷플릭스 영화 <23,000 Lives>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이탈리아 감독 미켈레 칭퀘 (Michele Cinque)가 지중해에서 펼쳐진 '유겐트 레테트'의 수색및 구조 활동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유벤타(Iuventa)>를 제작했다. 그는 1년 반 동안 카메라로 그 현장과 그곳의 사람들을 담아냈다. 메인 프로듀서인 크리스토퍼 츠비클러 (Christopher Zwickler)가 이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접하고, 독일 넷플릭스에 제안했다.

그쪽에서도 장편 영화 소재로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그 후 저와 '써니사이드업 필름(SunnySideUp Film)'의 제 파트너인 올리버 치겐발크 (Oliver Ziegenbalg)가 합류했다. 올리버는 미켈레와 함께 각본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는 올리버에게 실제 사건의 주인공들과 연결해 주었다. 저는 '무언가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결심한 한 사람의 이야기에 깊이 매료되었다. 그가 친구들에게 뜻을 전하고, 그들이 실제로 행동에 나서서 수많은 사람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 아주 흥미로웠다. 정말 매혹적인 이야기 아닌가. "

- 전체 촬영 기간은 얼마나 되었나.
"촬영은 8월 초에 시작해서 11월 중순에 마무리됐다. 물론 중간중간 휴식기도 있었다. 베를린에서 몰타로, 다시 몰타에서 베를린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몰타가 주요 촬영지였다."

-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사실 다큐멘터리 <유벤타(Iuventa)>에 등장하는 실제 인물들과 외모나 분위기 면에서 꽤 닮은 점도 보인다. 배우를 캐스팅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기준은 무엇이었나.
"저에게 있어 중요한 건 상호 신뢰와 정서적 유대감이었다. 주연 배우인 루이스 호프만(Louis Hofmann)은 독일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아주 유명한 배우다.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다크(Dark)> (2017-2020년)를 통해 명성을 얻었다. 브라질에서만 70만 명의 팔로워가 있다고 들었다.

당시 그를 잘 몰랐다. 캐스팅 과정은 언제나 흥미롭다. 영화나 사진을 보고는 '아, 이 배우 정말 괜찮을 것 같은데? 한번 해볼 만하겠어'라고 생각하게 되면 연락해 직접 만나보고 캐스팅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그의 열정과 깊이 있는 감정 표현에 매료되었고, 루이스 본인도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 했다. 캐스팅 과정은 꽤 빠르게 진행되었다."

120명 보조 출연자의 목소리

 마르쿠스 골러 감독: “마지막 3일 밤 동안 찍은 폭풍우 장면이 단연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고무보트에 타고 있던 120명의 보조 출연자들 모두가 우리가 준비를 마칠때까지 그 긴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야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들이 갑자기 ‘We are one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은 정말 가슴 벅차고 진실되며, 아름다웠다. 그리고 모두가 합세해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하나가 되었던 그 순간이, 제게는 이번 영화 촬영 중 가장 벅차고 감동적인 하이라이트였다.”
마르쿠스 골러 감독: “마지막 3일 밤 동안 찍은 폭풍우 장면이 단연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고무보트에 타고 있던 120명의 보조 출연자들 모두가 우리가 준비를 마칠때까지 그 긴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야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들이 갑자기 ‘We are one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은 정말 가슴 벅차고 진실되며, 아름다웠다. 그리고 모두가 합세해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하나가 되었던 그 순간이, 제게는 이번 영화 촬영 중 가장 벅차고 감동적인 하이라이트였다.”넷플릭스

-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마지막 3일 밤 동안 찍은 폭풍우 장면이 단연코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날씨가 이미 꽤 쌀쌀해진 데다 주연급 배우들과 수많은 보조 출연자 모두 얇은 옷차림이었기에 촬영은 정말이지 힘들었다. 비바람과 거센 파도를 그들에게 쏟아부어야 했는데도 모두가 수차례 반복하며 헌신적으로 임해주었다.

관객들은 이게 단순히 영화라고 생각하겠지만, 대다수 보조 출연자에게는 그 극한 경험을 다시금 반복해 겪어야한다. 촬영하는 내내 정말 힘들고 감정이 북받치는 순간들이었다. 한 번은 촬영 세팅을 마치고 카메라와 장비들을 재배치하는 중이었는데 물속에서의 촬영은 진행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어 준비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고무보트에 타고 있던 120명의 보조 출연자들 모두 우리가 준비를 마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들이 갑자기 '위 아 원 We are one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 정말 가슴 벅차고 진실되며, 아름다웠다. 그리고 모두가 합세해 함께 노래를 불렀다. 사실 'We are one'은 촬영 당시 이 영화의 가제(working title)였다. 이것은 한마디로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준 정신 내지는 마음가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하나가 되었던 그 순간이, 이번 영화 촬영 중 가장 벅차고 감동적인 하이라이트였다."

- 유럽에서 왜 반난민 반이민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고 보는가.
"세상에는 현재 상황과 미래, 신체적·경제적 안정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 두려움을 마주하고 다루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두려움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한 뒤 이를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우리는 적대적인 상대가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서 서로를 대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이러한 두려움을 그저 일축해 버리곤 한다.

게다가 권력을 추구하는 이들은 이러한 두려움을 이용한다. 그들은 안전을 갈망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를 악용한다. 누군가가 "이민자가 없어야 당신이 안전하니 그들을 반대하자"라고 말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사람들은 반대할 대상을 갖게 되고, 그 순간 안전함을 느끼며 소속감과 정체성을 얻게 된다. 마치 축구 클럽의 일원이 된 것처럼 말이다.

안타깝게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고 불행히도 독일에서도 다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타인을 지배하려 하고 자신이 더 우월하다고 느끼며, 오직 자기 생각과 신념만이 옳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에 의해 조장되는 공포심이다. 그런 사람 중 다수는 정치인이 되어 권력을 잡고 지역을 지배한다.

모든 갈등이 그렇듯, 제가 생각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서로를 존중하고 경청하며 대화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의견과 내 생각이 완전히 다를 수는 있지만, 단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소통하고 경청하며 서로를 포용하는 과정을 통해, 어떤 사안에 대한 우리의 감정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도 있고, 어쩌면 타인의 주장 속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거나, 심지어 내 생각을 바꾸게 될 계기를 만날 수도 있겠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마음을 열고, 타인이 자신의 두려움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경청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자.

아울러 제가 굳게 믿는 인류의 또 다른 기본 원칙은 우리의 존재와 공간을 결정하는 '에너지'다. 내가 내뿜은 에너지는 결국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저항은 또 다른 저항을 낳는다. 반면 사랑과 열린 마음은 사랑과 행복, 만족, 안정이라는 공통의 토대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같은 땅, 같은 행성 위에서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크게 보면 우리는 결국 하나인 셈이다."

 이 영화는 지중해에서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펼쳐진 엔지오 ‘유겐트 레테트’의 난민 구조 활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유벤타(Iuventa)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당시 첫 미션 전에 교육을 받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
이 영화는 지중해에서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펼쳐진 엔지오 ‘유겐트 레테트’의 난민 구조 활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유벤타(Iuventa)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당시 첫 미션 전에 교육을 받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넷플릭스

-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느끼길 바라나.
"원한다면 여러분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 안에는 엄청난 힘이 깃들어 있다. 지금까지 실제로 일어난 일이 이를 잘 보여준다. 단 한 사람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옳지 않아.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라고 지적했을 뿐인데, 그 후 다른 사람들이 힘을 합쳐 무언가를 이뤄냈고, 결국 우리는 이 영화를 만들게 되지 않았나.

시작 단계부터 많은 이들이 도움을 주었고, 또 많은 이들이 도움받았다. 제작 과정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이 영화가 이제 첫 관객을 만나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면 수백만 명의 사람이 이 작품을 보고 무언가를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저는 지중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 상황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우리는 인본주의적 가치를 되새기며, 우리 모두 본질적으로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저는 우리가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열며, 편견 없이 경청하는 태도가 우리를 만족감과 안전함, 행복, 그리고 사랑을 느끼는 삶으로 이끈다고 믿는다.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 아닌가. 그러니 그런 삶을 살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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