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드림 올스타의 황성빈이 강아지 퍼포먼스를 하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KBO리그가 고심 끝에 찾아낸 대안은 '올스타전의 예능화'였다. 최근 몇 년간 KBO 올스타전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을 꼽으라면 누가 올스타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고 MVP가 되었느냐보다는, 누가 튀는 분장과 기발한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느냐가 더 화제가 된다.
SSG의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은 '맥아더 장군'으로 분장하여 높은 싱크로율을 선보였고, 롯데 황성빈은 배달기사 복장으로 등장하여 '배달의 마황'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분장 퍼포먼스에 대하여 비판적인 발언을 했던 구자욱 본인도 과거 여장을 하고 등장한 적도 있다.
본래는 몇몇 자선 야구 대회에서 가벼운 이벤트식으로 시작됐지만, 반응이 좋아서 최근에는 올스타전 무대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제는 야구 선수들이 올스타전에서 대부분 분장쇼를 펼치는 게 당연한 메인 이벤트가 되어버렸다.
물론 평소 보기 힘든 프로야구 선수들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 선수들이 팬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하여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노력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다만 최근에는 정도가 지나쳐서 '주객전도'가 되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선수 중에는 이러한 퍼포먼스를 분명히 부담스러워하는 선수들도 있을 수 있고, 구자욱처럼 야구 경기 본연의 매력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지론을 지닌 선수도 있을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과도한 분장쇼가 남발되면서 예전보다 참신한 희소성도 떨어졌고, 분장을 입고 벗느라 경기 시간이 자꾸 지연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무엇보다 KBO리그에서 올스타전 하면 아직도 1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이벤트 경기'라는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올스타에 여러 번 선정되었다고 해도 연봉이 올라가거나 선수의 경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휴식기에 올스타에 선정되어 하는 걸 명예롭다기보다는 내심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선수들도 많았다.
각 구단과 감독, 선수들은 후반기 페넌트레이스 성적을 대비하여 올스타전에서는 내심 그리 무리하지 않기를 바란다. 굳이 실익이 없는 올스타전에서 무리하게 전력투구하다가 부상이라도 당하게 되면 개인이나 팀이나 큰 낭패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 은근히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있다 보니, 경기력보다는 분장쇼와 세리머니 같은 예능적인 이벤트로 부족한 재미를 채울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전통적인 야구팬들 입장에서는, 1년에 한 번 정도는 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자존심을 걸고 온 힘을 다해 진검승부하는 올스타전을 보고 싶은 바람도 존재한다. 1970년 MLB 올스타전에서 12회 연장 승부와 피트 로즈의 홈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1999년 올스타전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4연속 삼진쇼, 2013년 특급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의 마지막 등판과 기립박수 등은 지금도 전설로 회자되는 명장면들이다.
최근 KBO리그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올스타전을 향한 관심도와 주목도도 높아졌다. 리그 최고의 야구선수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예능만 하다가 끝내기에는 뭔가 아쉽다. 올스타전에서도 결과에 따라 승리팀에게 보상을 주거나, 승부치기 제도를 활용하여 에이스급 투수와 강타자의 맞대결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등, 경기력을 더 흥미롭게 끌어올릴 아이디어를 연구해 볼 수 있다.
올스타전이라고 해도 쇼맨십과 경기력 사이 균형을 잡아야 할 필요는 존재한다. 전반부까지는 예능으로 웃음을 줄 때는 주더라도, 후반으로 갈수록 야구 본연의 진지한 경기력과 승부 근성이 조화를 이룬 올스타전이라면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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