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가 총괄한 일본 드라마는 뭐가 다를까?

[이 장면 이후 우리 사회는] 넷플릭스 〈가스인간〉, 제시간에 닿지 못한 마음에 대하여

[이 장면 이후 우리 사회는] 영화, 방송, 책등 작품 속 한 장면을 통해, 오늘의 사회적 장면과 감정의 흐름을 살펴봅니다.[기자말]
(* 이 글은 시리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떤 마음은 하루를 망설이는 사이 늦어지고, 어떤 마음은 계절이 바뀐 뒤에야 닿는다. '조금만 더 일찍'이라는 후회는 이상하리만큼 오래 남는다. 조금만 더 일찍 움직였다면, 달라졌을까.

넷플릭스 시리즈 〈가스인간〉은 그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는 이야기다. 예고된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SF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사건을 따라갈수록 이야기는 과거 권력층이 은폐한 비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 영화 〈가스인간 제1호〉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연상호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와 각본을, 가타야마 신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살려 달라는 외침

가스인간 공식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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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과거 권력층이 은폐한 운석 사고의 정화 작업에 동원된 츠츠미다 렌(우타)은 유해 물질에 노출돼 몸이 서서히 가스로 변하며 죽어간다. 피부가 타들어 가고 온몸이 찢겨 나가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그는 끝까지 살고자 사람들을 향해 손을 뻗는다. 죽어가면서 필사적으로 도움을 청하지만, 누구도 그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어린 코노 쿄코만이 그를 부르며 울부짖는다.

렌은 죽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죽음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앞에서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던 몇 초의 시간이다. 사람은 도울 수 없었던 순간보다, 도울 수 있었는데 움직이지 못했던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한다.

"진실을 아는데도 아무것도 안 하면 언젠가 자신을 미워하게 돼."

화이트센터의 전 소장 오바타(사코 카오루)의 말은 쇼타를 향한 충고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향한 참회이기도 하다. 그가 오래 끌어안고 살아온 것은 사회복지시설을 가장해 무연고자와 아이들을 '인간 연료'처럼 착취했던 화이트센터의 진실이었다.

이 드라마에서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때를 놓친 사람들이 있다. 기자 카토 신이치는 화이트센터의 진실을 끝까지 취재했지만 압력 속에 기사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화이트센터 소장이었던 오바타 역시 진실을 알고도 침묵한 시간을 오래 끌어안고 살아간다. 쇼타는 학교 절도사건의 진범을 알면서도 두려움 때문에 입을 열지 못했다.

학대 사건이 알려진 뒤 "이상한 낌새는 있었다"라는 이웃들의 말이 이어지고, 학교폭력이 드러난 뒤에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라는 증언이 나온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누군가를 잃고 나서야 "그때는 말하지 못했다"라는 고백도 반복된다.

뒤늦은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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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님, 소원을 하나 말씀해 주세요."

어린 쿄코는 렌에게 "아저씨가 우리 아빠가 되는 거야"라며 소원을 말한다. 렌은 기쁜 마음으로 아이를 꼭 안아 준다. 그때의 "소원을 하나 말씀해 주세요"는 아이의 외로움을 품어 주는 따뜻한 말이었다. 세월이 흐른 뒤, 가스인간이 된 렌은 "청취자님, 소원을 하나 말씀해 주세요"라며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목소리는 그대로인데, 그의 눈은 눈앞의 여인이 어린 시절 자신이 안아 주었던 쿄코라는 사실을 끝내 알아보지 못한다.

렌은 기억만 잃은 것이 아니었다. 살아 있을 때부터 자신의 삶조차 제대로 살아 본 적이 없었다. 화이트센터에서는 '인간 연료'로 이용당했고, 가스인간이 된 뒤에는 총탄으로도 멈출 수 없는 괴물이 된다. 그는 명령받은 사람을 끝까지 추적하는 존재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런 그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정작 그조차 자신의 의지로 내린 선택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코노 쿄코(아오이 유우)의 복수심이, 나중에는 마우라 타케시(오카베 타카시)의 권력이 그를 움직인다.

사랑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카모토 켄지(오구리 슌)가 끝내 건네지 못한 청혼 반지는 쿄코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야 비로소 그녀의 손에 닿는다. 마음은 끝내 전해졌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이 장면들 위로 흐르는 일본 밴드 사잔 올 스타즈의 'Ellie My Love'도 그렇다. 극 중에서는 가스인간을 움직이는 암호지만, 동시에 렌과 쿄코가 가장 따뜻했던 시간을 붙잡고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노래는 사랑보다 시간을 기억하게 만든다.

운석은 렌을 가스인간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나면 오래 남는 것은 괴물이 아니라, 제시간을 놓친 순간들이다. 내밀지 못한 손. 하지 못한 말. 제시간에 닿지 못한 마음. 괴물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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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인간 연상호 가타야마신조 방관자효과 침묵의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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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