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분에 담긴 뇌성마비 무용수 소영의 도전

[김성호의 씨네만세 1394] <소영의 노력>

소영은 무용수다. 공연을 목표로 연습장에서 매일 연습에 매진하는 모습이 여느 무용수와 다를 것 없다. 간단한 동작부터 섬세하고 민감한 것까지 가다듬어 무대에서 후회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 그것이 소영의 목표다. 영화 <소영의 노력>은 공연을 향한, 그리고 공연 이후에도 계속되는 소영의 삶을 다룬다. 그 삶을 지탱하는 많은 부분이 노력이라고 보았던 것일까. 영화는 주인공 '소영'의 이름 뒤에 '노력'을 특별히 빼어 제목으로 달았다.

이달 개봉을 앞둔 <소영의 노력>은 오재형 감독의 72분짜리 장편 다큐멘터리다. 씨네만세서도 몇차례 다루었던 오재형 감독이다. 어머니와 떠난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에서 뚝딱 찍어 만든 단편 <모스크바 닭도리탕>부터, 2023년 정식 개봉에 이른 <피아노 프리즘>까지 카메라를 매개로 세상과 통하는 방식이 심히 독특했다.

누군가는 그를 개성 있다 말할 테고 또 누구는 닿지 않는 표현을 거듭한다 하겠으나, 그들 모두가 오재형과 같은 색채의 감독이 한국 다큐멘터리계에 흔치 않다는 사실엔 동의할 테다. 다양성이 곧 자산이라면 그를 한국 영화계, 적어도 독립 다큐멘터리계의 자산이라 말해도 무리한 표현은 아니지 않을까.

소영의 노력 스틸컷
소영의 노력스틸컷필름다빈

뇌성마비 장애인은 무용수가 될 수 있을까

<소영의 노력>의 주인공은 30대 후반의 무용수 김소영이다. 우선 눈길을 끄는 건 소영의 장애다. 소영은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뇌성마비를 가진 다른 이들이 그렇듯 뇌손상으로 인해 신체운동에 어려움을 갖고 있다. 똑바로 걷는 것도, 팔다리를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데도 불편이 따르는 그녀가 어떻게 무용을 한다는 걸까. 72분에 걸친 러닝타임이 그에 대한 답이라 봐도 무방하겠다.

영화는 주로 연습실에서 소영과 역시 장애를 가진 다른 배우가 연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들을 지도하는 건 무용선생님 정희정씨다. 인내심을 갖고 칭찬하며 무용수들을 이끌어가는 희정의 수고와 그에 응답하며 조금씩 나아지는 이들의 노력이 영화 내내 지속된다. 공연엔 피아노 연주가 더해지는 듯, 영화의 감독이기도 한 오재형 또한 연습 과정을 함께한다. 전작 <피아노 프리즘>에서 꾸준히 피아노를 단련하는 모습을 보여준 감독이 이들과 합을 맞춰 멜로디로 공간을 채운다.

전작들에서도 감독 자신의 모습을 전면에 노출하는 데 적극적이던 오재형의 연출이 이번에도 이어진다. 소영과 정희 다음으로 얼굴이 많이 보이는 그의 존재는 <소영의 노력>의 또 하나 특색이라 할 만하다. 감독은 이들과 같은 공연을 준비하는 식구로써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연습실에 카메라를 두고, 때로는 직접 카메라를 들고서 제 동료들의 얼굴을 담아낸다. 그로써 작품은 그저 무용이 나아지는 과정에만 매몰되지 않는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나누는 이들의 관계가 또한 영화에 담긴다.

소영의 노력 스틸컷
소영의 노력스틸컷필름다빈

"칭찬하지 마세요, 으스댈까 두려우니"

인상적이라 할 만한 장면이 몇 있다. 영화 내내 희정은 소영에게 '재능이 있다'거나 '훌륭하다'거나 하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얼마쯤은 진실이겠으나 또 상당부분은 그녀를 격려하는 교수법의 발로일 테다. '소영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말 또한 입버릇처럼 반복하는데, 가만히 보고 있자면 정말로 하고픈 걸 다 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하여 한 번은 소영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 놓고 매번 '소영아!' 이럴 거면서"하고 억누른 감정을 터뜨리기도 하는 것이다.

"이 정도 집중력은 가질 수 없어", "전도연급 집중력인데?", "대단한 거야" 하는 등의 칭찬이 지속될 때도 소영은 제 의견을 적극 표출한다. "선생님이 자꾸 칭찬하면 내가 나도 특별한 줄 알고 으스댄다"고, "그러면 버릇 없어진다"며 그렇게 저를 대하지 말라고 항변한다. 항상 겸손하게 춤을 추고 싶다는 소영의 남다른 의지를 내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무조건적인 칭찬이 아니라 인정할 걸 인정하는 것이라는 희정의 말이 진실인지를 영화 가운데선 확인하기 어렵다. 희정이 제 학생 안에 깃든 재능과 재주를 알아볼 줄 아는 속 깊고 역량 있는 교사인 걸까. 그저 쉽게 무너질까 염려하여 소영을 북돋워주는 것일까. 그는 아마도 완성된 몇 차례 무대에 올린 공연 '코나투스 옴니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무대가 충실히 담기지 않은 관계로 짐작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소영의 노력 스틸컷
소영의 노력스틸컷필름다빈

무용과 영화의 만남, 그 독특한 방식

다행히 장애전문 매체인 <웹진이음>에 실린 조형빈 무용평론가의 글을 통하여 이 공연의 형식을 얼마쯤 짐작해볼 수 있겠다.

공연은 무용수 각자의 솔로 안무가 이어지는 방식으로 구성되었고, 중간중간 영상을 활용해 안무의 내러티브를 더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공연의 첫 부분을 맡은 김소영 무용수의 춤이 시작되기 전, 무대 뒤편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소영의 노력>이 상영된다. 처음 타보는 기차, 연습실에서 춤추는 경험 등이 담긴 짧은 필름은 무대 중앙에서 앉은 채 움직임을 시작하는 김소영의 춤으로 이어지고, 곧이어 나오는 서정적인 음악에 맞추어 다양한 몸짓을 선보인다. -조형빈, 웹진 이음, '신체 너머, 존재를 보존하는 욕망' 중에서

오재형의 다큐와 연주가 정희정의 공연과 결합하여 무대 위의 춤을 무대 너머의 것으로 확장하는 형식이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겠다. 장애를 전면에 내세운, 그것도 장애의 장애성을 극대화하는 매체인 무용으로 표현하는 목적이 무엇이었을까. 장애를 비장애와 대비되는 불편이나 결핍으로 소화하지 않았으리란 건 분명하다. 상승을 향한 노력을 일컫는 라틴어 '코나투스conatus'를 제목으로 가져온 무용극의 목적은 아마도 장애 안에서도 그와 같은 미덕이 이뤄질 수 있음을, 비장애인에게서 그러하듯 아름다움이 이뤄질 수 있으리란 걸 내보이는 것에 있지는 않았을까.

소영의 노력 포스터
소영의 노력포스터필름다빈

아쉬움을 넘어서 의미를 더듬는다

아쉽게도 영화 <소영의 목적>이 그와 같은 성취를 달성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는 편한 태도, 그리하여 장애를 다룬 작품을 무작정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높이는 자세를 벗어나면 이 영화의 유효함을 얼마 찾아볼 수 없는 때문이다. 영화 속 소영의 노력은 코나투스라 할 만한 상승에의 과정을 얼마 품고 있지 못하다. 소영과 희정의 몇 차례 대화로만 짐작하기엔 무용이 가진 가능성과 도전들이 충만했을 것이기에 그 표현이 관객에게 닿지 않는단 사실이 아쉽기만 하다.

무용이 그러하듯, 영화 또한 관객에게 닿으려는 유효한 표현의 수단과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다큐가 그저 기록에만 머물지 않고, 예술이라 불리는 데는 표현과 수용으로 일어나는 변화의 가능성이 주요하게 평가되는 때문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소영의 노력>이 가진 여러 형식적 특성, 이를테면 소영이 직접 찍은 촬영분을 영화 뒷부분에 포함한다거나 공연장면이나 그를 유추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동작을 배제한 것, 또 감독이 전면에 드러나며 공연을 연습하는 장면으로 많은 분량을 채운 것 등이 어떤 효과를 일으켰는지 비판적으로 돌아볼 밖에 없다. 찍고자 하는 욕망 너머 관객에게 닿으려는 열망이 얼마 보이지 않는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영의 노력>은 주목할 지점이 있는 작품이다. 장애인 무용수를 전면에 내세운 장편 다큐멘터리가 어찌됐든 작은 규모라도 정식 개봉을 통해 일반 관객과 만나려는 시도를 감행한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또한 다큐가 그저 영화에서 그치지 않고 무용과 결합해 나름의 효과를 구했다는 점 또한 흥미롭게 다가온다. 다큐, 그리고 영화의 경계는 어디인가. 경계를 확정할 수 없는 영상예술의 한 분과가 우리 가운데 좀처럼 보여지지 않는, 그러나 보여야 마땅한 장애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 자체로 이 영화 또한 나름의 노력을 품고 있다고 나는 믿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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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