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는 이민성 U-23 축구대표팀 감독지난 2025년 12월, 이민성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내년 아시안컵에서 4강 이상 성적을 거둬 아시안게임 4연패를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대한축구협회 제공)
연합뉴스
이민성 감독은 지난 9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최종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대표팀은 지난 2023 FIFA U-20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을 이뤄낸 '김은중호' 멤버들인 2003~2004년생 세대가 주축을 이룬다. 최종명단에는 배준호(스토크시티)와 양민혁(토트넘), 박승수(뉴캐슬) 김지수(브렌트퍼드) 등 유럽파가 역대 최다인 9명이 합류했다. K리거는 강상윤(전북)을 비롯해 14명이 승선했다. 와일드카드로는 북중미월드컵 성인 국가대표팀 출신인 이기혁(강원)과 양현준(셀틱), 엄지성(스완지시티)을 낙점했다.
여기에 이례적으로 김준홍(수원)과 이영준(그라스호퍼), 이승원(강원) 등 군필자까지 소집하는 승부수를 뒀다. 당초 차출이 유력한 것으로 기대됐던 옌스 카스트로프(뮌헨글라트바흐)가 최종명단에서 탈락한게 일각에서 논란에서 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전력 면에서는 금메달을 차지했던 역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크게 뒤지지 않는 호화 멤버다.
하지만 이민성호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차갑다. 역대급 멤버에도 불구하고 지휘봉을 잡은 사령탑의 전술적 역량과 자질에 대한 심각한 의문부호 때문이다.
이민성 감독은 지난해 5월 40년만에 올림픽 본선진출에 실패한 황선홍 감독(대전)의 후임으로 U-23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지난 1월 '중간평가' 무대였던 U-23 아시안컵에서 4강에 진출했으나 대회 내내 저조한 경기력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민성호는 조별리그 우즈베키스탄전과 준결승 일본전에서 모두 평균 연령이 두 살이나 어린 라이벌 팀들에게 일방적인 열세 끝에 0-1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마지막 경기인 3·4위전에서는 한국인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에게마저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U-23 맞대결 사상 첫 패배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당초 이민성 감독에게 2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까지 지휘봉을 맡길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시안컵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고심끝에 김은중 감독에게 LA 올림픽 대표팀을 넘기고, 시간이 촉박한 아시안게임까지는 연속성을 고려하여 이민성 감독에게 계속 지휘봉을 맡기는 제한적 유임을 선택했다.
팬들은 축구협회의 기형적인 결정에 또다시 분노했다. 이미 아시아무대에서조차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지속적으로 드러낸 이민성 감독을 유임시킨데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민성호의 부진은 U-23 아시안컵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민성 감독 체제에서 대표팀은 1년여간 평가전과 각종 대회를 합쳐 통산 10승 5무 9패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치고 있다. 미국과의 평가전을 제외하면 나머지 8번의 패배는 모두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나온 결과였다.
일본, 호주, 우즈벡, 사우디 등 아시아에서 금메달을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높은 라이벌팀들에게 모두 한 차례 이상 패배를 기록했다. 심지어 한 수아래로 꼽히는 중국과 베트남에게까지 무너졌다. 가장 최근에는 6월 태국 전지훈련에서 열린 비공개 평가전에서 아시아 하위권팀인 키르키스스탄에게 상대 선수 1명이 퇴장당한 수적 우위에서도 0대 1로 패하면서, 아시안게임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높아졌다. 한국축구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의 연속이다.
더구나 축구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최근 A대표팀 홍명보호가 북중미월드컵에서 기록한 참사의 '데자뷰'와도 관련이 있다. 홍명보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두번째로 월드컵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으나 조별리그에서 1승 2패에 그치며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 선임 과정에서도 절차적 논란에 휘말렸고, 부임 이후로는 대표팀을 이끌만한 전술적 역량에 꾸준히 물음표가 붙었다. 결과적으로 홍명보호가 월드컵에서 보여준 각종 문제점 들은, 이미 축구전문가들과 팬들이 오래전부터 우려하고 지적했던 그대로 현실이 됐다.
A 대표팀의 북중미월드컵 쇼크를 통해 한국축구는 단지 '대안이 없다'거나 '시간이 촉박하다'는 핑계로 눈앞에 드러난 문제점을 회피했을 때 어떤 큰 대가를 치를수 있는지 뼈저리게 학습했다. 또한 홍명보 전 A대표팀감독과 황선홍 전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의 연이은 실패는, 국내 K리그에서는 화려한 실적을 남긴 스타 감독들이라고 해도 국제무대와는 아직 수준 차이가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민성 감독도 황선홍-홍명보 전 감독과 함께 '2002세대'의 일원이었고 K리그 사령탑을 역임하며 비슷한 궤적을 걸었던 국내 지도자다.
홍명보 감독은 북중미월드컵 실패 이후 "감독으로서 결과에 책임지겠다"며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하지만 사퇴를 선언하면서도 무성의한 '1분 사임 낭독문' 발표와, 질의응답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나가는 '태도 논란' 등, 진정한 책임감과는 거리가 먼 언행으로 끝까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했다.
그리고 이민성 감독의 임기는 어차피 이번 아시안게임까지다. 설사 대표팀은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더라도 이민성 감독은 어차피 지휘봉을 내려놓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중요한 대회를 망치고 난 뒤에야, 감독 혼자 사퇴한다고 단지 그것으로 모든 책임이 끝나는 것일까.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계에서 인정받는 메이저대회는 아니지만, 한국축구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은 그리 가볍지 않다. 한국 축구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을 시작으로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그리고 아시안게임 3연속 우승이라는 유산을 통해 유망주들의 병역 문제를 합법적으로 해결하면서, 박지성, 손흥민, 기성용, 이강인, 김민재 등의 수많은 스타들이 유럽으로 진출하여 황금세대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만약 이번 대회에서 고배를 마신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분류되는 많은 유망주들이 해외 커리어를 중단하고 국내로 다시 복귀해야 하는 '경력 단절' 사태가 벌어질수 있다. 또한 북중미월드컵에 이어 같은해에 연령대별 대표팀이 나서는 아시안게임에서조차 극심한 부진이 계속된다면, 한국축구 위기설과 비관론은 당분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축구의 주류 역할을 해왔던 2002세대와 국내파 지도자들의 역할에 대한 책임론도 피할 수 없다. 이민성호와 축구협회가 이번 아시안게임이 지닌 막중한 무게감을 절대 가볍게 여기지 않아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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