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초롬 안무가의 'Mind the gap'
잔나비와 묘한계책(송우람)
제목은 〈KIWA〉가 아니라 〈K I W A〉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알파벳 사이에 일부러 간격을 두었다. 관객은 K, I, W, A를 하나씩 바라본 뒤 낯선 영어 단어처럼 발음하고, 그제야 '기와'라는 우리말에 도착한다. 처음에는 물음표였던 제목이 발음하는 순간 느낌표로 바뀐다. 함초롬은 공연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무대 위 장면들이 처음에는 낯설고 분리돼 보이지만 어느 순간 서로 연결되면서 관객 안에서 하나의 의미가 되는 것.
그는 5초 안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숏폼 시대에 '오래 씹어야 맛이 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단다. 이전 작품에서 사용했던 빠른 장면 전환도 줄이고, 하나의 장면이 오래 이어지는 것처럼 보일 만큼 집요하게 시간을 붙잡아볼 생각이다. 이것은 시간의 쌓임을 가시화 하여 오래 견디는 몸의 노래를 보여주고자 하는 시도다.
지난 7월초 춘천에서 진행된 '아르코 댄스 업라이즈' 창작워크숍에서는 서울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자연의 소리와 질감을 만나고, 기와와 연결될 새로운 물성을 오래 관찰했다. 흙과 돌에서 채집한 소리, 실제 이끼, 무용수들의 호흡과 속삭임, 창작과정을 기록한 영상도 작품 안으로 들어온다. 본 사업에 선정된 다른 안무가들이 몰입을 만들어내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그에게는 창작의 일부가 됐다. 다른 창작자의 방식을 듣고 자신의 고민을 건네는 과정 역시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또 하나의 지붕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몸은 쉽게 지치고 흔들린다. 그러나 한 몸이 다른 몸의 무게를 받아들이는 순간 이전에는 없던 움직임이 만들어진다. 함초롬이 〈K I W A〉에서 보여주려는 것은 거창한 결론이 아니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곁을 떠나지 않는 몸, 답을 서두르지 않고 한 번 더 망설이는 사람, 상대의 무게를 없애는 대신 함께 견딜 수 있는 자세를 찾는 관계다.
어쩌면 공존은 서로를 가볍게 만들어주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각자의 무게를 인정한 채, 어쩌면 수고롭게도 작은 개인이 만나 함께 무너지지 않을 모양을 찾아가는 일에 가깝다. 한 장일 때는 위태로웠던 기와가 다른 기와를 만나 지붕이 되는 것처럼.
▲함초롬 안무가 프로필옥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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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글을 써왔다. 월간지<문화+서울> 편집장(2013~2022)으로, 한겨레신문 필진(2016~2023)으로 취재와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전시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만나 이아기를 전하며, '서울문화투데이'와 '더프리뷰' 등 매체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