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48강 체제로 개편된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은 32강 본선, 녹아웃 토너먼트 무대도 밟지 못했다. 온 국민에게 애먼 경우의 수만 따지게 하다가 끝내 짐을 쌌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영광과 역대급 꿀조란 기대, 무엇보다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던 선수단의 위용 끝에서 한국은 48개 팀 중 34위라는 40년 만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쿠팡플레이의 <국대: 로드 투 노스 아메리카> 최종회가 공개되며 6편의 여정이 끝을 보았다. 당초 예상과 달리 32강에도 진출하지 못하고 탈락한 상태에서 마지막 편이 공개됐단 게 민망하기 짝이 없지만, 어찌 됐든 야심 차게 기획된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동행 취재 다큐멘터리의 대장정이 막을 내린 것이다(관련 기사 :
'벤투호 재평가' 월드컵 국대 다큐, '홍명보호 홍보물'로 전락할까 https://omn.kr/2iuzr).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라고 해도 좋을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으로 점쳐졌던 이번 대회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불공정한 의사결정과정이 도마 위에 오르며 정몽규 회장을 포함한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에 대한 축구 팬의 불신임과 보이콧이 상당 기간 이어지기도 했다. 축구 팬이 축협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다큐 안에 얼마나, 또 어떻게 담겼을지가 주요한 관심이었다.
▲국대: 로드 투 노스 아메리카스틸컷
쿠팡플레이
비판 없고 응원만 있는 국대 다큐라니
<국대: 로드 투 노스 아메리카> 최종회는 월드컵에 나서는 국대의 마지막 준비 과정을 담는다. 실전을 염두에 둔 올 3과 4월 두 차례 평가전에서 무력하게 연패한 과정을 담았다.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에서 0대 4로 참패, 오스트리아와의 경기에서도 0대 1로 패배했는데, 코앞에 닥쳐온 월드컵에서 역시 본선 진출국의 정예와 겨룬 사실상의 모의고사였기에 상당한 충격이었다. 지난 다섯 회차에서 그린 팀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무색하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지향과 전술이 있는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일.
놀랍게도 <국대: 로드 투 노스 아메리카>는 홍명보 리더십도, 전술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 월드컵 당시 큰 성공을 거둔 <국대: 로드 투 카타르>에서 벤투호의 전술과 지향을 보인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왼발잡이 센터백과 후방부터 출발하는 빌드업, 실수해 지더라도 우리 축구를 하겠다는 목적이 선명했던 지난 대표팀과 그저 "싸워"만 반복하는 이번 대표팀의 모습이 격세지감을 일으킨다.
대신 빈 자리를 채우는 건 조유민과 같은 낙마 선수의 모습이다. 부상으로 끝내 대표팀 최종 명단에 들지 못한 그의 이야기가 러닝타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씨네만세에서 다룬 바 있는 대전 하나 시티즌의 K리그 승격 도전기 <승격>에서 사실상 주인공 역할을 담당했던 그가 이번에도 캐릭터성 확실한 모습을 뽐내며 시리즈의 엔딩을 장식하는 것. 그러나 <승격>과 달리 <국대: 로드 투 노스 아메리카>는 어느 개인의 감동적 이야기가 아닌, 월드컵에 나서는 국가대표팀의 이야기여야 했단 점에서 경중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남길 뿐이다.
▲국대: 로드 투 노스 아메리카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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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팀은 매 경기가 마지막이구나"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짤막하게 등장하는 주장 손흥민의 인터뷰다. 어떤 팀으로 기억됐으면 하느냐는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하던 그가 이렇게 말한다.
"어떤 팀으로 기억에 남고 싶냐고 물어보시면... 와... 어려운데요. 인터뷰를 하면서 이렇게 단어를 선택하는 게 어려운 게 참 오랜만인 것 같은데. 그냥 마지막인 것처럼 뛰었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 팀은... 이 팀은 매 경기가 마지막이구나,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뛰는구나'라는, 그런 인식을 받을 수 있는 팀이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알고 있다. 손흥민의 이 말과 전혀 다른 결과가 있었다는 것을. 1승 1패로 나선 남아공과의 세 번째 경기,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32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만약 패할지라도 한 점 차로 진다면 경우의 수를 따져 진출할 가능성이 더욱 컸다. 그래서일까. 한국은 시종 적극적으로 공격을 전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선제 실점을 맞았다. 더 놀라운 것은 그다음이었다. 수비적인 선수인 박진섭을 투입했고, 공격적 전술 변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승리할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이 일었으나 그뿐이었다.
다큐 속에서 이강인은 말한다. "월드컵에선 모든 경기가 100퍼센트 이상이 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는 팀이 없다"고. 오현규는 말한다. "이 악물고 뛰는, 포기하지 않고 뛰었던 모습들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드렸기 때문에... (중략) 모든 걸 걸고 해야죠"라고 말이다. 이러한 선수들의 의지와 각오가 그라운드에선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전술은 수비적이었고 의지 있는 선수들은 필요한 자리에 들어서지 못했으므로.
▲국대: 로드 투 노스 아메리카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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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팀을 망쳤는가
우리는 다큐를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국대: 로드 투 노스 아메리카> 속엔 붉은악마라 할 수 있는 책임 있고 역할을 해온 이들이 자리하지 않는다. 이들이 축협을 보이콧했기 때문일 테다. 대신 인터뷰에 나선 경기장의 시민 가운데 감독 홍명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는 이가 짧게나마 등장하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박문성과 같이 비판적 역할을 해온 축구인이 인터뷰에 나서기는 하지만 원론적인 질문과 답변에 그칠 뿐이다. 그래서 이 다큐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지휘하는 협회와 감독의 진짜 모습이 비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매 경기 마지막인 것처럼 뛰고 싶다던 손흥민이 마지막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예선 최종전에서 선제 실점을 하고도 홍명보 감독은 마치 진출이 확정된 양 경기를 운영하다 40년 만의 32강 진출 실패란 성적을 얻었다는 것을 말이다. 국민들이 감동하는 축구도, 선수들이 하고픈 축구도 아니었던 그 경기는 과연 우연이었을까. 어쩌면 월드컵 훨씬 전부터 예고된 일은 아니었을까.
<국대: 로드 투 노스 아메리카>는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의 진실한 면모를 전혀 담아내지 못한다. 그저 인터뷰와 인터뷰를 옮겨가며, 팀이 허용한 촬영과 허락된 이야기만을 전할 뿐이다. 비판은 아니래도 충실한 현실의 기록은 되었어야 마땅한 다큐멘터리가 자본이며 권력과 결합할 때 어디까지 중심을 잃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도록 한다. 오늘 한국의 진정한 축구 팬들이 이 다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것은 이 때문일 테다.
▲국대: 로드 투 노스 아메리카포스터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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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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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경기 마지막이고 싶었던 손흥민, 다음이 있다고 믿었던 홍명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