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홍명보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유성호
하지만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진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청문회의 출석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감독은 9일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홍명보장학재단을 통해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며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하고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홍 감독은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지휘봉을 내려놓았지만, 재임 기간 내내 불공정 선임 논란과 대표팀을 운영을 둘러싼 각종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사퇴 이후에도 대표팀에 관한 여러 가지 논란에 대하여 제대로된 책임과 해명이 없었다는 비판에 대하여 다시 입장을 밝혔다.
"월드컵이 끝난 뒤 제게 가장 먼저 주어진 일은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대표팀의 결과는 감독인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은 제 입장을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사실인 양 알려지고,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까지 더해졌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함께 대표팀을 위해 헌신했던 선수들과 스태프들까지 오해와 추측 속에 놓이는 모습을 보며, 침묵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또한 홍 감독은 미국으로 떠나게 된 사정에 대해서도 밝히며, 청문회 출석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미국에 머물게 된 것 역시 결과를 외면하거나 피하기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 당시 저와 가족을 향한 협박과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이유로도 감독으로서 해야 할 일을 외면하거나 국민 여러분을 피하려 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청문회가 열린다면 그 자리는 월드컵 결과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설명드리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은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며, 어떠한 질문도 피하지 않겠다."
홍 감독은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보내주신 질책과 비판은 그 말씀 하나하나를 무겁게 가슴에 새기겠다"고 덧붙이며 글을 마무리했다.
홍명보 전 감독이 청문회에 출석한다면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의 정당성', '북중미 월드컵 부진 원인 및 경기 운영 책임', '감독 사퇴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 논란과 미국 재출국 경위'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홍명보 감독의 선임을 주도했던 정몽규 회장과 이임생 전 이사도 해당 사안들과 관련해 재차 추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역 선수인 손흥민과 황희찬의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손흥민은 월드컵을 마치고 소속팀 LAFC로 복귀하여 시즌중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일정을 소화해야한다. 당장 오는 18일 LA 갤럭시와 라이벌 더비로 리그 일정이 재개된다. 22일 국회 청문회가 열리고 당일에는 솔트레이크 시티와의 경기 일정도 있다.
어차피 참고인은 출석에 대한 강제성은 없다. 선수 입장에서 청문회를 위하여 소속팀 일정까지 희생해가며 또다시 한국과 미국을 오가도록 요구하는 것이나, 대표팀에 대한 민감한 현안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라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별다른 논란에 얽히지도 않는 황희찬까지 참고인 명단에 포함시킨 것은 더욱 뜬금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손흥민 역시 국가대표팀의 주장이자 핵심선수로서, 홍명보 감독과 마찬가지로 청문회에 출석하여 각종 의혹에 대하여 분명하게 해명하고 진실을 밝혀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부진과 내분설의 배경에는 손흥민을 향한 일부 월드컵 취재진의 뒷담화와 인터뷰 거부 사건, 홍명보 감독과의 라커룸 불화설, 남아공전 선발제외 미스터리 등 각종 논란과 의혹의 대부분이 바로 손흥민과 직접 관련되어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많은 축구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번 청문회가 자칫 자극적인 여론에 편승하여 특정인과 축구협회에 대한 '보여주기식' 성토 대회로 변질될 가능성이다. 북중미월드컵 탈락 이후 국민적인 비난에 직면한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회장, 일부 축협 인사들이 집중 타깃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청문회가 '마녀사냥'으로 끝나선 안 된다
2018년 야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이던 선동열 감독이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곤욕을 치른 사건은 정치권의 섣부른 스포츠 개입이 어떤 부작용과 촌극을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야구대표팀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일부 프로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주기 위해 특정 선수들을 공정하지 않게 선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적 비판에 직면했다.
당시 야구대표팀은 그 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하고도 프로 선수들에게 병역 면제 특혜를 주려고 특정 선수들을 공정하지 못하게 선발했다는 의혹으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해있었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국정감사장에서 일부 국회의원들로부터 현안과 무관한 "연봉은 얼마 받느냐",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 등의 질의를 받아야 했다. 평생 한 분야의 전문가로 살아왔던 레전드 체육인이 스포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던 정치인들에게 일방적인 면박과 갑질을 당하는 모습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왔다. 이를 지켜본 야구인들과 야구팬들에게도 모두 큰 상처로 남은 사건이었다.
물론 이번 월드컵 실패로 한국축구의 위기를 초래한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회장,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방식이 국민적 분노라는 여론을 등에 업고 특정인에 대한 과도한 망신주기나 일방적인 마녀사냥이 되는 것은 한국축구의 혁신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는 스타 축구인들을 기껏 한 자리에 모아놓고 소모적인 가십 공방에 치우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어차피 축구협회 운영 문제와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 대부분의 사안은 이미 문체부의 특별감사에 이어 경찰 수사까지 진행 중이다. 또한 문체부는 혁신위를 출범시키며 한국축구 개혁을 위한 작업에도 돌입한 상태다.
그렇다면 이번 청문회의 핵심은 감독이나 선수 개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대한축구협회의 운영구조와 협회장 선거제도 개혁, 월드컵 실패 원인에 대한 객관적 진상 규명 등, 앞으로 한국축구가 살아나기 위하여 어떻게 '절차와 시스템'을 바꾸어나가야할지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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