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김부장'에서 사라진 것은 딸 민지만이 아니다

[리뷰] SBS <김부장>

가장 오래된 이야기들은 모두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였다. 오디세우스는 집으로 가는 길을 찾았고, 기사들은 성배를 찾았고, 근대 소설의 주인공들은 자기 자신을 찾아 헤맸다. 이야기는 결핍에서 시동이 걸린다. 무언가가 사라져야 주인공은 문밖으로 나서고, 되찾는 순간 이야기는 끝난다. 수천 년을 반복해온 이 원형은 낡지 않는다.

다만 시대마다 찾는 대상이 바뀔 뿐이다. 그리고 그 대상을 따라가 보면, 시대가 무엇을 잃어버렸다고 느끼는지가 보인다. 지금 한국 드라마가 찾아 나선 것은 사라진 가족이다.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21.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한 SBS 〈김부장〉은 실종된 딸 민지를 찾는 아빠의 이야기다.

실종된 딸을 찾는 아빠 이야기

 <김부장> 방송 장면
<김부장> 방송 장면SBS

김부장이 딸을 찾는 방식은 전반적으로 흥미롭다. 이 드라마는 아빠가 왜 이토록 절박한지, 왜 이토록 강한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그저 '딸이 사라졌다'는 사실 하나가 개연성을 통째로 해결한다. 부성애 세 글자만으로 아빠의 심정에 몰입하게 하는 셈이다. 이야기의 결말 또한, 보장돼 있다. 김부장은 결국 딸을 찾을 것이고, 눈물의 재회를 할 것이다. 여기서 시청자는 딸을 찾을지 못 찾을지가 아니라,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찾아내는지만 즐기면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누리는 것은 도파민이자 쾌감이다.

그런데 쾌감만으로는 이 열광이 다 설명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는 본래 두 개의 차원에서 작동한다. 표면에서 주인공은 잃어버린 대상을 찾지만, 이면에서는 자기 자신을 되찾는 식이다. 실제로 김부장은 딸을 찾는 동안, 저축은행 부장이라는 직함 아래 봉인해둔 진짜 자신과 재회한다.

만약 이런 해석이 과하게 느껴진다면 또 한 명의 '김부장'을 떠올려 보면 된다.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김부장이다. 이쪽에는 납치도 액션도 없지만, 그 역시 같은 여정을 걷는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그는 외부가 아니라 내면으로 방향을 틀어, 직장도 직함도 사라진 자리에서 자신을 찾는다는 것뿐이다.

그렇게 보면, 한 김부장은 딸을 찾아 나섰다가 자신을 발견하고, 다른 김부장은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자신을 발견한다고 볼 수 있다. 탐색의 방향은 정반대지만, 두 드라마는 같은 것을 찾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잃어버린 자기 자신이다.

 <김부장> 스틸컷
<김부장> 스틸컷SBS

여기서 마지막 질문이 남는다. 왜 하필 찾아 나서는 사람이 아빠인가. 단서는 이 과정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비슷한 서사의 〈아저씨〉 차태식도, 〈테이큰〉 브라이언도 고립된 존재였으나 그들과는 달리 김부장 곁에는 태권도 관장 성한수와 해병대 예비역 박진철이 있다. 평범한 아저씨이자 아빠인 세 사람이 자식이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뭉쳤다는 사실이야말로 어쩌면 현 시대에 가장 절실한 판타지다.

실제로 한국의 중년 남성은 사회적으로 가장 고립된 집단이다. 2024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고독사는 여성보다 5배 이상 많고, 그중 중장년층 남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5' 보고서도 같은 맥락이다. 급한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이야기를 나눌 상대, 둘 중 하나라도 없는 사람의 비율을 '사회적 고립도'라고 하는데, 여기서도 여성(30.5%)보다 남성(35.7%)이 더 높았다. 외로움에도 성별이 있는 셈이다. 그렇게 보면, 4050 가장들에게 이 드라마가 제공하는 진짜 대리만족은 기꺼이 기댈 수 있는 '동료'의 존재인지도 모른다.

 <김부장> 스틸컷
<김부장> 스틸컷SBS

결국, 이 드라마에서 사라진 것은 민지만이 아니다. 아빠들 역시 회사에서는 직급으로, 집에서는 생활비로 호명되면서 그들의 이름과 이야기는 서서히 지워졌다. 〈김부장〉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그 여정의 끝에서 딸만 돌아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아빠들이 함께 돌아온다. 대중문화는 이미 그들을 찾아 나섰다. 이제 현실이 응답할 차례다.
덧붙이는 글 이 칼럼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글쓴이(이인혜)는 12년차 대중문화 에디터입니다.
김부장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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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오랫동안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아온 사람. 잡지와 온라인 매체, 브랜드 콘텐츠 등 다양한 채널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획하고 다듬는 일을 해왔다. 퇴근 후에는 늘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청자이자, 장면과 장면 사이에 남은 감정을 오래 붙잡아두고 싶은 에세이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