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장항준 감독 차기작은? 슬럼프 때마다 힘 된 예능

10일 첫 방송되는 <해피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 MC로 합류하는 장항준 감독

1999년 첫 방송을 시작한 <개그 콘서트>는 김준호와 김대희,박준형, 정형돈, 유세윤, 신봉선, 허경환, 이수지 등 쟁쟁한 스타 개그맨들을 배출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20년 넘게 방송되던 <개그 콘서트>는 2020년 무기한 휴식에 들어가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지만 지난 2023년11월 3년5개월 만에 부활해 지상파 유일의 개그 프로그램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개그 콘서트>처럼 극적으로 부활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사실 예능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는 것은 프로그램의 매력과 생명력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좀처럼 부활하기가 쉽지 않다. 시청자들은 항상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에 자칫 과거의 영광에 기대 프로그램을 부활 시켰다간 진부하다는 평가 속에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최근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은 처음부터 '시즌제'로 제작되고 있다.

KBS는 오는 10일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 지난 2020년4월을 끝으로 방송을 마무리했던 예능 프로그램 <해피 투게더>를 6년 만에 부활시킨다. 하지만 '쟁반 노래방'과 '보고 싶다 친구야' 등으로 대표되던 과거의 포맷을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포맷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해피 투게더>에는 올해 초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장항준 감독이 유재석, 윤종신과 함께 MC로 나설 예정이다.

슬럼프 때마다 '부캐'로 버틴 장항준 감독

 장항준(오른쪽) 감독은 감독 데뷔전 윤종신과 함께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출연했다.
장항준(오른쪽) 감독은 감독 데뷔전 윤종신과 함께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출연했다.SBS 화면 캡처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방송 작가로 활동하던 장항준 감독은 SBS의 <좋은 친구들> 작가로 일하다가 친구 장진이 신춘 문예 희곡 부문 당선 후 연극 연출가가 되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영화계로 뛰어 들었다. 장항준 감독은 자신의 첫 번째 시나리오였던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을 통해 백상예술대상 각본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 받았고 1997년엔 SBS의 옴니버스 코미디 <천일야화>의 작가로 참여했다.

1999년 영화 <북경반점>의 각본에 참여한 장항준 감독은 준비하던 영화의 제작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2001년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 윤종신과 함께 비실이 형제로 출연했다. 그리고 장항준 감독은 2002년 충무로의 '대세'였던 박정우 작가가 각본을 쓴 <라이터를 켜라>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고 <라이터를 켜라>는 서울관객 47만 명을 동원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상망 기준).

그렇게 무난하게 충무로에 입성한 장항준 감독은 2003년 <라이터를 켜라>의 주인공이었던 김승우와 최고의 라이징 스타 김정은을 캐스팅해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쓴 두 번째 영화 <불어라 봄바람>을 선보였다. 하지만 2003년 추석 시즌에 개봉한 <불어라 봄바람>은 훗날 '쌍천만 감독'이 되는 김용화 감독의 <오!브라더스>와 신은경 주연의 <조폭마누라2>에 밀려 전국 관객 92만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장항준 감독은 <불어라 봄바람>의 흥행 실패 이후 영화 감독으로 슬럼프에 빠졌지만 친구 윤종신이 진행한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에서 '장항준의 어수선한 영화 이야기'를 진행했고 2007년엔 <접속!무비월드>에서 '영화는 수다다'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다. 7개월 만에 종영되면서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2010년엔 KBS의 <밤샘 버라이어티 야행성>에 고정 출연하면서 미뤄진 차기작의 아쉬움을 달랬다.

그렇게 '영화감독이라는 본업을 가진 방송인'으로 살아가던 장항준 감독은 2011년 SBS 드라마 <싸인>을 연출하며 재기의 기회를 얻었다. 비록 장항준 감독은 10회까지 연출을 맡다가 11회부터 아내 김은희 작가와 공동 각본으로 돌아섰지만 <싸인>은 최고 시청률 24.9%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그렇게 영화계에서 잊히던 장항준 감독은 드라마를 통해 부활의 날개를 폈다.

<왕사남> 이후 <해피투게더>로 예능MC 도전

 장항준 감독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놀면 뭐하니?>에서 주최한 '인기 없는 사람들의 모임' 유력 후보였다.
장항준 감독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놀면 뭐하니?>에서 주최한 '인기 없는 사람들의 모임' 유력 후보였다.MBC 화면 캡처

2012년 <드라마의 제왕> 각본과 2013년 영화 <끝까지 간다> 각색 작업에 참여한 장항준 감독은 2017년 영화 <기억의 밤>을 연출하며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기억의 밤>은 평소 장항준 감독의 유쾌한 이미지와 거리가 먼 스릴러 장르였지만 138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약 120만)을 돌파했다. 장항준 감독으로선 10년이 넘는 영화 흥행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버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장항준 감독은 2023년 5년 이상 준비해 만든 야심작 <리바운드>가 69만 관객에 그치며 또 한 번 좌절했다. 단 6명의 부원으로 2012년 전국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부산 중앙고등학교의 실화를 영화화한 <리바운드>는 젊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청춘 스포츠물 특유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호평을 받았지만 당시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던 <스즈메의 문단속>과 한 주 늦게 개봉한 <존윅4>에 밀려 흥행에 실패했다.

장항준 감독은 <리바운드>를 통해 흥행에서 쓴맛을 봤음에도 곧바로 차기작 <오픈 더 도어>를 선보였고 옴니버스 영화 <더 킬러스>에도 참여하며 활발한 본업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장항준 감독은 지난 2월에 개봉한 유해진과 박지훈, 유지태 주연의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한국영화 역대 최다 관객 2위(1690만)와 한국영화 역대 최고 매출 1위(1631억 원) 기록을 세우며 일약 '거장'으로 우뚝 섰다.

사실 <왕과 사는 남자> 정도의 엄청난 흥행 성적을 올린 작품을 만든 감독이라면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차기작 구상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하지만 장항준 감독은 한국인이 두 번째로 많이 관람한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거장'이 됐음에도 절친한 지인 유재석, 윤종신과과 함께 <해피 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를 진행하며 '예능MC'라는 새로운 길에 도전장을 던졌다.

국내 최초 '스토리텔링 음악 오디션'을 표방하는 <해피 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는 <해피 투게더> 전통의 토크쇼가 아닌 오디션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미 예고편을 통해 보이밴드 클릭비와 조규찬-해이 부부 등의 출연이 공개됐다. 가장 신비로워져도 될 시기에 예능 프로그램 MC라는 친근한 길을 선택한 장항준 감독은 오는 14일 첫 방송되는 SBS Plus 채널의 <시간추적자 셜록>의 진행도 맡을 예정이다.

 장항준 감독은 <해피 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를 통해 예능 MC에 도전한다.
장항준 감독은 <해피 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를 통해 예능 MC에 도전한다.<해피 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좋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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