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 나선 미국, 10년 전 영화는 답을 미리 알고 있었나

[리뷰] 넷플릭스 영화 <워 머신>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을 공격한 이란에 대해 군사·경제 양면의 압박에 나섰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국제 해역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태운 상선을 표적으로 공격한 데 대한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이란을 상대로 일련의 강력한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 뉴스를 접하는 순간 문득 한 편의 영화가 떠올랐다. 바로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영화 <워 머신(War Machine, 2017)>이다. '워 머신'은 기자인 마이클 헤이스팅스의 저서 '더 오퍼레이터스(The Operators)/가제: The Wild and Terrifying Inside Story of America's War in Afghanistan'가 원작이다.

영화의 배경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병력 증파와 대반군 전략이다. 당시 미국은 병력을 추가로 투입하면 전세를 뒤집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낙관론과 자신감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 블랙코미디 특유의 냉소와 풍자를 통해 신랄하게 꼬집는다.

끝낼 계획 없는 전쟁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워 머신 포스터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워 머신 포스터네플릭스

처음에는 한 편의 코미디처럼 시작한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장군은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자신만 가득하다. 참모들 역시 그의 호언장담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며 승리를 의심하지 않는다. 브래드 피트는 실제 인물인 스탠리 앨런 매크리스털의 독특한 말투와 걸음걸이, 표정과 몸짓을 과장되게 재현하며 블랙코미디 특유의 풍자성을 극대화한다.

처음에는 우스꽝스럽게만 보였던 그의 모습은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전쟁을 대하는 지휘관의 자신감과 오만이 어떻게 현실과 충돌하는지를 드러낸다. 웃음은 어느새 씁쓸함으로 바뀌고, 그들의 작전에는 '승리 계획'은 있었지만 전쟁을 '끝낼 계획'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음이 드러난다. 영화 속 장군은 끊임없이 같은 메시지를 반복한다.

"이번에는 다르다. 반드시 이긴다."
"조금만 더 병력을 투입하면 이 상황은 끝난다."

이러한 확신은 비단 영화 속 장군만의 대사가 아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전쟁은 언제나 '이번에는 다르다'는 믿음 속에서 시작되곤 했다. 그래서 최근 종전 협의 이후 다시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미국의 재공습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작품이 바로 <워 머신>이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슬프면서도 인상 깊었던 장면은 미군의 폭격 이후 펼쳐진 풍경이었다. 폭탄이 떨어진 자리에는 무너진 건물과 가족을 잃은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의 넋 나간 표정만이 남아 있었다. 사랑하는 이를 한순간에 잃고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망연자실한 그들의 눈빛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없는 절규 그 자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본 미군 병사들은 자신들이 지켜야 할 민간인에게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죄책감과 혼란에 시달린다. 적과 민간인의 경계가 무너진 전쟁은 결국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다는 사실을 영화는 담담하게 그려낸다. 임무와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병사들의 모습은 시대와 장소가 달라도 전쟁이 남기는 비극이 얼마나 닮아 있는지 보여준다. 결국 전쟁은 총을 쏘는 사람에게도, 총을 맞는 사람에게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거기다 "달걀을 깨지 않고는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는 장군의 논리로 민간인 희생을 정당화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장군이 유가족을 찾아가 돈뭉치로 보상과 합의를 시도하는 모습은 오히려 전쟁의 모순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돈으로는 생명을 되돌릴 수도 없고, 가족을 잃은 슬픔을 보상할 수도 없다. 이 장면은 어떤 명분을 내세운 전쟁이라도 민간인의 희생 앞에서는 결국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매크리스털 장군 역시 무인기 공습 등으로 민간인 희생이 반복되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판단해 현지 주민과의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군사적 승리보다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지만, 영화는 그조차도 전쟁이라는 거대한 구조 안에서는 결국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전쟁의 대가

워 머신 속 장군이 이끄는 4만이 넘는 압도적인 군사력은 상대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갈등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도, 이라크 전쟁에서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동원했다. 그러나 '짧은 전쟁'은 기약 없는 장기전이 되었고, '결정적 승리'는 끝없는 소모전으로 바뀌었다.

배우 브래드 피트는 이 영화를 소개하며 "왜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계속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늘 미국의 이란 재공습 소식을 접하며 그의 이 말을 다시 떠올려 보면, 영화가 던진 질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 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한 작품답게, 모티브가 된 스탠리 앨런 매크리스털은 행정부를 비판한 언론 인터뷰가 공개되면서 결국 경질됐다.

영화에서 퇴출을 앞둔 장군은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홀로 군용기에 오른다. 수많은 장병을 지휘하던 최고 지휘관의 뒷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쓸쓸하다. 승리를 자신하며 그의 말에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던 참모들은 어느새 모두 그의 곁을 떠났다. 결국 그 역시 권력 앞에서는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한 명의 장군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장에서 누구보다 막강한 권한을 가졌던 그는 정작 정치의 세계에서는 가장 쉽게 버려질 수 있는 존재였다. 영화는 그가 군복을 벗고 민간인 신분으로 강연장에 서는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리더십을 이야기하며 청중 앞에 선 그의 모습은 전장을 지휘하던 시절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던 장군은 이제 과거를 이야기하는 강연자가 되었고, 그의 표정에는 자신의 몰락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듯한 복잡한 감정이 스친다.

이를 보며 <워 머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한 장군이나 지도자의 몰락을 풍자하는 데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전쟁이 한 사람의 의지로 시작되더라도, 그 순간부터는 누구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국면으로 번져 간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맹목적인 확신은 언제나 상황을 왜곡하고, 결국 역사를 잘못 읽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전쟁의 본질을 다시 묻게 하는 블랙코미디이자 정치 풍자극이다.

그래서 <워 머신>이 던지는 질문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전쟁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정말 그 상황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 영화는 끝내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

이번 전쟁은 정말 다를 것인가.
워머신 브래드피트 트럼프 이란 아프가니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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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처럼 뇌경색이 찾아왔습니다. 재활병원 병상에서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리며 세상과의 대화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투병 3년, 100편이 넘는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게재하며 오늘도 사람과 삶, 희망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