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월드컵 16강전 포르투갈-스페인의 경기에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경기에서 패한 후 실망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메시와는 달리, 라이벌 호날두는 16강에서 여정을 마감했다. 호날두의 포르투갈은 7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스페인에 0-1로 패했다.
호날두는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출장하여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며 포르투갈의 탈락을 막지 못했다. 이번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임을 선언했던 호날두는 패배 직후 아쉬움에 눈시울을 붉혔다.
호날두는 월드컵을 제외한 대부분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클럽무대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만 5회나 기록했고, 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 등 유럽 3대 빅리그를 모두 정복하는 등 30개가 넘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도 2016년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우승, UEFA 네이션스리그 우승 2회(2018∼19, 2024∼25) 등을 기록했다.
하지만 월드컵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06년 21세의 나이에 처음 출전한 독일 대회에서 포르투갈을 4위까지 이끈 게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호날두는 이번 북중미 대회까지 6회 연속 월드컵 본선무대에 출전했으나 2010년 남아공 대회 16강, 2014년 브라질 대회 조별리그 탈락, 2018년 러시아 대회 16강, 2022년 카타르 대회 8강에 그쳤고, 마지막 북중미대회에서도 강호 스페인에 발목이 잡혔다.
호날두는 역대 최초로 6번의 월드컵에서 연속 득점을 기록하는 등 통산 27경기에서 11골 2도움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월드컵 역대 최고령 필드플레이어 선발 출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호날두의 명성에 비하여 월드컵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호날두는 지난 5번의 월드컵 대회까지 토너먼트에서는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그나마 크로아티아와의 32강전에서 생애 최초로 월드컵 토너먼트 득점을 기록하며 오랜 한을 풀어냈으나 페널티킥 득점이었고, 필드골 징크스는 끝내 깨지 못했다.
불과 2살 어린 라이벌 메시가 매경기 득점포를 가동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것과 달리, 호날두는 대회 내내 극심한 부진과 논란에 휘말리며 "포르투갈 조기 탈락의 주범"이라는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호날두는 41세의 나이에도 포르투갈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며 3골을 넣었으나, 이 중 최약체 우즈벡전에서 2골을 넣은 것을 제외하면 부진한 모습을 거듭하며 노쇠화에 대한 비판을 극복하지 못했다. BBC 해설위원인 크리스 서튼은 "호날두가 경기장을 걸어다니는 모습이 뒤뚱거리는 할아버지 같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아 볼라> 등 포르투갈 언론들도 "호날두의 시대가 지나치게 오래 이어진 것이 포르투갈 대표팀에는 독이 됐다"고 비판했다.
호날두와 메시의 마지막이 달랐던 이유
이번 월드컵에서 호날두와 메시의 격차가 이렇게까지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두 선수 모두 나이가 들면서 전성기에 비하여 신체능력은 크게 하락한 상태였다.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각각 자국의 에이스인 두 선수에게 수비 가담이나 활동량을 줄이고 철저히 득점을 노리는 데 특화된 전술적 역할을 부여했다. 호날두와 메시 모두 이미 전성기 때부터 자신에게 공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는 전방압박이나 연계플레이에 가담하지 않고 어슬렁거리듯 걸어다니면서 체력을 비축하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하지만 메시는 나이가 불혹에 접어든 지금도 여전히 날카로운 순간 가속력을 활용한 온더볼과 라인브레이킹 능력, 정확한 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메시는 끊임없이 상대 수비를 끌고다니면서 본인이 직접 득점을 올리지 않아도 동료들에게 공간을 열고 기회를 창출하는 찬스메이킹에도 능했다.
반면 호날두는 운동능력이 하락한 30대 중반 이후 철저히 '받아먹는 득점'에 특화되며 자신에게 공이 연결되지 않았을 때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공격수가 된 지 오래였다. 지난 2022년 카타르 대회에 이어 이번 북중미 대회에서도 호날두는 팀내에서 가장 많은 슈팅과 세트피스 키커를 독점했지만, 메시처럼 동료들을 활용하여 공간을 열어주거나 패스를 뿌려주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노쇠화와 더불어 호날두의 이러한 탐욕적인 플레이스타일은, 당연히 월드컵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강팀들에게는 더이상 통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포르투갈에서 절대적인 '슈퍼스타'였던 호날두가 사실상 '팀보다 더 위에 있는 선수'가 되어버렸다는 것이었다. 호날두가 자신의 득점과 개인기록 욕심 때문에 장기집권하면서 포르투갈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타이밍을 번번이 놓쳤다.
대회기간 포르투갈 대표팀 동료인 주앙 네베스는 '호날두도 팀의 일원일 뿐'이라는 직설적인 견해를 밝혔다가 일부 극성팬들과 호날두의 가족에게까지 비난에 시달리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은 이제 부진한 호날두를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호날두 중심의 전술에 의존하며 '황금세대'로 불리우던 포르투갈의 전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탈락했다는 비판에 직면하며 대회 직후 사임을 발표했다.
메시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세계 최고의 선수다운 활약상을 이어가며 조국 아르헨티나를 8강에 올려놓으며 박수를 받고 있다. 반면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한 호날두는, 조국 포르투갈의 우승 희망도 날려버린 원흉으로 전락하며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마저 가장 초라한 모습으로 퇴장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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