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비행기, 낯선 공항, 낯선 사람들까지. 혜선은 북한 함경도 출신의 북한이탈주민으로, 홀로 중국을 거쳐 한국에 오게 된다. 국정원의 심문을 거친 뒤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일명 '하나원'에 입소한다. 그곳에서 몇 달간 생활하며 한국 사회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중국에서부터 함께 온 친구도 있고, 하나원에서 새롭게 사귄 친구도 있다. 그런데 입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북한이탈주민에게 봉변을 당한다. 중국에 있을 때 혜선의 거짓말 때문에 그녀의 인생이 크게 망가졌던 것이다. 그럼에도 혜선은 고향에 두고 온 어머니의 말, "독사처럼 독해져라"를 가슴에 새긴 채 살아가려 한다.
그렇다, 그녀는 고향에 아픈 어머니를 두고 떠나왔다. 하루빨리 돈을 벌어 모아야 하지만, 당장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교육을 받는 한편,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도 시작한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텐데, 그녀는 이 시간을 어떻게 견뎌 낼까. 과연 그녀의 앞날에는 희망이 기다리고 있을까?
▲영화 <하나 코리아>의 한 장면.
트리플픽쳐스
탈북이 아니라 '정착'을 바라보는 영화
북한이탈주민은 해마다 수천 명씩 한국에 들어오고 있다. 정부는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고 하나원 교육과 정착 지원금 등을 통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제는 체제 경쟁을 이야기하기보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영화 <하나 코리아>는 '평범한' 20대 북한이탈주민 혜선의 삶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북한에 가족을 두고 홀로 탈출해 중국을 거쳐 한국에 정착한 한 청년의 이야기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의 감독이 덴마크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왜 북한이탈주민의 한국 정착기를 영화로 만들었을까.
사실 그 이유보다 더 중요한 건, 한국 사회의 이야기가 이제는 세계인의 관심사가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이탈주민 문제는 더 이상 남북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반복되는 난민과 이주, 정착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혜선은 '북한이탈주민'인 동시에 새로운 삶을 찾아 이동한 수많은 '이주민'의 얼굴이기도 하다.
영화는 혜선이 어떻게 탈북했는지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북한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카메라가 끝까지 따라가는 것은 그녀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다. 낯설고 때로는 차갑게 느껴지는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뿌리내릴 것인지가 영화의 핵심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극 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한 사람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인상을 남긴다.
▲영화 <하나 코리아>의 한 장면.
트리플픽쳐스
편견을 걷어 내고 한 사람을 바라보다
북한이탈주민을 바라보는 외부인, 즉 덴마크 감독의 시선은 혜선이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묘하게 맞닿아 있다. 더 나아가 한국인이 북한과 북한이탈주민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서로를 너무 모른 채 살아왔다. 어쩌면 분단의 역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도록 만든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그런 선입견을 최대한 걷어 내고 한 사람의 삶 자체를 바라보게 만든다.
영화에는 극적인 사건이 거의 없다. 하나원 생활도,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의 시간도 영화적으로 얼마든지 자극적으로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은 그런 선택 대신 혜선이 한국 사회를 하나씩 경험하고 익혀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 준다. 덕분에 정치적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한 사람의 일상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남북 분단은 어느덧 70년을 넘어 100년을 향해 가고 있다. 그 사이 수많은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들의 삶을 잘 알지 못한다. 알려고 하지 않았고, 알더라도 쉽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이 영화를 보며 새삼 느낀 건, 우리가 북한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조금 다른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금, 우리 사회도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할 때다. 그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북한이탈주민일 수 있다. 그들은 체제를 증명하는 상징도, 정치적 논쟁의 소재도 아니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새로운 터전에 정착하려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나 코리아>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을까.
▲영화 <하나 코리아> 포스터.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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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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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아닌 정착을 담다, 북한 함경도 출신 그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