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7 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최종 6차전 한국-일본전에서 승리한 니콜라이스 마줄스 감독과 한국팀이 환호하고 있다. 2026.7.6
연합뉴스
'현실판 강백호' 에디 다니엘(서울 SK)의 투지가 한국농구를 탈락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니콜라스 마줄스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농구대표팀은 6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7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B조 최종 6차전에서 일본을 81-79로 꺾었다. 이로써 한국은 3승 3패, 승점 9를 기록하며 조 2위로 2라운드에 진출했다.
한국은 이날 경기 직전까지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예선 1라운드에서는 4팀중 상위 3팀까지 2라운드에 진출한다. 일본, 중국, 대만과 함께 B조에 속한 한국은 만일 이날 일본에 패했다면 조 최하위가 되어 탈락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최종전에서 중국에 패한 대만과 같은 2승 4패로 동률이 되더라도, 대만에게 2경기를 모두 패한 한국이 상대 전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마줄스호는 NBA 서머리그 일정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이현중(샌안토니오 스퍼스), 발목 부상으로 하차한 이정현(고양 소노)의 공백 속에서도 홈에서 접전 끝에 일본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중국과 3승 3패 동률을 기록했으나 승자승에서 앞서 2위가 됐다. 일본은 한국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4승 2패로 조 1위를 지켰다. 대만이 2승 4패로 조 최하위에 머물며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마줄스 감독에게도 의미 깊은 승리였다. 일본전 승리는 마줄스 감독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거둔 첫 승리였다. 한국농구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으로 부임한 마줄스 감독은, 지휘봉을 잡기전 임시 감독(전희철)체제에서 2승(중국)을 선물받았음에도 불구하고 3경기를 내리 패하며 탈락위기까지 몰렸다. 특히 지난 3일 고양 홈에서 열린 대만전에서는 한때 19점 차로 앞서고도 이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 끝에 패배하며 충격이 컸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일본은 2라운드 진출을 이미 확정지은 상황에서도 빠른 공수전개와 외곽포로 한국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한국은 전반전에 3점 슛 15개를 시도해 단 한 개만 넣을 만큼 슈팅 난조에 시달리며 35-37로 뒤졌다. 3쿼터 한때는 43-54로 11점 차까지 뒤쳐지며 패색이 짙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한국은 포기하지 않고 끈끈한 수비와 빠른 속공으로 흐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최준용과 에디 다니엘이 선봉장으로 나섰다. 전반 부진했던 최준용이 스텝백 3점슛으로 추격의 신호탄을 쐈고, 다니엘은 호수비에 이어 호쾌한 덩크를 꽂으며 기세를 올렸다. 최준용은 속공과 자유투 등 다양한 루트로 득점을 추가하며 3쿼터 종료 19초 전에는 페이드어웨이 점퍼를 성공시키며 55-54 역전을 이끌어냈다.
4쿼터에는 이우석과 장재석이 바통을 이어받아 공격을 주도했다. 이우석이 내·외곽에서 연달아 득점을 올리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베테랑 장재석은 골밑에서 절묘한 페이크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공격 리바운드에 이어 강성욱의 결정적인 3점포까지 터지며 경기 종료 58초를 남기고 80-72, 8점차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경기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와타나베와 호킨슨을 앞세운 일본의 반격에 연거푸 실점을 허용하며 종료 21초를 남겨놓고 80-78까지 쫓기며 재역전 위기에 몰렸다. 19점차 리드를 못지킨 대만전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일본은 막바지에 파울 작전을 펼쳤다. 이우석은 자유투 2개를 얻어냈으나 단 1개만 성공시켰다. 한국이 81-79, 2점차로 앞선 상황에서 2.6초를 남겨놓고 일본에서 동점 또는 역전을 노릴 마지막 공격 기회가 돌아갔다. 일본은 사사키 류세이가 장거리 3점슛을 시도했으나, 다행히 림을 벗어났다.
공교롭게도 일본의 마지막 공격 상황에서 하필 경기 타이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시간이 흐르지 않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만일 일본의 슛이 성공했다면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었다. 한동안 심판진의 판독을 거친 끝에 경기 시간이 모두 흘렀다는 판정이 내려졌고, 한국은 천만다행으로 귀중한 승리를 확정할 수 있었다.
이날 한국은 이우석이 19점 7리바운드, 최준용이 16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여준석도 8점 8리바운드, 장재석은 8득점 3리바운드를 올리며 분전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하이라이트 장면들을 만들어낸 주역은, 단연 '막내' 에디 다니엘이었다. 그는 식스맨으로 17분 2초 동안 뛰면서 9점 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한국의 후반 역전승에 크게 기여했다. 기록으로 다 나타나지 않은 수비와 팀플레이에서의 공헌도도 대단했다.
특히 다니엘은 이날 팀내 최다인 5개의 가로채기를 홀로 기록하며 경기의 진정한 '신스틸러'로 거듭났다. 다니엘은 저돌적인 몸싸움과 상대 패스 길목을 차단하는 수비력으로 일본 가드진을 압박하며 수차례 공격권을 대한민국 쪽으로 가져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다니엘의 허슬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경기장에 열광적인 함성이 울려퍼질 정도로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3쿼터 가로채기에 이은 단독 속공 덩크는 이날 활약의 백미였다. 다니엘은 기존의 국내 선수들에게 찾아볼수 없는 폭발적인 활동량과 에너지 레벨을 선보이며 침체된 한국의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다니엘은 지난 3월 1일 오키나와 원정에서 열린 일본전에서도 18분 55초를 뛰면서 4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로 좋은 활약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4쿼터 막판 결정적인 실수로 턴오버를 저지르면서 경기에 패배한 직후 자책감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의 아픔을 잊지않았던 다니엘은 4개월만의 리턴매치에서 일본에게 제대로 설욕에 성공하며 왜 자신이 꾸준히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있는지를 증명했다.
마줄스 감독은 다니엘의 가치에 대하여 "열정과 에너지가 대단하다.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분위기를 바꿀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니엘은 승리후 "월드컵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일본을 상대로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한국농구는 이제 7년만의 농구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린다. 한국은 2014년 스페인 대회, 2019년 중국 대회에서는 본선에 진출했지만, 지난 2023년 대회 때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예선에 불참하고 몰수패를 당해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2라운드에서는 12개국이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하며 각 조 1~3위, 4위 중 성적이 좋은 1개 팀까지 총 7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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