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이 낳은 슈퍼스타 네이마르 주니오르가, 월드컵 탈락의 원흉으로 전락하며 영욕의 국가대표 경력을 쓸쓸하게 마감했다.
네이마르는 브라질이 지난 6일(한국 시각)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노르웨이에 1대2로 패해 탈락하면서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패배 직후 아쉬움의 눈물을 펑펑 쏟아낸 네이마르는 "대표팀에서의 경력은 이제 끝났다. 여기서 시작해서 여기서 끝낸다"라며 마지막 소감을 남겼다.
마침 이날 경기가 열린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은 네이마르가 지난 2010년 8월 미국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브라질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A매치 데뷔전을 치렀던 장소였다. 당시 네이마르는 A매치 데뷔골을 결승골로 작렬하며 2-0 승리를 이끌고 화려한 등장을 알렸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지금은 세월의 흐름을 절감하며, '지는 해'가 되어 패배와 함께 국가대표 경력을 마감하는 무대가 되고 말았다.
네이마르는 브라질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중 한 명으로 꼽힌다. 만 16세에 브라질 명문 산투스에서 처음 프로에 데뷔했고, 유럽 명문인 바르셀로나와 파리 생제르맹(PSG) 등에서 활약하며 다수의 리그 우승과 유럽챔피언스리그 제패 등 수많은 우승컵을 차지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를 뽑는 발롱도르 후보에도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네이마르의 빛나던 재능과 커리어는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2017년 바르셀로나에서 최전성기를 달리던 네이마르는, 메시의 그늘에서 벗어나 '1인자'가 되기 위하여 당시 축구 역사상 역대 최고 이적료를 받고 프랑스 리그 파리 생제르맹으로의 이적을 선택했다.
네이마르는 PSG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며 다수의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염원하던 유럽 챔피언스리그(UCL)과 우승과 발롱도르는 한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또한 화려한 개인기를 즐기는 플레이스타일 때문에 상대의 거친 수비에 자주 표적이 됐던 네이마르는, 점점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그라운드를 비우는 기간이 길어졌고 기량도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네이마르에게 불운했던 것은 국가대표 커리어였다. 개인 기록으로는 브라질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A매치 130경기에 출전하여 80골 58도움을 넣으면서 자국 전설 펠레(77골)를 넘어 역대 브라질 국가대표 최다득점자에 등극할만큼 화려한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메이저대회 우승과는 좀처럼 인연이 없었다.
네이마르는 2014년 브라질 대회부터 월드컵 본선에 4회, 남미 국가대항전인 코파아메리카에서도 3회나 출전했으나 단 한번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브라질은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등이 활약했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5번째 우승을 달성한 이후 24년째 월드컵 정상과 더 이상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자국에서 열린 코파아메리카에서 오랜만에 정상에 올랐으나 하필이면 이때는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본선 출전이 불발되며 함께하지 못했다.
네이마르가 활약했던 시대의 브라질의 전력은, 슈퍼스타들이 넘쳐나던 영원한 우승후보 1순위와는 거리가 있었다. 네이마르는 20대 초반의 나이부터 외로운 에이스 역할을 맡아 고군분투했으나, 브라질은 그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네이마르가 브라질 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13년 컨페더레이션스컵과, 23세 이하 연령대별 대회인 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 정도였다.
네이마르는 2023년 8월 유럽 경력을 정리하고 사우디의 알 힐랄로 이적했으나 불과 2개월만에 우루과이와의 A매치에서 전방 십자 인대 파열 부상을 당해 오랜 시간 경기장을 떠나야했다. 이 부상으로 네이마르는 2년 이상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고, 커리어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북중미월드컵을 앞두고 네이마르의 최종명단 승선 여부는 브라질 대표팀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네이마르는 월드컵 출전을 목표로 2025년 고국인 브라질 산투스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잔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꾸준히 출장하지못하고 기량에 의구심을 자아냈다.
카를로 안첼로티 브라질 대표팀 감독은 부임 이후 2년간 네이마르를 줄곧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으며 "그는 대표팀에 복귀할 자격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부상당한 선수를 월드컵에 데려갈수 없다"며 네이마르의 기용에 줄곧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브라질 언론과 축구팬들도 네이마르의 발탁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여론이 갈렸다.
그런데 고심하던 안첼로티 감독은 최종명단 발표에서 예상을 깨고 네이마르를 결국 월드컵 대표팀에 깜짝 발탁했다. 당시 생중계로 명단발표를 지켜보던 네이마르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감격하여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브라질 팬들은 비록 전성기는 지났지만, 네이마르의 풍부한 경험과 승부사 기질이 우승을 노리는 브라질 대표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안첼로티 감독이 여론의 압박에 밀려서 본인의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당시 브라질은 남미예선에서 5위로 겨우 본선에 턱걸이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축구에 극성스러운 브라질 팬들과 언론은 본선에서 슈퍼스타인 네이마르의 복귀가 필요하다며 연일 안첼로티 감독을 압박하고 있었다. 감독으로서는 네이마르를 뽑아도, 뽑지않았어도 골치아픈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네이마르의 발탁은 선수 본인과 브라질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네이마르는 월드컵 최종명단에 승선한 뒤에도 또다시 잔부상에 시달리며 정작 브라질의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심지어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네이마르가 월드컵 기간 동안 부상으로 거의 경기에 뛰지 못한 것을 두고 "세계 최초로 재택근무를 하는 국가대표 선수"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북중미월드컵에서 네이마르는 스코틀랜드와의 조별리그 최종전과, 노르웨이와의 16강전 2경기에 교체출장하는데 그쳤다. 노르웨이전에서 이미 승부가 기운 후반 추가시간에 PK(페널티킥) 만회골을 성공시키며 유일한 공격포인트를 기록했지만 끝내 브라질의 탈락을 막지는 못했다.
브라질의 16강 탈락은 24개국 체제이던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브라질 축구 대표팀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우승 이후 월드컵 본선 토너먼트에서 유럽 국가를 상대로 6개 대회 연속 패배(6연패)하며 탈락하는 징크스를 이어갔다.
영국 BBC, 스페인 AS 등 외신들은 이번 대회 브라질의 주요한 실패 원인중 하나로, 제 컨디션이 아닌 네이마르를 발탁한 안첼로티 감독의 오판을 지적했다. 젊은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못하고 노장들에 의존한 안첼로티 감독의 보수적인 전술이 패착이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BBC는 노르웨이전 패배의 책임도 네이마르의 지분이 크다고 분석했다. 브라질은 노르웨이와 팽팽한 경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안첼로티 감독은 네이마르를 교체로 투입했지만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네이마르는 팀의 경기 템포를 제대로 따라가지도 못했다. '네이마르로 인하여 오히려 브라질의 측면 공수 간격이 벌어지면서 오히려 엘링 홀란(노르웨이)에게 연속실점을 허용하는 빌미가 되었다'는게 BBC의 분석이다.
한때 네이마르의 발탁을 그토록 압박하던 브라질 언론들은, 대표팀이 탈락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입장을 180도 바꿔 이번엔 네이마르와 그를 기용한 안첼로티 감독에게 책임을 돌려 맹비난하고 있다. 브라질의 레전드인 호나우두도 "이번 브라질 대표팀에는 네이마르가 아닌 주앙 페드로(첼시)가 발탁되어야했다. 엔드릭(리옹)은 좋은 활약상을 보이고도 이번 월드컵에서 많이 기용되지 못했다. 비니시우스(레알마드리드) 역시 소속팀에서 보여주던만큼의 활약이 아니었다"며 감독의 용병술과 후배들의 경기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수칠 때 떠나지못한 네이마르는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을 가장 초라한 모양새로 마감하며 끝내 '국가대표 메이저대회 무관'으로 16년 삼바군단 경력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였지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본인의 과욕, 슈퍼스타의 '이름값'에 집착하는 브라질 언론과 팬들 특유의 광적인 여론몰이, 냉철하지못한 감독의 오판 등이 맞물리며 결국 모두에게 불행한 엔딩을 초래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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