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린 뒤에도 네이마르는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노르웨이에 1-2로 패하며 브라질의 월드컵 여정이 끝난 순간,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삼켰다. 곧이어 그는 브라질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뉴욕 스타디움에서 시작된 18세 소년과 노란 유니폼의 인연은 16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끝났다. 2010년, 네이마르는 이곳에서 미국과 친선전을 치르며 A매치 데뷔전에 나선 바 있다.
하루 앞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비슷한 순간을 맞았다. 포르투갈은 스페인에 0-1로 패하며 16강에서 탈락했다. 전날 "내일이 마지막 경기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던 호날두는 경기 종료 후 한동안 말 없이 관중석을 바라봤다.
리오넬 메시와 함께 세계 축구를 양분했던 호날두와, 그들의 뒤를 이어 왕좌에 오를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불렸던 네이마르. 수많은 우승컵과 기록을 손에 넣었지만 월드컵 트로피만은 품지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퇴장은 닮지 않았다. 41세의 호날두는 세월과 싸우며 새로운 기록을 쌓았지만 더 이상 혼자 힘으로 경기의 흐름을 뒤집는 선수는 아니었다. 네이마르는 전성기의 상당 부분을 앗아간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한 명은 마지막까지 버텼고, 다른 한 명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 했다. 두 위대한 선수의 월드컵 도전은 서로 다른 이유로 좌절됐다.
낭만의 승선, 냉정하지 못했던 선택
네이마르는 브라질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다. 2014년 고국에서 열린 대회를 통해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은 그는 4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으나, 8강전에서 척추 부상을 당해 이후 독일과의 4강전에서 팀의 굴욕적인 1-7 패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018년에는 이른바 '할리우드 논란' 속에서도 2골 1도움을 기록했지만 8강에서 탈락했다. 2022년에도 2골 1도움과 8강 탈락이라는 같은 결과를 받아들였다.
2014년 이래 줄곧 브라질 공격의 중심이었던 네이마르였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출전 여부부터 불투명했다. 2023년 알힐랄에서 당한 십자인대 부상 이후 친정팀 산투스로 돌아왔으나 예전과 같은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지난 5월 발표한 월드컵 최종 명단 26명에 네이마르를 포함했다. 하지만 네이마르는 발탁 직후인 5월 28일 종아리 부상으로 다시 2~3주간 이탈했고, 안첼로티 감독의 선택을 둘러싼 반발은 더욱 커졌다.
안첼로티 감독은 물러서지 않았다. 대회 직전에도 "네이마르가 월드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며 변함없는 신임을 드러냈다.
결과는 냉정했다.
조별리그 3차전 스코틀랜드전에서 교체 투입되며 처음 경기장을 밟은 네이마르는 16강 노르웨이전에서 0-0의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후반 23분 투입돼 두 번째 출전을 기록했다. 하지만 드리블 3회 시도 가운데 성공은 한 차례에 그쳤고, 경기 흐름도 바꾸지 못했다. 막판 페널티킥으로 만회골을 넣었지만 이미 기울어진 승부를 되돌리기에는 늦었다.
네이마르의 이번 월드컵은 실패였다. 부상으로 조별리그 2차전까지 결장했고, 일본에 끌려가던 32강전에서도 필드를 밟지 못했다. 브라질이 가장 필요로 한 순간에 뛰지 못했고, 노르웨이전에서도 팀을 구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발탁은 귀중한 스쿼드 한 자리를 낭비한 선택이 됐다.
네이마르라는 이름이 대표팀에 주는 상징성은 부정할 수 없다. 건강한 네이마르가 다른 선수에게 없는 능력을 지닌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월드컵 명단은 공로에 대한 예우로 주어지는 자리가 아니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브라질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 승선은 브라질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때 '메날두'의 뒤를 이어 세계 축구의 왕좌에 오를 것으로 기대받았던 스타는 마지막 월드컵에서 탈락의 원흉이라는 비난까지 떠안은 채 대표팀을 떠났다.
더 이상 경기를 지배하지 못한 호날두
네이마르보다 7세 많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16강에서 대회를 마감했다.
41세에도 포르투갈의 주장 완장을 찬 그는 자신을 향한 회의론에 득점으로 답했다. 적어도 이번 대회에서 호날두는 이름값만으로 자리를 지킨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스페인전은 또 다른 사실을 보여줬다. 골을 넣는 능력은 남아 있었지만, 최고 수준의 경기에서 팀의 운명을 혼자 바꾸던 절대적인 영향력은 크게 옅어져 있었다.
호날두의 여섯 번째 월드컵은 시작부터 흔들렸다. 포르투갈은 콩고민주공화국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1로 비겼고, 선발 출전한 호날두 역시 침묵했다. 우승 후보로 꼽히던 포르투갈이 첫 경기부터 승리를 놓치자 노쇠한 호날두를 계속 최전방에 세워야 하느냐는 의문이 다시 불거졌다.
그러나 엿새 뒤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우즈베키스탄과의 2차전에서 호날두는 전반 6분 선제골과 39분 추가골을 연이어 터뜨리며 팀의 5-0 대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2026년 북중미 대회까지 사상 최초로 6개 월드컵에서 연속 득점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한 경기 만에 선발 제외론은 찬사로 뒤집혔다. 그러나 그에게는 20년 동안 풀지 못한 숙원이 하나 남아 있었다. 월드컵 토너먼트 득점이었다.
그 오랜 징크스는 크로아티아와의 32강전에서 깨졌다. 포르투갈이 0-1로 뒤진 후반 23분, 호날두는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동점골을 넣었다. 자신의 월드컵 토너먼트 첫 득점이었다. 포르투갈은 후반 추가시간 곤살루 하무스의 결승골까지 터지며 2-1 역전승을 거뒀다.
다음 상대는 스페인이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호날두가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팀이다. 8년 만에 다시 스페인을 마주한 그는 자신의 월드컵 여정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호날두는 이번 대회를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표현하며 "마지막 월드컵을 최대한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일이 마지막 경기가 아니기를 바란다"며 8강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호날두는 포르투갈에 해답을 주지 못했다. 전반전 몇 차례 위협적인 슈팅으로 스페인 골문을 노렸지만, 그 장면을 제외하면 존재감은 희미했다. 스페인 수비진 사이에 고립됐고, 공격 연계에도 꾸준히 관여하지 못했다. 포르투갈이 전진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최전방의 호날두는 공을 기다렸지만, 직접 내려와 공격의 흐름을 바꾸거나 수비를 흔드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고립은 더 심해졌다. 포르투갈의 공격은 자주 끊겼고, 호날두에게 전달되는 공도 줄었다. 그렇다고 그가 움직임을 바꿔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8년 전 같은 상대를 상대로 혼자 세 골을 몰아쳤던 선수는 더 이상 없었다. 결국 포르투갈은 후반 추가시간 미켈 메리노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호날두가 빈손으로 대회를 떠난 것은 아니다. 사상 최초의 월드컵 6개 대회 연속 득점을 달성했고, 20년 동안 이어진 토너먼트 무득점도 끊었다. 41세의 선수가 세계 최고 무대에서 세 골을 넣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위대함은 충분히 드러난다.
그러나 호날두는 포르투갈이 그에게 기대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호날두는 더 이상 경기 전체를 자신의 의지대로 끌고 가는 선수가 아니었다. 불가능할 것만 같던 상황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냈던 해결사는,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침묵했다.
세월 앞에 멈춰 선 호날두, 돌아오지 못한 네이마르
불혹을 넘긴 나이에 맞은 여섯 번째 월드컵에서 대기록과 토너먼트 첫 골을 챙긴 호날두의 퇴장은 겉으로는 화려했다. 그러나 스페인전은 기록과 실제 경기 영향력 사이의 간극을 보여줬다.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득점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었지만, 경기 전체를 끌고 가며 혼자 기적을 만들어내던 힘은 사라지고 있었다.
네이마르의 비극은 달랐다. 호날두가 긴 선수 생활 끝에 하나씩 잃어갔다면, 네이마르는 자신의 전성기를 온전히 누리기도 전에 너무 많은 것을 빼앗겼다. 반복된 부상은 가장 빛나야 할 시기의 몸을 무너뜨렸고, 이번 대회에서도 의지는 몸을 앞서지 못했다.
안첼로티는 네이마르의 천재적인 모습이 위기 속에서 나오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돌아온 네이마르는 대회에서 두 경기밖에 뛰지 못했고, 한 번의 돌파조차 버거워했다. 그의 발탁은 낭만적 선택이었을 수 있지만 냉정한 선택은 아니었다.
동시대의 상징이었던 리오넬 메시는 4년 전 카타르에서 자신의 월드컵 서사를 완성했다. 호날두와 네이마르에게는 그런 결말이 주어지지 않았다. 호날두는 버틸 만큼 버텼고, 네이마르는 돌아오기 위해 끝없이 애썼으나, 월드컵은 두 사람의 경력에 끝내 채워지지 않은 한 칸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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