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컷
<토이 스토리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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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OOO이 살아있다'는 어린이들에게는 주로 괴담의 영역이었다. 학교의 동상들은 자정이 되면 몰래 움직이고 격렬하게 다퉜기 때문에 전날과 달라진 게 없나 살펴보는 게 등굣길의 주요한 루틴 중 하나였다. 장난감이 움직이는 건 학교 동상들보다는 더 사적인 영역이었다. 오래된 인형이나 장난감에 영혼이 있다는 믿음은 어린이 사회에서는 상식이었다. 게다가 <사탄의 인형>이 성공하며 살아있는 장난감에 대한 공포심이 극에 달할 무렵 <토이 스토리1>이 개봉했다.
<토이 스토리>가 당시 어린이들에게 준 선물은 움직이는 장난감이 무섭지 않다는 신뢰였다. 보안관, 우주 전사, 강아지 등 각자의 역할이 있었고 입양된 순서에 따라서도 나름의 위계질서가 잡힌 사회조직이란 점이 믿음직스러웠다. 원한이나 증오, 저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저 주인에게 사랑받고 싶은 동기를 가진 '인간적인' 욕망 역시 거리감을 좁혀주었다. 진열장을 체크하는 루틴은 마찬가지였지만 그것은 두려움보다는, 장난감과의 비밀을 은밀하게 간직하고 싶은 소망에 가까웠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공포와 불안, 상식과 비밀을 귀엽고 사랑스러운 방법으로 어루만지고 치유해 주었던 시리즈가 5편으로 돌아왔다. 머리가 벗겨지고 아랫배가 불룩 튀어나온 우디처럼 함께 나이 먹어가는 처지에서 '이 시리즈는 어린이들에게 이런저런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쓰는 것은 면구스러운 일이다. 다만 보니의 부모님 세대, 즉 내 또래가 갖고 있는 불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장난감도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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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5>
아름다운 작별을 위해
모자무싸는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핵심 정서이기도 하다. 우디와 친구들은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새로운 장난감의 등장으로 주인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거나(1편), 세월이 흘러 더 이상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는 나이가 된 옛 주인을 떠나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3편). 5편은 어떻게 보면 1편의 재탕으로 보일 수 있다. 다만 그것이 레이저빔이 나오고 버튼을 누르면 대사를 뱉는 '버즈'가 아니라 터치스크린 하나로 어디서든 친구들과 연결되어 게임하고, 채팅을 주고받을 수 있는 '릴리패드'냐의 차이일 뿐이다.
출시됐을 때는 나름의 새로운 기능들과 독특함으로 주목 받았지만, 익숙함이란 이유로 결국 다락방이나 창고 신세가 되는 장난감들은 어느덧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뒤처지는 기성세대의 슬픔과도 맥을 같이 한다. 릴리패드를 순수한 악당으로만 그리지 않은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인정투쟁에 어린 시절보다 더 몰입하게 되는 것은 제작진의 괘씸한 노림수이기도 하다.
<토이 스토리5>에는 장난감의 주체성 문제도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평범한 줄 알았던 우디가 박물관에 전시될 만큼 특별 존재였을 때. 혹은 특별한 줄 알았던 버즈가 (훗날 '라이트이어 군단'으로 불리는) 여러 복제품의 하나뿐임을 알았을 때의 장난감으로써의 선택(2편). 함께 놀아야 할 어린이의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는 존재로 남을지, 스스로 장난감이란 굴레에서 벗어날지에 대한 고민(4편)은 시리즈의 또 다른 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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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5>
5편에서는 지금까지 시리즈가 그려낸 고민에 대한 해답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다. 3편에서 대학생이 된 앤디는 옆집의 보니에게 우디와 친구들을 양도한다. 친구들을 하나씩 소개한 뒤 마지막으로 보니와 함께 장난감을 갖고 논 앤디는 "그동안 고마웠어(Goodbye Guys)"라고 인사를 남기고 우디는 "잘 가시게, 파트너(So long, partner)"라고 대답한다. 앤디와 우디의 이별은 아마 애니메이션 역사에 남을 슬프도록 아름답고, 또 성숙한 성장을 담아낸 마무리다.
제시는 앤디와 우디처럼 아름다운 작별을 하지 못하고 첫 번째 주인에게서 버려진 된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보니에게 새로운 친구를 찾아주려 노력하지만, 오히려 다시 버림받고 낙담한다. 하지만 그 순간, 첫 번째 주인인 에밀리가 남겨놓은 흔적들을 발견한다. 제시와 함께 놀았던 순간들을 추억하며, 딸의 이름까지 제시로 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들은 언젠가 장난감을 떠나겠지만 기쁨, 행복을 함께 했다면 헛된 시간이 아니라는 깨달음은 '아이에게 마음을 줬다가 빼앗기는 허무한 인생에 지쳤다'라며 자포자기했던 제시에게 주체적인 삶의 방향과 다시 일어날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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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5>
장난감이 살아있는 증거
스마트 기기없이 아이들과 외출이나 장거리 이동이 어려워진 게 대체 언제인데 이제와서 내놓는 아이템이냐. 이제 모르는 걸 물어볼 어른은 물론이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친구도 AI로 대체되는 세상에 아날로그 장난감이 주인공이냐는 불평도 많다. 30년 동안 다섯 편. 평균 6년에 한 편이라는 텀도 타겟층인 아이들보다는 <토이 스토리>를 유년기에 본 중년층의 추억팔이 아니냐는 날카로운(?) 질문도 일리가 있다.
스마트 기기 없이 아이들과 외출이나 장거리 이동이 어려워진 게 대체 언제인데 이제 와서 내놓는 아이템이냐. 이제 모르는 걸 물어볼 어른은 물론이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친구도 AI로 대체되는 세상에 아날로그 장난감이 주인공이냐는 불평도 많다. 30년 동안 다섯 편. 평균 6년에 한 편이라는 기간도 타겟층인 아이들보다는 <토이 스토리>를 유년기에 본 중년층의 추억팔이 아니냐는 날카로운(?) 질문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토이 스토리>가 당근에서 제일 많은 거래가 올라오는 품목은 장난감이다. 어린이날, 크리스마스가 되면 티니핑이니 닌자고니 하는 장난감을 구하러 새벽부터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는 부모들의 고생담이 속출한다. 어른들의 시선과 달리 아이들에게 토이 스토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따라서 '장난감이 살아있다'라는 어린이들의 상식 또한 유효하다. 믿음을 잃은 어른들에게 헤르만 헤세의 문장을 장난감에게도 영혼이 있다는 강력한 증거로 제시한다.
"사랑할 수 있는 자는 행복하다. 우리들 영혼의 모든 움직임은 사랑이며, 영혼은 사랑 안에서 스스로를, 그리고 생명을 느낀다. (<싱클레어 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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