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부천시청 옆 포레스트365에서 부천영화제 행사로 열린 '이춘연 영화인상' 시상식.
성하훈
"영화인회의를 창설해 오랫동안 이끌어 오셨고, 영화계의 궂은일이라면 솔선해서 해결해 주시고, 영화인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강하게 대변해 오셨던 분이 바로 이춘연 대표셨습니다. 그렇기에 한국 영화계가 위기와 어려움을 겪는 요즘 같은 때일수록 고인의 부재가 더욱 큰 손실이자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지난 4일 저녁 부천시청 인근 포레스트365에서 개최된 이춘연 영화인상 시상식. 이날 행사 참석을 위해 해외 영화제에 참석했다가 전날 밤늦게 귀국한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영화의 맏형이던 이춘연 대표를 회고했다.
이날 시상식에 영화단체 대표자들과 부천영화제 신철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 권영락 부천영화제 부조직위원장, 유인택 전 예술의전당 대표, 방은진 감독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을 향한 영화인들의 존경심과 애틋한 마음이 가득찬 자리였다. 수상자를 향한 축하와 함께 이춘연 대표를 기억하며 그의 뜻을 기리자고 다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1999년 한국영화의 개혁과 변혁을 염원했던 영화인들은 한국영화인회의를 창설했다. 이춘연 대표는 이를 주도했고, 2000년대 이후 이사장으로서 한국영화의 중흥을 이끌었다. 2021년 별세할 때까지 김동호 이사장의 회고처럼 영화계의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앞장섰던 한국영화의 큰형이었다.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영화계가 뜻을 합쳐 2022년 제정한 이춘연 영화인상은 제작 프로듀서를 대상으로 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한국영화 프로듀서들에게는 가장 영광스러운 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역대 수상자로는 제1회(2022년)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이기도 한 백재호 프로듀서, 제2회 (2023년) <다음 소희> 김지연 프로듀서, 제3회 (2024년) <원더랜드> 박관수 프로듀서 등 한국영화의 주축으로 부상하고 젊은 프로듀서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당초 부산영화제 기간 중 시상식이 진행됐으나 내부 정비 과정을 거처 올해부터는 부천영화제에서 옮겨오면서 개최된 첫 시상식이었다. 특히 '영화인회의'를 잇는 '영화인연대'가 시상식 직후 영화인연대의 밤을 개최하면서, 이춘연 대표를 고리로 수상 축하와 영화인들의 협력을 다지는 시간으로 바뀌면서 의미를 더했다.
올해 이춘연 영화인상 수상자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과 한국독립영화협회의 복수 추천을 바탕으로, 강제규 감독, 배우 유지태, 채윤희 전 영상물등급위원장, 권영락 제작자, 김영우 BIFAN 프로그래머가 최종 선정회의를 거쳐 선정했다.
선정을 맡았던 채윤희 전 영등위원장은 2004년 부천시장의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 해임 사태 때 이춘연 대표와 함께 시장을 만나러 밤 10시에 찾아왔던 기억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번에 상 드리고 싶은 분들이 너무 많아서 사실 많이 힘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춘연 대표가 지켜온 것
수상자 발표를 맡은 유지태 배우는 "이춘연 대표님은 한국 영화가 어려운 순간마다 언제나 가장 앞에서 자리를 지키셨다. 무엇이 한국 영화를 위해 필요한 일인지 고민했고 그 일을 묵묵히 실천해 오셨던 분이었다. 우리 곁을 떠난 뒤 저는 그 세대가 지켜왔던 연대와 책임감을 이제는 우리가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이춘연 영화인상의 의미를 강조했다.
또한 "후배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다'면서 "이춘연 영화인상은 단순히 한 해의 성과를 기념하는 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이름을 통해 한국 영화를 사랑했던 마음과 정신을 이어가는 상으로, 이 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겠지만, 한국 영화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오래도록 우리의 곁에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4회 이춘연 영화인상 수상자인 <세계의 주인> 김세훈, 구정아 프로듀서가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의 모습과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하훈
올해 수상자는 <세계의 주인> 김세훈 프로듀서와 구정아 프로듀서가 선정됐다.
김세훈 프로듀서는 "이춘연 영화인상의 무거움을 깨닫고 잘 받들어서 앞으로 좋은 영화 더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철없는 저를 잘 이끌어주신 구정아 대표님께 큰 감사 인사드리고, 제가 윤가은 감독 덕에 단편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녀의 모든 작품을 같이 하고 있는데, 지금 해외에 계셔서 참석 못한 윤가은 감독한테 고맙다는 말씀 전한다"고 덧붙였다.
구정아 프로듀서는 "부천은 제가 어릴 때 고향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제1회부터 학생으로 참여했던 곳이라 그 의미가 좀 더 남다른 것 같다"며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님 뿐만 아니라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저희 영화적 동지들 감독님들 작가님들 그리고 배우분들 스태프 분들 모두 다 얼굴들이 좀 떠오른다"고 말했다.
구 프로듀서는 또한 "제가 영화 프로서 되겠다고 마음먹은 지 지금 한 20년 정도 된 것 같습은데, 나이가 들면서 선배님들 생각을 조금 예전보다 더 많이 좀 하게 된 것 같다'며 "이춘연 대표님처럼 이렇게 선배님들이 가지고 계신 영화적인 젊음을 저도 잃지 않고 계속 좀 유지하라는 그런 의미로 이 상을 받아들이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아울러 "저와 김세훈 프로듀서 둘에게 상을 주셨는데, 힘든 때일수록 힘을 합해서 함께 헤쳐나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세훈 구정아 프로듀서가 제작한 <세계의 주인>은 지난해 대표적인 한국영화로 부상하며 국내외 영화제와 영화상 등에서 상을 휩쓸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제9회 중핑야오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상과 관객상 수상을 시작으로 낭트3대륙영화제 대상, 여성영화인상 대상,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작품상과 신인배우상, 춘사국제영화제 최우수감독상 등을 잇달아 수상했다. 올해도 제4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 백상예술대상, 다렉터스컷 어워즈, 들꽃영화상 등에 이어 이춘연 영화인상까지 받으면서 감독과 배우는 물론 프로듀서들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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