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냉철한 이성으로 진실을 밝혀내는 탐정 셜록 홈즈. 그에게 감정적인 여동생이 있다면 어떤 추리를 펼쳐낼까? 넷플릭스 영화 시리즈 <에놀라 홈즈>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꾸준히 전개해 왔는데, 지난 1일 삼부작의 최종장 <에놀라 홈즈 3>이 공개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캔슬(cancel: 영화나 시리즈의 후속작이 확정된 시점에서 제작을 중단하는 행위)'이 난무하는 시대에 <에놀라 홈즈>가 제대로 된 완결을 맞이할 수 있던 비결을 알아본다.
▲영화 <에놀라 홈즈 3> 스틸컷
넷플릭스
셜록 홈즈가 보지 못하는 것
먼저, 영화의 주인공 '에놀라(밀리 바비 브라운 분)'의 캐릭터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에놀라 홈즈>시리즈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배경으로 미스터리 활극을 전개하면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탐정인 '셜록'을 조연으로 밀어낸다. 대신 그의 여동생 에놀라를 등장시키는데, 셜록보다 어리고 대담한 것은 물론 분노와 실망을 마음껏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캐릭터성 선택은 <에놀라 홈즈>가 기존 <셜록 홈즈> 시리즈와 지향하는 방향성 자체가 다르기에 발생한다. 셜록이 범죄의 동기와 진상을 찾아내는 '수사형 탐정' 이라면 에놀라는 표면적인 범죄 아래의 원인을 찾아내는 '취재형 탐정'이다. 실제로 에놀라는 살인사건을 조사하다가도 그 이면의 진실까지 폭로한다. 시리즈의 1편에서 여성 재산권 문제를, 2편에서 납 중독에 시달린 아동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잦게 분노하고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특성 역시 에놀라가 사건의 수수께끼에 집착하는 대신 사건 피해자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게 돕는다. 타겟 관객인 청소년층~청년층의 이입을 보조하는 역할은 덤이다.
<에놀라 홈즈> 시리즈는 영화 자체가 실제 영국의 역사적 사건을 '청소년 장르'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셜록 홈즈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 즉 사회적 통찰력을 갖춘 주인공을 내세워야만 했던 것이다.
▲영화 <에놀라 홈즈 3> 스틸컷넷플릭스
결혼이 해피엔딩이려면
그런 <에놀라 홈즈> 시리즈가 3편에서 '결혼'을 주 소재로 삼은 것은 그 자체로 충격적일 수 있다. 주체적인 여성상을 강조해 온 프랜차이즈에서 주인공의 결혼이라니? 하지만 <에놀라 홈즈 3>은 무뎌지지 않은 시대적 통찰로 이러한 우려를 종식시킨다.
작중 에놀라는 시리즈 내내 함께해 온 '튜크스버리(루이스 패트리지 분)'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튜크스버리는 명망가 집안의 외아들로, 시리즈 내내 일편단심 에놀라를 사랑하며 그녀가 (시대적 한계로 인해) 들어가지 못하는 의회에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 천생연분의 영구적 결합이 이루어지는 당일 셜록 홈즈가 납치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오빠를 찾기 위해 결혼식에서 도망친 에놀라는 추적 과정에서 수많은 한계와 직면한다. 우선 전작을 통해 겨우 확보한 탐정으로서의 명성이 사라진다. 에놀라가 어디로 가든 사람들은 그녀를 수사자가 아닌 '귀부인 예정자' 취급하며 불필요한 인사치례로 시간을 끈다. 자신이 일궈 온 직업적 성과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는 순간. 에놀라는 고심한다.
그렇다면 <에놀라 홈즈 3>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비혼'을 꼽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본작은 그 대신 결혼이 가부장적 결합이 아닌, 사랑의 결실로 거듭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개인 정체성의 보존이다. 작중 에놀라는 자신이 튜크스버리와 평생 함께하고 싶지만 귀족가의 일원이 되고 싶지는 않음을 인지하고 에놀라 '홈즈'로 남는다.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라가는 서양 결혼 풍습을 거부한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쉽사리 해체되지 않는 이 관습의 거부는 실제 19세기에서는 어려웠겠지만, 에놀라가 고유한 개인으로서 결혼을 '선택'했음을 시사하기 위한 영화적 허용이라 볼 수 있겠다. 상대측인 튜크스버리 역시 자신의 가문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부를 축적해 왔음을 인지하자 성을 버리고 이름 '어니스트'로 남는다.
남자는 그를 억압하는 과거 세대의 오명을 떨쳐내어 온전해지고, 여자는 그를 이루는 과거 세대를 긍정하여 온전해진다. 여성이 자기 집안의 모든 것을 버리고 '시집 가는' 형태의 결혼을 거부한 것이다.
이처럼, <에놀라 홈즈 3>은 결혼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그동안 시리즈가 해 온 것처럼 절묘하게 비틀어 삼부작의 마지막에 걸맞는 엔딩을 낸다. '결혼하는 순종적 여성'과 '결혼하지 않는 주체적 여성'의 이분법 바깥의 결말을 보고 싶다면, 혹은 2020년부터 달려 온 탐정의 마지막 여정에 함께하고 싶다면 넷플릭스에서 <에놀라 홈즈 3>을 감상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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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 픽션 신봉자.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믿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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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소재로... '에놀라 홈즈 3'이 맞이한 완벽한 결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