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시브 어택은 최근 유럽 투어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을 커버하면서 서태지의 모습을 전광판에 띄웠다.
매시브어택 인스타그램 갈무리
"매시브 어택이 유럽 공연 중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을 한국어로 불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문장에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지난 6월, 영국의 전설적인 그룹 매시브 어택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공연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을 선곡했다. 매시브 어택은 화면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모습과 'Regret Of The Times(시대유감)'라는 영어 제목을 띄우는 한편, 5.18 민주화운동을 비롯한 저항의 역사를 함께 소개했다. 심지어 곡의 절반가량은 한국어 가사 그대로 부르기도 했다.
"왜 기다려 왔잖아 모든 삶을 포기하는 소리를 이 세상이 미쳐버릴 일이 벌어질 것 같네"
- '시대유감' 중
매시브 어택은 영국 브리스톨에서 1988년 결성된 그룹이다. 전자음악과 힙합, 록, 소울, 재즈, 레게 등 수많은 장르를 혼합해 특유의 몽환적이고도 차가운 질감을 드러내는 '트립합', '브리스톨 사운드'의 선구자로 존경받는다. '티어드랍(Teardrop)', '언피니시드 심파시(Unfinished Sympathy), '엔젤(Angel)' 등의 곡은 장르를 넘어 대중음악 역사에도 남을 명곡으로 여겨진다. 기존의 장르적 구분을 거부하는 이들의 음악은 라나 델 레이, FKA 트위그스, 라디오헤드, 위켄드, 고릴라즈 등 수많은 거물 뮤지션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매시브 어택은 자신들의 공식 소셜 네트워크에 서태지 컴퍼니의 인스타그램을 태그하면서 "우리는 이 커버를 서태지와 함께 하는 연속성, 부활, 연대의 행위로 여긴다"면서, "케이팝의 선구자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작업은 국가 검열에 맞섰고, 동시에 세계적인 장르(케이팝)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들은 케이팝이 정치적 저항으로부터 탄생했다는 독특한 시각을 내놓기도 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은 1995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정규 4집에 실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성 세대에 대한 저항을 담은 가사가 문제가 되어,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로부터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서태지는 이를 거부하고 연주곡 형태로 '시대유감'을 발표했다. 이 사건은 이듬해 사전심의제가 폐지되는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매시브 어택은 이 역사에 대해서도 상세히 언급했다.
시대 직격한 매시브 어택, 서태지도 함께 노래할까
▲매시브 어택은 '시대유감'을 라이브로 연주하면서 한국의 민주화운동 장면을 전광판에 띄우기도 했다.매시브 어택 인스타그램 갈무리
한편 매시브 어택은 오늘날 케이팝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대 케이팝의 아이돌 모델은 철저한 기획과 통제 하에 움직이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형 시스템이며, 수익화된 브랜드 상품을 창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보았다. 국가에 의한 억압이 자본에 의한 억압으로 대체되었다는 시각이다.
매시브 어택은 끊임없이 사회적 행보를 보여온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이들은 정교한 시각 예술과 조명 등을 통해 공연 중 현대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4년에는 '액트 1.5'라는 공연을 열고, 기후 위기에 대한 위기 의식을 환기했다. 2025년에는 스포티파이의 CEO 다니엘 에크가 방산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비판하면서 보이콧을 주장하기도 했다. 몇달 전 매시브 어택의 리더 로버트 델 나자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하다가 체포를 당하기도 했다. 모두의 예상을 깬 '시대유감' 커버는 이들의 이러한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
한편 매시브 어택은 오는 8월 1일 토요일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에서 헤드라이너(간판 공연자)를 맡아 공연한다. 16년 만의 내한 공연이다. 매시브 어택이 핀란드 공연 이후에도 유럽 여러 공연에서 '시대유감'을 부르고 있는만큼,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도 '시대유감'을 부를 가능성은 매우 높다. 2017년 콘서트 이후 이렇다 할 활동이 없는 서태지가 이 무대에서 매시브 어택과 함께 '시대유감'을 부를 것인지 여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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