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신이 그려낸 '베토벤'... 클라이맥스는 바로 이 음악

[안지훈의 뮤지컬 읽기] 뮤지컬 <베토벤>

 뮤지컬 <베토벤> 공연 사진
뮤지컬 <베토벤> 공연 사진EMK뮤지컬컴퍼니

박효신의 '베토벤'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홍광호도 함께다. 가요계를 넘어 뮤지컬에서도 전천후 활약을 펼치고 있는 뮤지션과 명실상부한 정상급 뮤지컬 배우가 베토벤을 연기한다. 극장은 3000석이 넘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선택했다.

뮤지컬 <베토벤>은 올해로 두 번째 시즌이다. 2023년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을 진행했고, 올해 재연으로 돌아왔다. 재연을 공연할 때 어느 정도 수정 보완을 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만, 이번 <베토벤>은 일반적인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 대본을 전면적으로 다듬고, 음악에도 변화를 줬다.

박효신은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출연한다. 지난 6월 14일 관람한 뮤지컬 <베토벤>은 이전과 달라졌지만, 박효신은 그대로이고, 뮤지컬 속 '베토벤'도 그대로다. 청력을 점차 상실하는 가운데 두려움에 떨면서도 악보를 놓지 못하는 음악가의 처절함은 그대로 유지했다. 오히려 강화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재연에서는 초연 당시 중심 서사 중 하나였던 베토벤과 안토니 브렌타노의 로맨스를 덜어내고, 베토벤의 내면 세계에 보다 집중했다.

홍광호는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물랑루즈>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반면, 박효신은 뮤지컬 출연작 6개 중 3개 작품에서 음악가를 연기했다. <베토벤>과 <모차르트!>에서 실존 음악가이자 타이틀롤을 맡았고, <팬텀>에서는 크리스틴의 목소리에 매료되어 그에게 음악을 가르쳐주는 '에릭(팬텀)' 역을 맡았다.

이 가운데 <베토벤>과 <팬텀>은 두 시즌 동안 참여했으나, 박효신은 전체 뮤지컬 커리어의 절반 이상 음악가를 연기한 셈이다. 그리고 그가 연기한 뮤지컬 속 음악가들은 모두 결핍이 있는 인물이다. 모차르트는 천재 음악가의 삶과 자유로운 인간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고뇌 하는 인물이고, 팬텀은 흉측한 얼굴 탓에 영원히 숨어 살아야 하는 운명을 지녔다.

뮤지컬은 베토벤을 뛰어난 천재나 비범한 영웅으로 그리지 않는다. 그가 남긴 곡들의 명성과 달리, 뮤지컬 속 베토벤은 곡을 쓰지 못해 괴로워한다. 또 당대 예술가는 후원자가 있어야 창작 활동에만 매진할 수 있었는데, 베토벤은 자신의 음악을 수단으로 여기는 세태에도 괴로워한다. 여기에 청력 상실까지 더해지며 베토벤의 삶은 위태롭게 이어진다.

 뮤지컬 <베토벤> 공연 사진
뮤지컬 <베토벤> 공연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외부 세계에서 내면 세계로

베토벤과 안토니 브렌타노는 겹친다. 안토니 브렌타노는 사랑과 안정을 원하지만, 남편 프란츠 브렌타노는 돈이라는 세속적 가치를 중시한다. 베토벤 역시 세속적 가치만을 옹호하는 귀족 사회에 환멸을 느낀 인물이다. 그래서 둘은 일차적으로 절망을 경험하고, 이어 넘버 '절망이여'를 부른다.

'절망이여'의 귀결은 결코 절망이 아니다. "별빛 없어도 영혼의 빛을 따르겠다"는 노랫말은 극의 초점을 이들을 둘러싼 외부 세계에서 이들의 내면 세계로 옮겨 놓는다. 둘은 서로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고 진정으로 자신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따라간다. 베토벤은 음악을 쫓고, 안토니 브렌타노는 사랑을 쫓는다.

<베토벤>에서 인상적인 건, 이 사랑이 베토벤과 안토니 브렌타노의 사랑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연에서는 둘 사이에 피어나는 사랑이 그려졌지만, 재연에서는 끝까지 우정으로 남는다. 덕분에 내면에 집중하기로 한 이들의 선택이 보다 선명하게 느껴졌다.

<베토벤>에는 실제 베토벤의 음악을 모티브로 삼은 넘버가 다수 등장한다. '비창(피아노 소나타 8번)', '월광(피아노 소나타 14번)' 등 베토벤의 실제 곡들이 재해석과 편곡 과정을 거쳐 등장한다. 또 뮤지컬 <베토벤>은 수미상관 구조인데,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환희의 송가(교향곡 9번 4악장)'가 연주된다. 베토벤의 곡을 바탕으로 앙상블이 합창을 펼치는 이 장면은 가히 이 뮤지컬의 클라이맥스라 할 만하다.

한편, <베토벤>은 오는 8월 11일까지 공연된다. 박효신·홍광호를 필두로 윤공주·김지현·김지우(안토니 브렌타노 역), 신성민·김도현(카스파 반 베토벤 역) 등이 출연한다.

 뮤지컬 <베토벤> 공연 사진
뮤지컬 <베토벤> 공연 사진EMK뮤지컬컴퍼니
공연 뮤지컬 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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